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닮은꼴 음식: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새해 음식
2019년 첫날, 어제와 같은 하루지만 새해라는 큰 의미를 부여하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을까요?
우리의 새해 필수 음식은 준비 과정이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매끈하게 뽑아낸 가래떡을 얇게 썰어 떡을 준비한 후 뽀얀 육수 국물에 파를 송송 썰어 넣고 계란 지단을 올립니다. 여기에다 갓 담근 김장 김치를 곁들이면 충분하죠. 추위가 절정에 다다를 한 해의 시작점, 몸도 마음도 움츠려 들어 자칫 입맛을 잃기도 쉬우나 떡국의 뜨끈한 국물과 말랑한 떡을 한입 먹으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지역에 따라 떡국에 넣는 재료도 소고기, 닭고기, 꿩고기 등의 육류부터 굴, 미역 등 해산물까지 가지각색입니다만, 무엇으로 만들었든 떡국을 먹어야만 비로소 한 해를 시작하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다를 게 없습니다.
1월 1일부터 3일간 새해 연휴를 지내는 일본에는 3단이나 5단짜리 찬합에 설 전에 미리 찐 새우와 검은 콩, 멸치, 연근, 밤, 다시마, 청어알 조림 등 갖가지 요리를 담아 연휴 내내 먹는 오세치(Osechi)가 있습니다. 신년 연휴 내내 두고 먹기 때문에 대체로 쉬이 상하지 않는 음식들로 오세치를 구성하는데, 각각의 재료에는 깊은 뜻과 소원이 담겨 있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멸치는 수확과 결실을, 검은 콩은 건강을, 청어알은 자손의 번영 등을 뜻합니다.
미국은 새해에 호핑존(Hoppin’ John)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음식을 먹습니다. 동부콩, 쌀, 돼지고기에 양배추, 순무 잎사귀 등의 채소를 함께 끓여 먹는 음식으로, 갈색 동부콩은 동전을 상징, 푸른 채소는 지폐를 상징합니다. 실제로도 음식을 담은 그릇 아래에 동전을 놓고, 그것을 차지하는 사람에게 새해의 부와 행운이 돌아간다는 미신 같은 풍습도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돼지고기 혹은 돼지와 연관된 전통 음식을 먹는 나라들이 적지 않은데, 이탈리아는 예부터 돼지를 먹으면 풍요롭게 산다는 풍습이 있어 돼지 족발로 만든 소시지인 코테치노에 렌틸콩을 곁들인 코테치노 콘 렌티치(Cotechino con lenticchie)를 먹습니다. 렌틸콩 역시 재물과 부유를 상징하는데 새해 부와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은 동서양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독일 역시 돼지와 관련된 음식을 새해에 먹는데요. 중세 독일의 한자동맹(Hansestadt) 도시들의 주요 거래품목이기도 했던 마지 팬(Marzipan)입니다. 마지팬은 설탕과 아몬드 가루를 섞어 만든 과자로, 돼지고기가 들어가진 않습니다만, 행운을 뜻하는 돼지 모양의 마지팬 피그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지역, 인종, 세대를 떠나 사람들의 새해 소원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어찌 보면, 세계의 모든 신년 음식이 부와 건강이라는 똑같은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다른 음식에 담긴 같은 의미, 2019년 새해는 떡국과 함께 다른 나라의 새해 음식을 먹으며 새해 소망을 여러 번 빌어보는 건 어떨까요?
글 김신영
일러스트 정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