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팝 댄스학 책으로 펴낸 오주연 교수
1.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에서 무용이론 부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에서 퍼포먼스 스터디로 박사를 받았고, KF 교수직을 맡으셨던 오유정 교수님께서 박사 논문 심사위원으로 좋은 지도를 해주신 인연이 있습니다. 졸업 후 뉴욕의 해밀턴 대학에서 방문 조교수를 지냈으며, 올해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서 북미 한국인 최초로 무용이론 종신 교수로 임명됐습니다.
2. 지난 7월 미국에서 <K-pop Dance: Fandoming Yourself on Social Media>를 펴내셨습니다. 발간 후 미국 아마존 대중춤·커뮤니케이션 분야 신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요. 책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국내외 학계와 한류 문화 팬덤 모두에서 반응이 큽니다. 출간되고 한 달간 미국의 CNN, NPR에서 책 카피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파라마운트+에서 K-팝 콘텐츠 제작팀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국내 SBS, 아리랑TV, 국민일보, 중앙일보, 코리아헤럴드, 머니투데이, 파이낸셜 뉴스 등과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일본, 중국 출판사와 번역 판권을 논의 중입니다.
3. 어떻게 K-팝 댄스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책을 쓰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석기시대 동굴벽화의 춤추는 제의식에서 볼 수 있듯 인류의 역사는 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K-팝 춤은 인류의 문화와 역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 태동하는 수많은 대중춤 중의 하나입니다. 무용 역사적으로 그 형성 과정을 살펴볼 때 대중춤과 순수예술춤(무대에서 행해지는 발레, 현대무용, 한국 고전무용 등)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이는 춤은 사람의 몸으로 행해지는 것이고, 개인은 사회 여러 공동체에 속해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러한 경험이 자연스레 예술 창작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북미에서 공부하며 K-팝 댄스가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춤이라는 것을 보다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에 제가 공부하던 순수예술무용 이론에 북미에서 발전한 대중춤 이론을 접목해 K-팝 댄스를 이론적으로 정립하게 됐습니다.
4. K-팝 댄스가 현대무용의 한 장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교육의 방향과 스타일의 측면에서 대중춤이면서 동시에 현대무용 혹은 동시대의 무용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먼저 현대무용(modern dance)은 시대와 역사적으로 특정한 장르를 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유와 실험 정신을 추구하는 예술 사조를 일컫기도 합니다. 조금 다른 맥락에서 동시대의 무용(contemporary dance)은 현 시대에 진행, 창작되는 춤을 말합니다. 현대무용 및 동시대 무용의 범위와 장르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발전·확장되고 있습니다. 순수무용으로 분류되는 공연에 나타난 힙합과 같은 대중춤의 영향이나, 대중 뮤지컬 공연에서 클래식 음악이나 순수무용 발레 등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K-팝은 현대무용을 포함해 동시대 다양한 장르의 춤을 수학한 전 세계의 예술가, 무용수, 안무가, 연습생이 모여 한국에서 태동한 춤 장르이며, 현대무용이 추구하던 실험 정신 역시 종종 반영되어 있습니다. 사례 연구로 수록된 BTS의 경우는 실제 유럽의 현대무용단이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K-팝 안무에 참여한 국내외 안무가와 댄서 역시 대중춤과 현대무용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수학한 분들이 많습니다.
5. K-팝 댄스는 어떻게 진화되어 왔나요?
K-팝 댄스는 1980년부터 2020년까지 다양한 특징을 보이며 진화해 왔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1980년대 방송국 무용단의 통합된 안무 스타일에서 그룹 안무의 고착화, 솔로 무용수로의 분화가 이뤄지고, 2000년대 들어 선호되는 신체의 특징과 칼군무가 등장합니다. 2020년대는 소셜미디어에 적합한 형태로 상체, 얼굴 그리고 개인의 매력을 중시하는 안무로 진화하게 됩니다.
6. K-팝 댄스 팬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댄스 팬덤은 무용 역사에서 늘 있어 왔습니다. 춤은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다르게 이를 직접 따라하는 사람이 있어야 보다 널리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K-팝 댄스 팬덤의 특징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유행하는 춤답게 인종, 국가, 젠더, 지역을 떠난 초국가적인 파급력을 지녔다는 점입니다. 또한 정치적 행동주의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됩니다. 나아가 K-팝 춤 자체가 가진, 따라할 수 있고 따라하고 싶게끔 만드는 특징이 댄스 팬덤을 이끄는 큰 원동력이 됩니다.
7. K-팝 댄스 연구와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북미 최초로 책을 통해 K-팝 댄스학(K-pop dance studies)을 정립한 연구자로서 후속 연구를 통해 보다 다양한 안무가와 예술가의 특징을 세분화해 분석하고자 합니다. 차후 더 많은 K-팝 댄서를 만나 인터뷰하고 이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이론적으로 기록·정립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교육자로서 학문의 보편화에 힘쓰려 합니다. 힙합은 대학 교육과정과 문화, 역사, 예술 이론에 포섭된 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K-팝 댄스 역시 북미에서 소수 인종을 대표하는 대중춤으로 큰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강의하는 교양수업의 경우 2018년 18명으로 시작해서 K-팝과 다양한 춤들을 추가해 현재 300명이 넘는 학생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올겨울 뉴욕대(NYU) 퍼포먼스 스터디 학과 교수님의 초청으로 전공생을 상대로 K-팝 댄스 북토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2023년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공동 주최하는 하계 국제대학 CUS Summer Arts에서 최초로 K-팝 댄스 수업을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 LA와 서울에 있는 K-팝 에이전시와 기획사들을 통해 K-팝 댄서와 안무가를 초청 예술가(guest artist)로 섭외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북미 최초로 2023년 가을부터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서 3학점의 인문학 교양 및 무용전공 이론 수업 ‘K-팝 댄스’ 강좌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