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 산책]
유연준 주임이 추천하는
2050 거주불능 지구
The Uninhabitable Earth
2050 거주불능 지구
The Uninhabitable Earth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 저 | 김재경 역 | 추수밭 2020 번역판)
“기후변화는 신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번영의 중심에 화석연료가 있었다면 몰락의 단초에는 기후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예측합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해의 영역으로 남아있기만 합니다.
그리고 2019년, 2020년, 2021년. 우리는 국제면에 심심치 않게 드나드는
500년 만의, 600년 만의 같은 거창하고도 진부한 수식어를 가진 폭염,
태풍의 기록들을 전해 듣고 무력감과 익숙함을 학습합니다.
우리는 흔히 상상하고는 합니다. 어쩌면 수많은 미디어가 그려낸 미래처럼
우리는 과학기술로 순식간에 판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다른
종들과는 다르게 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책은
기후변화는 우리가 예측한 것보다 불안하리만치 빠르고, 과학기술은
지나치게 느리다고 가능성을 일축합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화 속에
이야기를 모호하게 가둬두어 문제를 명확히 직시하지 못하게 돌리는 외면에
불과하다고 말입니다.
저자는 그간 기고한 수많은 칼럼을 바탕으로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변화를
객관적 지표로 수치화하여, 우리가 무의식의 장막 너머로 밀어 넣었던
현실감각을 일깨웁니다. 컴퓨터 혁명으로 생산성이 증대되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선진국에서조차 뚜렷한 생산성의 증대가 없었는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400년 뒤에나 완수될 에너지 혁명, 비트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 등을 신랄하고 때론 재치 있는 비유로
서술합니다.
이 책은 기후변화가 대공황처럼 우리의 삶을 순식간에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그것은 조용하게, 하지만 더욱 확실히 우리의
삶의 구석구석을 파괴할 것이라 주장합니다. 창궐하는 옛 전염병, 배로
늘어나는 분쟁, 1억 명의 기후난민, 자원의 고갈 등은 인도주의적인 문제를
발생시키며, 자본주의같이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체제까지 근원부터
뒤흔들 수 있을 정도의 가공할 연쇄성을 지니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암울한 전망을 남김없이 서술하는 한편, 이 책은 여전히
측정할 수 없는 불가해의 영역은 남아있고, 그것은 바로 우리의 선택이라는
희망을 전함으로써 목적을 분명히 합니다. 기후변화는 신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기에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불안정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력감은 체념이 아니며
오히려 항의의 표출이며, 죄책감은 아직 상황이 우리 손에 달렸다는 전제를
달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러니 우리는 그것을 연료 삼아 문제를
내재화하여 세상을 용기 있게 살아나가야 한다고 위로합니다.
예측된 빈곤, 상실, 그리고 재앙들이 보고서의 자간을 빠져나온 지금,
판도라의 상자에는 희망이 남았지만,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았는가, 혹은
무엇이 남아야 하는가, 이 책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 ‘아직’이라는
말이 불러오는 가능성처럼 우리에게는 아직 선택권이 남아있는 미래를
곱씹어보고, 다짐하기에 좋은 책이기에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