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원 국립국악원장 “국악의 외연을 넓혀 세계와 함께합니다”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가운데 국립국악원의 온라인 사업이 활발합니다. 해외의 한국문화원과 함께 선보이는 국악 콘텐츠들이 재외국민과 외국인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세계가 사랑하는 한국 문화의 바탕에 전통이 있고, 품격 있는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려나가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해외 한국문화원 등에 ‘일일국악’(Daily Gugak) 콘텐츠 배포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이 국악 감상으로 이어져
유네스코 등재 한국 무형문화유산 20개 중 12개는 국악 관련
국악의 세계 전파를 위한 시도와 국악인의 해외 진출 지원
안녕하세요. 최근 해외의 한국문화원에서 소개하는 국립국악원의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계시는지 소개해 주세요.
네, 이번에 해외 주재 한국문화원에 배포한 국립국악원의 콘텐츠는 ‘일일국악’(Daily Gugak)이라는 콘텐츠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만나기 힘들어진 연주자와 관객을 연결하는 온라인 공연이에요. 국립국악원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단원들이 출연해 연주 실황을 녹화하고 연주곡 소개와 짧은 인터뷰 등을 더해 총 21편을 제작했습니다. 국영문 자막을 입혀 해외 주재 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각국의 세종학당, 대사관 등에 배포했습니다. 특히 온두라스의 경우에는 문화예술청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에도 소개될 예정입니다. LA한국문화원은 자체 촬영으로 공연 해설을 더하고 교육 목적으로도 활용해서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국립국악원의 콘텐츠를 접한 해외 현지의 반응은 어떤가요?
댓글로 확인한 바로는 아름답고, 놀랍고, 공연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호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공연을 좋게 본 분들이 국립국악원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하는 생중계 공연도 관람하시는 것 같고요. 러시아, 인도, 뉴질랜드, 프랑스,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시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방역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점에 한국의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정신문화가 담겨있는 국악도 호평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악의 위상이나 국악인들의 생각, 작업 방향성 등에도 변화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물론입니다. 국악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그만큼 국악인들도 의지를 갖고 변화해나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잠비나이, 블랙스트링, 씽씽밴드 등은 이미 월드뮤직 분야에서 인정 받고 있는 국악인들입니다. 영화 <소리꾼>이나 <팬텀싱어3> 같은 TV 프로그램은 국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켰고 이날치밴드, 이희문, 송가인 등도 대중문화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전통이 아닌 길을 가면 국악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관점이 국악계에도 팽배했지만,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속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대중에게 국악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국립국악원은 이러한 시도의 바탕이 되는 전통을 국내외 대중에 더 깊이 있게, 친근하게 전하는 역할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공연 영상을 제작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파하는 과정, 국악 공연을 디지털화하는 데는 어떤 특성이 있나요?
우선 국악의 예술적 특징을 살려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특히 음악을 주로 다루다 보니 음향을 제대로 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무용수가 발 딛는 소리나 한복 자락이 흩날리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요.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악 연주는 서양음악과 달리 현을 누르고 흔드는 ‘농현’ 등 특유의 연주법이 있어요. 무용수가 팔과 다리를 곧게 뻗어 펼쳐 보이는 한국 전통 무용의 아름다운 선 같은 것들을 섬세하게 영상으로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랜선국악콘서트 ‘Gugak in 人’ 프로젝트는 국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국악 외 장르와 협업하는 전통예술가를 조명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Gugak in 人’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예술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체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예요. 총 30개 팀을 선정하는데, 일회성으로 공연 기회만 제공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공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뮤직비디오와 프로필 사진 촬영 등을 무상 지원하고, 공연 영상에 영어 자막을 삽입해 해외 한국문화원과 방송사 등에 배포하는 방식으로 홍보마케팅을 도울 예정입니다. 우수한 국악 단체와 콘텐츠를 발굴해서 국악의 풍성한 멋과 매력을 국내외 대중에 소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 외의 국제교류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전시, 연구, 교육 같은 분야에서 국제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음악박물관에서 한국음악 특별전을 7개월간 진행했고 국악기의 국제교류전도 추진해왔습니다. 국제국악연수 프로그램은 해외의 음악학자, 기획자, 예술가를 국립국악원으로 초청하는 행사입니다. 매년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해 세계 민족음악 관련 다양한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고요. 특히 2018년에는 유네스코 산하 국제전통음악학회 ICTM(International Council for Traditional Music)의 동아시아음악연구회(Music of East Asia study group meeting)를 개최했는데 한국인 최초로 국립국악원의 김희선 국악연구실장이 회장에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국악의 세계 전파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세요.
대한민국의 경제, 산업, 문화 발전은 세계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의 관심을 받는 한국 문화는 정신문화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정신문화의 근간은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이 20개인데 그중 국악 관련 유산이 12종목이에요. 자국의 전통음악을 천 년 이상 전승해온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국악의 가치를 세계에 알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한국의 대중문화와 더불어 품격 있는 전통 예술의 가치가 전해질 때 국격과 국가의 미래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악의 세계화를 위한 국립국악원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KF뉴스레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내년에는 국립국악원이 개원 7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간 전통의 계승과 전승에 주력하면서 내적 가치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국악의 외연을 넓히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KF의 다양한 공공외교 사업과 함께 국립국악원의 공연 및 교육 프로그램을 세계에 알릴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합니다. 국립국악원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국내외의 대중, 미래의 관객들이 국악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국악을 가까이 접하시면서 품격 있는 한국 문화의 정수를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