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만나는 한국문화:
한글의 아름다움이 세계의 감각과 접목되다
옷이나 가방에 들어간 외국어 디자인을 보며 멋스럽고 세련됐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쯤 있을 겁니다. 그것이 그 언어(혹은 그 언어를 쓰는 나라)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 언어 고유의 생김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한글을 접한 외국인들에게도 비슷한 마음이 드는 것 같네요.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한글이 이제는 새로운 디자인 소스가 되어 해외에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소위 패션계에서 말하는 ‘힙’한 아이템이 되었다는 얘기죠.
미국의 한 유명 패션 브랜드는 2017년 가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선수들이 착용할 단복을 공개했는데 그 중에는 ‘평창’이라는 한글이 프린트된 티셔츠도 두 종류나 포함되었습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고유의 디자인 위에 붙은 평창이라는 글자는 한국인의 눈에는 다소 심심하고 밋밋한 폰트였지만, 그들의 시선에는 제법 독특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었는지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후, 이내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명성을 쌓아온 벨기에의 패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는 한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운동화에 한글이 프린팅된 원단을 삽입했는데 그 안에 들어간 문구가 매우 특이합니다. 궁서체로 쓰인 ‘자연이 빚은 상주 곶감’이라는 카피였는데요. 함께 공개한 가방에도 ‘법성포 굴비’ 등 한국산 먹거리를 뜻하는 한글 프린팅을 활용한 것이 이색적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옷이나 가방 디자인에 그런 글이 들어갔다면 촌스럽다고 손사래를 쳤을지 모를 일이지만요.
이뿐만 아니라 얼마 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패션쇼 에서도 한 한글 디자인 가방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글로 ‘긴장하라’는 말이 새겨진 주황색 클러치가 이목을 끌었는데, 이는 영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 제품이었습니다. 이 가방을 만든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한글만 새겨 넣은 것이 아니라 제주 해녀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을 디자인했습니다.
이러한 활용은 한글의 내적인 의미보다는 외적인 미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세계적인 기업들이 한글 디자인에서 상품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단언할 수 없지만,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 콘텐츠, 한국 브랜드 및 상품의 대외 이미지 등이 한글 디자인의 확산에 큰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브랜드들은 자사의 제품에 얼마나 많은 한글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한국 기업들이 앞장서 제품에 한글 디자인을 쓴다면 훨씬 더 큰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한글을 더 예쁘게 쓸 줄 아는 건 한국인들이니까요.
글 김신영
사진출처: 랄프 로렌
사진출처: 아디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