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한류를 위해
심영섭(영화평론가)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 대 유행은 전 지구적 삶의 전반에 태풍급의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20 한류백서>에 따르면, 한때 2020년도 극장
관객이 90%나 줄어들 정도로 영화 산업은 암흑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했다.
오프라인에서 여행의 기회가 대폭 줄어들고 각국 국경의 빗장이 잠기자 지구인들은 온라인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만들어낸 문화 콘텐츠 소비를 더욱 적극적으로 즐겼다. <대한민국정책 브리핑>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영화 수출 편수는 총 975편으로 2019년 대비 401편 늘었다고 한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전 세계적인 소비의 중심에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왓챠 등의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라는 환경적 요인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OTT 환경을 등에 업고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같은 해당 OTT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세계적인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례로 <오징어 게임>의 경우 2021년 9월 23일부터
46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1억 4,000만 명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 그 덕에 한류동호회 회원 수만 1억 명에 이르고,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딱지치기와 달고나 뽑기 같은
한국의 골목길 문화가 전 세계적인 문화적 유행이 되기도 했다. 또한 질적인 면에서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새로운 이정표를 써가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가
하면, 2021년과 2022년 배우 윤여정, 오영수가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조연상을 수상하여 국가 브랜드 제고에 톡톡히 기여했다.
콘텐츠별 양극화라는 그늘도 있지만, 코로나 19의 대유행은 한류의 전 지구적인 파이를 키우는데 기회가 된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향후 영화나 드라마와 연관된 한류의 선전이 유지 발전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글로벌 OTT를 타고 한국의 영화와 문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독일의 보수언론 <슈테른 Stern>이나 미국의 CNN의 지적처럼, 한국 영화와 미디어 콘텐츠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폭력성의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전 지구인들이 즐길 수 있는 유머, 휴머니즘, 가족, 모험 등의 다양한 한류 콘텐츠의 기획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우,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투자비 외에 한국 문화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범국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오징어 게임> 콘텐츠만으로 자회사의 주가 상승 등
‘253억을 투자해 1조의 가치를 창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가적인 어떤 이익도 한국 영화계에 배분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범정부 차원의 글로벌 OTT와의 제휴 전략이나,
자국의 OTT 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MZ세대를 위한 콘텐츠 길이와 형식의 축소, 즉 숏폼 전략도 2022에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숏폼은 1분 미만의 세로 영상을 일컫는바, 젊은 세대들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
유튜브를 통해 핸드폰으로 짧고 발랄한 콘텐츠들을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숏폼 전략을 발전시키면, 음악이나 게임 같은 여타 한류 콘텐츠와 숏폼 콘텐츠가 결합하는 융합전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류는 전 세계적인 플랫폼의 육성과 콘텐츠의 다양화가 알파요 오메가인 상황이다. 2022년 현재 디지털 생태계는 초 단위로 변화하고 있다. 증강현실의 도래와 메타버스를
통한 부가 캐릭터 체험, 그리고 숏폼의 유행을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글로벌 OTT 회사가 주도권을 갖기보다,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신한류 전략이 한국의 문화창작 생태계를
화려하게 꽃 피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