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한류 이끄는 캐릭터 산업
한창완((사)한국캐릭터학회 회장, 세종대학교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 교수)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글로벌 배급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수익을 장기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은 캐릭터 라이선싱 수익이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시리즈가 방영되고 있는 ‘스타워즈’는 강력한 세계관을 지니고 다양한 캐릭터 라이선싱 상품을 판매하는 대표적인 슈퍼 IP로, 미국 월트디즈니월드(WDW)에 스타워즈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이처럼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에서 시작된 캐릭터의 판타지는 100년이 지나도 소년과 같은 생명력을 지닌 미키마우스처럼 여전히 살아 있다.
한국의 캐릭터 산업은 1950년대 극장의 광고필름과 1960년대 TV 개국 이래 시작된 브랜드 마케팅과 광고에서 시작됐다. 진로소주, 럭키치약, 해태제과, 로케트 건전지, 곰표 밀가루, 빙그레, 오뚜기 등 브랜드 캐릭터에서 시작한 한국의 캐릭터 산업은 미국의 월트디즈니사와 일본의 ’헬로우 키티‘, ’이웃집 토토로‘ 등 인기 캐릭터 라이선싱 산업을 대행하며 발전한다. 국내 캐릭터 제작회사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국제저작권협회에 가입하고, 해외 캐릭터 라이선싱을 정식으로 계약 판매하게 된다. 이후 1990년대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해외 유명 캐릭터와 함께 ’아기 공룡 둘리‘, ’까치 오혜성‘, ’영심이‘, ’독고탁‘, ’달려라 하니‘ 등 국내 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고 상품으로 판매된다. 그러면서 국내에도 ‘팬시가든’, ‘아트박스’ 등 캐릭터 전문 양판점이 프랜차이즈로 확대된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의 경제 풍파 속에서 환율로 비싸진 해외 캐릭터를 대신해 인터넷에서 유통되던 국산 캐릭터의 반격이 본격화된다. ‘엽기토끼’로 알려진 ‘마시마로’, ‘뿌까’, ‘우비소년’, ‘졸라맨’ 등의 캐릭터가 디지털로 소개돼 인터넷에서 인지도를 높이며 국산 캐릭터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후 2000년대 초 국산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성공에서 비롯된 ‘뽀롱뽀롱 뽀로로’의 약진은 국내외에서 새로운 국산 캐릭터의 수익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가져온 소셜미디어의 이모티콘 캐릭터는 전 세계 네트워크를 구축한 네이버의 라인 프렌즈를 통해 국내외에 캐릭터숍을 확산시키고, 카카오 프렌즈의 상품들은 국내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 서비스 산업과 제조업 등에 활용되면서 그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집콕경제, 홈코너미(homeconomy) 시대를 건너오며 이제는 버츄얼 인플루언서까지 디지털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국산 캐릭터 산업은 기술 중심형 및 지능형 캐릭터로 혁신해가고 있다. 디지털 캐릭터는 이미 해외 유명 캐릭터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앞서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국산 캐릭터의 약진은 최근 차세대 한류 K-콘텐츠로 각광받는 해외에서도 그 인기를 더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K-팝, 한식(K-푸드), 화장품(K-뷰티) 등 인기 콘텐츠에서 비롯된 국산 캐릭터의 도전과 비전은 경제 선진국에서 문화 선진국으로의 비상이 가능하도록 그 속도를 배가하고 있다.
실제 대중의 호응과 인기 속에 성공한 콘텐츠의 장기적인 수익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를 더하는 캐릭터 IP 라이선싱의 성과에 있다. 한국 캐릭터 산업은 차세대 한류의 안정적 수익원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캐릭터 산업의 미래가 차세대 한류를 선도하는 K-콘텐츠의 실질적인 성과로 연계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때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는 메타버스의 가상 환경은 캐릭터의 산업적 공간과 대중성의 확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메타버스의 주체인 아바타 캐릭터는 실제 세계의 라이프스타일과 동일하게 실행 가능한 모든 활동을 가상 세계의 시간과 공간으로 표현해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보여준다. 메타버스의 성공은 실재하지 않지만 실재보다 더 실재같은 콘텐츠의 무한한 가능성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일상화시키는 데 있다. 한국의 캐릭터 산업은 이미 미래에 와 있으며, 그 방향과 기술의 진화는 인류 문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