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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나, 그 끝없는 사랑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 이 말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한 2주간의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 나는 이 말이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문득 한국과 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운명적으로 생겨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27년전 여름, 나는 중국 산둥성의 남서부에 위치한 취부(曲阜)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다. 아주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전체를 돌아보는 데 반나절도 필요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 도시는 매우 특별한 곳으로, 동양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아, 공자의 고향이구나’라고 금방 생각할것이다. 어떤 이들은 한국이 중국보다 더 완벽한 유교 국가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한국은 정말 그런 나라일까?’ 한국과 나 사이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마도 나는 1990년 중국에서 ‘한류’를 처음으로 접한 선두주자 중 하나일 것이다. 일찍이 1997년 중국중앙방송(CCTV)이 <사랑이 뭐길래>라는 한국 드라마를 방영했을때 고등학생이던 나는 이미 한국 문화의 팬이 되었다. 두 가족 사이에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현실적이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이 드라마를 보려는 설렘 속에 일주일을 보내곤 했다.

존경스러운 한국 사람들
2006년 가을, 나는 산둥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국제정치를 전공하고 있었던 나는 이때부터 한국 정치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문적 관점에서 한국의 역사와 현재를 탐구하고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에 대해 점점 알아갈수록 한국이 정말 존경스러운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은 정말 똑똑하고 부지런하다. 현명하고 능력 있는 한국인은 미개발의 가난한 나라를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만큼 급속도로 발전한 국가로 만들어놓았다. 30년 이상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한 한국은 놀라운 신흥 산업국가 중 하나가 되었고, 지금은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이것이 전 세계가 널리 칭찬해 마지않는 ‘한강의 기적’이다. 한국인은 또한 자유와 민주주의의 열렬한 지지자다. 불굴의 정신을 가진 한국인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힘들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는 투쟁을 펼쳤다. 마침내 1980년대말, 개인 독재와 군사 권위주의 통치로부터 완전히 벗어났고,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이루어냈다. 경제 기적을 만들어낸 한국인이 또다시 정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 60년간의 이런 사실들은 한국인이 영웅적이고 위대한 사람들이며, 한국은 존경받을 만한 나라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친절한 한국인 교수님
대니얼 김 교수님은 내가 알게 된 첫 번째 한국인 교수님이었다. 2006년 9월 산둥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했을 때 한국인 교수가 전문 영어 과정을 가르칠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김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면서 나는 교수님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김 교수님은 참으로 존경스럽고 친절한 분이었다. 그는 고소득의 직업,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심지어 아직 환자였음에도 홀로 중국에 왔다. 그는 중국 교육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하였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분이 자신의 모든 급여를 중국 학생들을 돕기 위해 기부했다는 사실이었다. 또 다른 친절하고 훌륭한 한국인 교수님은 나의 지도교수이며 한국 외교안보연구원 명예교수인 박두복 교수님이다. 매우 따뜻하고 친절한 박 교수님은 한국의 저명한 원로학자다. 박 교수님은 도움을 청할 때마다 항상 가장 만족스러운 답을 제시해주셨다. 연구 방법에서 연구 내용에 이르기까지, 자료 수집에서부터 논문 작성에 이르기까지 박 교수님은 구체적이고 진실한 제안과 평가를 해주셨다. 그리고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말씀해주신 덕에 한국의 생활양식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고, 최상의 상태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경희대 정치학과장 유현석 교수님 역시 잊지 못할 분이다. 내가 처음으로 유 교수님을 방문했을 때 그분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나의 연구를 위해 편의를 제공해주기로 약속하셨다. 사실 난 그런 것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매우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끝없는 사랑
아주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경험하기 위해 한국에 갈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2007년 6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한국연구 펠로십을 신청했고, 운 좋게도 심의 과정을 통과했다. 재단 덕분에 나는 마침내 2008년 4월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오랫동안 간직했던 꿈이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한국에 올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다. 서울은 내게 자신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화려한 꽃과 무성한 나무, 깨끗한 거리와 신선한 공기는 모두 매력적으로 보였다. 지난 5월 재단이 주관한 3일간의 전라도 답사여행에서는 경기전의 장엄함, 5.18 국립묘지의 엄숙함, 낙안읍성의 고아함, 화엄사의 고적함 등을 체험하면서 한국의 장구한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생생하게 경험하였다.
또 연세-KF 한국학 포럼과 KF 문화센터의 문화 활동에 참여했고, 국립박물관의 한국사 관련 전시회도 관람하였다. 당연히 한국의 도서관들이 내게는 보물 창고이기 때문에 자주 가서 귀한 연구 자료를 많이 수집했다. 또 다양한 현지 조사를 통해 중국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한국에 관한 생생한 지식을 얻었고, 이런 것들이 앞으로의 한국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나 사이의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중 어떤것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것이 얼마나 오래도록 지속될지 정확히 모르지만, 나는 이 아름다운 사랑의 경험을 평생 간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