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더작센주립 괴팅겐대학 도서관은 전 독일에서 5대 도서관중의 하나로 1734년 괴팅겐대학과 거의 동시에 건립되었다. 그 당시 유럽의 여느 도서관과 구별되던 것은 이미 하나의 학문적 도서관(academic library)으로 구상되었다는 점이다. 괴팅겐대학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도서관원들 중에는 예를 들어 독일동화를 처음으로 수집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 형제(Jacob과 Wilhelm Grimm, 1829-1837)도 속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말에 공폭으로 인하여 괴팅겐대학 도서관 건물이 많이 파괴되었으나 대부분의 도서관 장서들은 그래도 폭격의 손상을 많이 받지 않았다. 그래서 괴팅겐 대학도서관에는 18세기와 19세기의 문헌들이 비교적 많이 보관되어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자랑하는 것은 18세기 영어문화권의 자료라던가 동시기의 허다한 여행기행문(itineraria) 등을 들 수 있겠다.
독일에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와 같이 국립도서관이 없었다. 그 대신 각 주(州)에 역사적으로 유래하는 주립도서관이 있었다. 그 결과로 하나의 국립중앙도서관 대신에 주마다 여러 국립도서관이 병존하게 되었으며, 이는 도서관의 지방화를 가지고 왔다. 하나의 국립중앙도서관을 만들자는 계획도 있었으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해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1, 2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난 전후의 독일 도서관들은 재정난으로 외국출판물 구입에 있어서 막대한 경제적인 곤란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경제난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학문분야로 나뉜 외국출판물 전문구입 도서관제도이다.
전문도서관제도에 의한 수집자료 특화이 전문도서관 제도라는 것은 독일학술재단(Deutsche Forschungsgemeinschaft)이 어느 한 도서관에 특정 학문분야를 지정하여 그 도서관으로 하여금 이 재단의 예산지원을 받아(도서구입비의 3분의 2) 1930년 이후 출판된 외국출판물을 책임지고 구입하고 목록화하여 어떤 다른 독일의 도서관에서 (필요자가) 이 출판물을 요구할 때 대출 해 줄 수 있도록 만든 전 독일 도서관간 외국출판물 상호 대출제도이다. 이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문분야별 전문도서관제도의 힘을 빌어 최소한의 예산으로 1930년 이후의 외국출판물들을 가능한 한 모두 구입, 적어도 한 권은 독일 내 어느 도서관에든 소장되어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로 인해 독일에는 도서관간의 도서대출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 예를 들어 괴팅겐대학 도서관은 ‘받는’(대출해 오는) 도서관이 아니고 ‘주는’(대출하는) 도서관으로서 과거에 매년 50만 여 회의 출판물 대출실적을 기록하던 도서관이었다. 1930년 이전의 외국출판물 구입에는 독일학술재단에서 매년 별도의 재정지원이 나와 결여된 장서 충당에 사용된다.
괴팅겐대학 도서관은 약 20개의 학문분야를 지정받은 도서관으로 독일에서도 전문학문분야 도서관으로 그 이름이 높다. 이 20개의 학문분야 중에 우랄·알타이학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학문적으로 보더라도 괴팅겐대학은 세계 우랄·알타이학의 시초가 된다. 괴팅겐대학 도서관에서는 19세기부터 이 분야의 자료를 많이 모아왔기 때문에 1945년 이후 독일학술재단의 우랄·알타이학 관계 도서전문 구입 도서관으로 지정된 것이다.
1971년에 우랄학은 일반우랄학, 헝가리학, 핀란드학으로, 알타이학은 터키학, 몽골학, 만주·퉁구스학 그리고 한국학으로 재정의되었다. 한국학은 한국어, 한국문학, 한국민속학 등 세 분야를 담당하게 되었다. 독일학술재단이 독일의 전문도서관 제도를 기존의 학문적 분류에서 국가별 분류로 바꾼 결과로 국가 차원의 ‘한국’은 베를린의 국립도서관이 중국, 일본과 함께 담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 독일에는 두 곳에서 한국학 도서가 의무적으로 수집되고 있다.
독일에서 으뜸가는 한국학 장서괴팅겐대학 도서관의 한국학 자료 모음은 그러나 실질적으로 1975년부터 시작되었다.필자가 당시 도서관장의 부탁으로 2만여 마르크의 예산을 가지고 한국에 들러 한국학 자료를 구입하기 시작한 것으로부터이다. 한국학 원전 사료(주로 영인본)를 구입함으로써 한국학 장서의 기반을 닦았다. 1975년에서 2001년 필자가 은퇴하기까지 구입된 한국학 장서는 이미 10여만 권을 헤아리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250여 종의 시리즈와 정기간행물들이 스텐딩오더로 오고 있다.
이렇게 하여 괴팅겐대학 도서관의 한국학 장서는 전 유럽에서도 으뜸가는 도서관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학장서 중에서 특별자료 모음으로는 한국고소설 필사본의 마이크로필름을 들 수가 있다. 이 마이크로필름 모음은 독일학술재단의 재정협조로 이루어졌다. 세계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한국고소설 필사본을 마이크로필름으로서나마 그래도 한 곳에 다 모아보자는 계획이었다. 이 마이크로필름의 필사본 목록은 도서관용으로 발표된바 있으나 ‘콜라나(Collana) 문고’
1)에 다시 출판 할 예정이다.
괴팅겐대학 도서관의 한국학 자료는 거의 다 전산화되어 있다. 독일 도서관에서는 괴팅겐대학 도서관이 제일 처음으로 1970년도에 도서관 소장본들을 전산화하기 시작했다. 매년 네 번씩 발표되는 구입신간목록은 괴팅겐대학 도서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1990년 초에 괴팅겐대학 도서관은 네덜란드에서 개발한 도서관용 PICA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책을 주문할 때부터 모든 것이 다 전산화된다. 구입되는 한국도서들은 아직도 McCune-Reischauer의 한글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목록화 한다. 따라서 괴팅겐대학 도서관의 한국학 도서정보를 이용하려면 이 M-R의 표기법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괴팅겐대학 도서관에서 26년간 일을 하고 은퇴한 후 도서관에 자문을 하는 등 한국학 장서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필자의 후임으로는 Wolfgang Giella 박사가 우랄·알타이학 파트를 맡고 있으며, 한국학 도서수집 및 장서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성금숙 박사가 8월초부터 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