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찰음식 세계에 알리는 우관스님
1.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했던 10대 시절에 친구의 권유로 청담 큰스님의 ‘마음’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서 ‘네가 네 마음의 주인’이라는 글을 보고 불교에 빠져 들어 20대에 불법의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날마다 감사하며 또 행복하게 오늘도 분주히 살고 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로서 하늘이, 세상이,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2. 지난 6월 사찰음식 전승과 보존 및 대중화에 탁월한 업적을 세운 점을 인정받아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으로 지정됐습니다. 사찰음식 명장이란 무엇인가요?
사찰음식 명장은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로서 사찰음식의 전문인을 일컫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의 귀감이 되어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사찰음식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사찰음식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곳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유익함을 준다는 마음으로 대중과 더불어 살고 싶습니다.
3. 2011년부터 조계종 사찰음식교재편찬위원과 전문위원으로 활약했고, 2013년부터 3년간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함께 조계종 사찰음식 표준교재를 만드셨지요?
맞습니다. 사찰음식 표준교재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전국에 계신 각각의 스님들과 각 사찰마다 음식의 전통과 조리법이 다르기 때문에 사찰음식을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교재 편찬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다섯 스님들(정관, 선재, 적문, 대안, 우관)이 주축이 되어 함께 이론과 실기를 논의했습니다. 각고의 노력과 회의를 통해 각자의 조리법을 서로 인정하는 과정을 거쳐 표준교재를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종단에서 운영하는 교육관에서 수업을 진행할 때 표준교재로 사용하고, 각 사찰에 분포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4. 2010년 제1회 뉴욕 한국사찰음식의 날 홍보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러시아, 벨기에 등 사찰음식 관련 해외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셨습니다. 2017~2019년에는 3년 연속 주뉴욕 한국문화원의 초청을 받아 사찰음식을 홍보하셨고요.
2010년 이후 주로 문화원의 초청으로 행사가 이루어져 각 나라의 대사와 오피니언 리더, 파워 블로거 등 현지인을 대상으로 사찰음식을 전시하고 강의했습니다. 실습과 시연, 시식, 체험을 통해 한국불교의 정신이 담긴 사찰음식을 소개했습니다. 한국 사찰음식 문화는 그들이 원하는 식문화에 잘 부합해 현지인들이 찬탄하며 열광하는 수준입니다. 한국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은 해가 갈수록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5. 한국 사찰음식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첫째, 일체의 육류나 어패류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기에 이를 금하고 있습니다. 둘째,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신채는 마늘, 부추, 파, 달래, 흥거(양파과)입니다. 맵고 냄새가 강하고 자극적이어서 음식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또 오신채는 혈기를 왕성하게 하고 몸과 입에서 냄새를 풍겨 수행인에게는 알맞지 않은 식재료입니다. 셋째, 약리 작용입니다. 사찰음식은 산중에서 자란 약용 식물을 이용해 오랫동안 세심하게 발전해왔습니다. 약용 식물은 영양 제공뿐 아니라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재료의 약리 작용에 대한 지혜가 풍성하고, 균형 잡힌 식단 구성으로 건강한 수행이 가능하도록 만듭니다. 넷째, 천연조미료만 사용합니다. 다섯째, 제철음식이 발달해 있습니다.
6. 국내 최초로 사찰음식 관련 영문책 '우관스님의 사찰음식 요리책'을 집필했습니다. 2019년에는 이 책이 미국 독립출판협회(IBPA)가 선정한 '벤자민 프랭클린 어워드' 2018년 요리책 부문 은상을 받으면서 한국 사찰음식의 우수성을 세계 무대에서 공인받았고요. 책은 어떻게 쓰게 됐나요?
2017년 뉴욕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미국에 방문했을 때 출판사로부터 영문 요리책에 대한 의뢰를 받았습니다. 제가 2010년 뉴욕요리학교(CIA)에 방문했을 때 도서관에 영문으로 된 한국 요리책이 없는 것을 보고 영문 요리책을 쓰겠다고 결심했는데, 마침 아주 좋은 기회가 찾아와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책이 출간된 후 최초의 영문판 한국 사찰음식 요리책으로 아마존에서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전해들었습니다. 지난해 벨기에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현지에 방문했을 때 어느 여성이 이 책을 들고와서 사인을 요청했는데 새삼 보람을 느꼈습니다.
7. 사찰음식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계획과 포부를 말씀해 주세요.
저는 현재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방향을 보며 사찰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함께 명상하고 수행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작은 꿈입니다. 또한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 사람이라도 더 건강한 삶으로 이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이 맑고 향기롭게 꽃 피울 수 있도록 남은 생을 펼치고 회향(자기가 닦은 공덕을 다른 사람이나 자기의 불과로 돌려 함께하는 일)하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