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재주 넘는 곰을 거부한다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2011년 K팝 가수의 수익 배분에 관해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그
주인공은 걸그룹 카라였다. 카라의 한승연, 니콜, 강지영 등 3인은 일한
만큼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카라는
동방신기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일본에서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투명하지 못한 정산 체계에 대해서 소속사에 이의를 제기했고 전속 계약
해지까지 요구하기에 이른다. 음반 판매의 수익 배분율을 보면 현지
유통사가 84%를 갖는다. 일본 레이블과 한국 소속사에 각각 8%씩 할당된다.
그렇다면 가수들에게는 얼마나 수익금이 돌아갔을까. 수익금을 지급하는데
신인의 경우 그 비율이 대개 0.5∼1%였다. 즉 일본에서 1년 동안 1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해도 가수가 갖는 돈은 많게는 1억 원, 적게는 5,000만 원
정도였다. 이는 예전 방식의 음악 유통방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유통 방식인 온라인 SNS라면 어떨까. 대표적인 사례인 구글을 살펴보자.
2012년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영상이 12억3000만 뷰를 기록했고, 구글은
8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400만 달러를
싸이 측에 지불했다. 400만 달러는 우리 돈으로 대략 42억 원 가량이다.
이는 오로지 유튜브 광고로만 벌어들인 금액이었다. 한편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스포티파이(Spotify)라는 글로벌 최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유튜브와 동일 수만큼 재생이 됐다면, 세 배인 126억 원을 벌 수 있었다.
이는 더 클 수도 있었는데, 스포티파이는 통상 1 플레이당 0.4센트를
아티스트 측에 지불하는데 1,000뷰로 환산하면 4달러로 일부 밴드는
1플레이 0.97센트, 1000플레이 기준으로 9.7달러까지 받았다. 그 뒤 2021년
3월 강남스타일은 40억 뷰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80억 원~120억 원의
유튜브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측되었고, 당연하게도 스포티파이 등의
수익은 3배 이상이었을 것이다. 현지 유통사에 대부분을 수익 배분하는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이익 할당 시스템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온라인 디지털 유통 플랫폼은 우리의 마당이 아니기에
여전히 많은 수익을 그들에게 내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마당을 온라인
디지털 공간에 만드는 것이 바로 ‘글로벌 팬덤 플랫폼’이다. 위버스,
유니버스, 디어유 버블(버블)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이용자는 대부분은 해외 팬들이다. 월 4,500원씩 돈을 내고 구독하는
이른바 유료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유료 구독자 수를
제외해도 월 300~500만 명의 이용자가 드나든다. 왜 이렇게 많이 드나들까.
그 이유는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앱을 통해
팬들과 연결해 소통하고, 이는 유료 구독 서비스화된다. 특히 1대 1로
아티스트와 팬이 만날 수 있는 채팅 메시지를 주고받는 형태의 플랫폼이
주목받았다. 실제 공간에서는 할 수 없는 소통이 온라인 플랫폼으론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유일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곳에서만 공개하는
사진과 영상, 메시지는 팬들의 관심과 선택의 열광적 집중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또한, 앨범은 물론이고 굿즈, MD 상품들이 구비되어 있다. 여기에 각
아티스트에게 맞게 특화된 예능 콘텐츠까지 갖춰져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노래나 퍼포먼스만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를 통해서 인간적인
매력을 더욱 배가하는 곳이다. 한편 성취감을 통한 실제 실현 심리도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일정한 미션을 달성하면 재화를
응모권으로 변환 시켜 온·오프라인 팬 미팅은 물론이고 팬 사인회, 나아가
콘서트 등에 참여해 아티스트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도 한다.
또한, 온라인 공연을 통해 방탄처럼 단번에 8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글로벌 팬덤 플랫폼의 궁극적인 목적이 바로 우리
스스로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해외의 가수들도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할 수 있다면 이번에는 그들이 재주를 넘는 곰이 된다.
이와 아울러 최근에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구조를 깨려는 주체적 목표가 작동하고 있다.
한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어느 나라보다 창의력이 풍부한 나라이다. 하지만
유통구조를 독자적으로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에 훌륭한 콘텐츠를 전
세계인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없었을뿐더러 그 수익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해왔다. 우리 스스로 통제력을 작동시킬 수 있는 마당을 구축하고 있을
때 우리의 아티스트들은 온전히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낼 수 있다. 기존의
물리적 공간의 음악 유통망은 한계에 있다. 이는 이미 TV 프로그램과
영화가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 플랫폼에 융복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빌보드나 스포티파이가 맹위를 떨친다고 해도 음악만 소비
유통하는 플랫폼은 한계가 있다.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콘텐츠가 풍부하게
구축된 팬덤 플랫폼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처럼 이용자들에게
수익을 분배하지 않는 폐쇄적 이익 시스템은 도태될 것이다. 논쟁 중이지만
P2E(Play to Earn) 모델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이며, 블록체인 기술을
유튜브 대안 시스템으로 언급하는 배경이다. 어쨌든 우리의 플랫폼들은
도도하게 바뀌고 있는 팬 커뮤니티 컬쳐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미 어워즈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나 빌보드 뮤직어워즈, MTV뮤직
어워즈처럼 팬 중심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더는 팬들도 돈만 지불하는
등골브레이커들이 아니라 이익과 성취물을 같이 공유하는 동반자적
구성원으로 거듭날 것이고 이러한 점은 K팝 플랫폼들이 반드시 꼿꼿이
지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