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통색으로 표현하는 민화와 궁중장식화의 아름다움
전미향 작가
1.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고, 교수로 재직 중 잠시 미국에 머물 때 조선시대 그림의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당시 제 머릿속엔 온통 민화밖에 없었어요. 그때부터 궁중장식화와 민화 작품의 우수함을 살리면서 현대에 맞는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작업에 전념했습니다.
2. 당시 처음 민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대학 시절 도자기 작품을 위해 관련 자료를 찾으면서 민화와 친숙해졌습니다. 진로 변경으로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도자기와 민화를 잊고 살았는데요. 미국 생활을 하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겨 한국에 돌아와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고마웠던 분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좋은 뜻이 담긴 민화와 궁중화를 그리게 됐습니다. 학창 시절 그렸던 민화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가슴이 설렜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예술을 알린다는 사명감과 철학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3. 민화와 궁중장식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민화 자체의 우수함도 있지만 그림 안에서 느껴지는 모더니티가 현대 예술 작품과 잘 맞아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궁중장식화는 민화처럼 자유롭진 않지만 상당히 섬세하고 우아한 화려함이 있습니다. 이런 민화와 궁중장식화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장수와 행복,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길상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지요. 민화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면서 갖는 내면의 평화,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을 같이 수행해 정신 세계의 성장과 함께 작품이 완성됩니다. 그것이 민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4. 민화와 궁중장식화가 세계 무대에서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전통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오방색’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색을 찾아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의 전통색에는 오방색(적색, 황색, 청색, 백색, 흑색)이 있습니다. 두 개의 오방색을 섞어서 10가지의 상생간색과 상극간색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또 색을 섞으면 수없이 많은 색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여러 색을 구조화해 색 상환을 만들고 이것을 작품에 적용하면 우리의 색, 나의 색이 만들어집니다. 이것은 저의 작품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민화가 그렇듯이 형식이나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표현 방법과 우리의 색으로 채색한 순수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미술은 많은 부분 서양의 기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것을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궁중화라는 하나의 예술 장르를 세계에 알리고, 제 작품 세계를 전달하는 일에 정진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아름다움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그날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5. 오방색 작업 외에 민화와 궁중장식화가 세계 무대에서 돋보이게 하기 위해 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전통색으로 표현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민화의 전통그림입니다. 그 속에 있는 단순하지만 강한 소재를 바탕으로 민화를 재해석한 것이 현대적인 미적 감수성과 부합하면 세계인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재해석해서 탄생한 우리의 전통그림을 미국, 일본, 프랑스에서도 전시하려 합니다 올해는 프랑스에서 전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 일본의 교류전를 많이 가지려 합니다.
6. 민화와 궁중장식화는 미술사조에서 아직까지 크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민화그림은 조선시대의 그림을 그대로 그려 표현한 것이라 한 시대의 사상과 창작성이 내포된 작품 예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정을 못 받는 듯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것을 세계의 예술로 자리매김하자는 생각으로 저를 비롯한 많은 민화 작가들께서 전통민화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기법 등을 현대적인 요소와 결합시켜 새로운 작품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서양과 전혀 다른 우리 고유의 색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궁중장식화에는 전통색으로 알고 있는 색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우아한 색이 쓰입니다. 오방색이 기준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의 색을 많이 만들어 표현하자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민화의 사상을 지키고 활용해서 자유로움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예술 세계와 맞아떨어지기도 하고요.
7.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한국전통궁중화 어진연구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궁중화의 우수성을 고증할 수 있는 자료를 찾고 어진을 재현해 우리의 것을 지키고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료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그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업에 들어갑니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많은 작가분들이 함께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민화를 재현하기도 하고, 새로운 창작민화를 작업하기도 합니다. 작가분들이 각자의 세계를 표현해 영혼이 있는 작품, 스토리가 있는 작품을 그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온 작품들을 함께 전시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발표하기도 합니다.
8.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말씀해주세요.
내년 초 부산에서 열리는 초대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술인만 인정하는 작품이 아니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전시를 계획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서도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미국 미술협회에 가입해서 활동하며 한국의 궁중화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