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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앙대학의 한국학 강좌 현황 및 전망

현재 프랑스에서 한국어 강좌를 제공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은 약 10여 개이다. 이 중 파리 7대학과 INALCO 기관에서는 한국학 학위가 제도화되어 있으며, 그 외 르아브르대학, 엑상프로방스대학, 리용 3대학, 보르도대학 등에서는 한국어 강좌가 학점이 인정되는 필수 혹은 교양과목으로 제공되고 있다. 루앙대학에서도 2005년 유럽대학 공통학위제(LMD: 학사 3년/ M석사 2년/ D박사 3년)와 학점 공동 시스템(European Credit Transfert System, ECTS) 도입으로 한국어 강좌가 학부과정 일반 교양과목으로 채택되어 전공과 관계없이 루앙대학 학생이면 누구나 한국어 강좌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어 강좌 창설 내력
루앙대학은 프랑스 북노르망디 지역의 도청소재지인 루앙시에 위치하고 있다. 700년의 전통을 지닌 대학으로 깡(Caen, 남부 노르망디) 대학에 행정적으로 부속되어 있었으나 루앙시(Rouen, 북부 노르망디)가 노르망디 지역의 심장이자 프랑스 경제 부강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1966년 국립대학으로 독립하게 되었다. 루앙대학은 과학기술대, 심리/사회/교육대, 인문사회대, 체육대, 법대/상경대, 의대/약대 등 6개 대학단위(UFR)로 나뉘어져 있다. 그 외 전문 교육 기관으로 에브르 과학기술전문대와 루앙 과학기술전문대, 평생교육원, 행정전문대 등이 있으며, 등록 학생인원은 총 25,000여 명에 달한다.
루앙대학 한국문화연구소는 한국에 관심을 둔 학내 교수진과 그 외 한불 관련 외부인들의 의지에 따라, 1996년에 당시 사회대학 쟝뤽 나엘 학장님과 주프랑스한국대사관 노르망디지방 명예대사 김양희 박사님의 추진으로 설립되었다. 설립 초기에는 세미나 위주의 활동 중심이었으나 1998년부터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어 기본 문법 및 회화 위주의 한국어 강좌가 마련되었다. 2000년도부터는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교류연구지원단으로부터 3년 동안 지원을 받아 강의를 운영하게 되었다. 2002년 나엘 학장이 루앙대학 총장으로 선출되면서 한국사회문화연구소 소장직에 사회대학학장 후임이신 제르맹 교수님과 김양희 명예대사가 공동으로 전임되었다. 2003년과 2004년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루앙대학의 한국학 지원이 중단되는 위기에 처했으나 나엘 총장은 연평균 30명도 채 안 되는 한국학 학생 인원을 위해 시간 강사를 채용하여 한국어 강좌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어 강좌 현황 및 발전 전략
필자가 루앙대학 한국어 시간 강사로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한국어 강좌 현지 상황 파악과 이에 따른 단기/중기/장기 전략 모색이었다. 한국어 강좌 실태 조사와 전략 연구를 위해서 크게 세 개의 범주를 정하였다.
첫째, 루앙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던 한국어 강좌는 학점이 부여되지 않는 교양 선택과목이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행정 관련 인사진과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한국어 강좌 학점인정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둘째, 한국어 강좌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였다. 한국어 강좌가 이들에게 전문 통역관이나 번역가, 한국어 언어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한국어라는 새로운 언어 발견과 한국 역사 및 경제, 사회에 관한 일반 교양강좌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 강좌 외에 한국 문화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학 학생들을 보유하는 전략을 취하기로 하였다.
셋째, 루앙대학 캠퍼스에 한정된 전략은 향후 한국학 발전 전략의 한계선에 이르게 된다. 캠퍼스 내에서 한국학 엘리트를 양성하여 이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사절단으로 활약할 수 있는 무대 조건을 조성하여야 한다. 루앙시 외 노르망디 지역을 넘어서 한국과 프랑스간의 파트너십을 다방면에 걸쳐 활성화시켜 양 국가간의 공유 영역을 넓혀 나가는 전략은 결국 한국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2004년 10월 1학기 한국어 강좌 수강 인원은 20여 명, 2학기 수강 인원은 47명이었다. 2005년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루앙대학을 해외 한국어강좌 지원기관으로 선정하였다. 작년 한국학 강좌 수강 인원은 총 142명이었으며, 올해에는 한 클래스 당 정원수를 35명으로 하고 한국어반과 한국문명반으로 분리하여 운영하고자 한다.


한국학 및 한국문화 관련 활동
한국 서예 강의
전년도 2학기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한국인 서예전문 화백 3명을 초빙하여 한국서예 강좌를 개설하였다. 이는 한국학 학생들이 서예의 기본지식 습득과 서예를 통한 한글습득을 주목적으로, 이를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친근감과 한국적인 정서를 고양하고자 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한국학 관련 세미나
한국문화와 역사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하나의 주제를 정하여 이에 맞는 한국영화를 선정하고, 포스터 제작, 전단 배포, 영화상영 전 세미나 주최와 상영 후 자유 토론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스스로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루앙시 아고라 한국영화제 창설 및 운영
영화평론을 도입한 한국영화 시사 세미나는 좀더 나아가 루앙시 제1회 한국영화제를 개최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5년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7일간 루앙시 고몽영화관에서 개최된 한국영화제는 루앙시 최초의 아시아 영화제로, 기존 북유럽영화제, 아프리카영화제, 이태리영화제 등과 비교해 볼 때 영화제 관련 전문인들과 관객들로부터 “한국영화제가 첫 해부터 인지도 영역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루앙대학 한국학 학생들이 이렇게 큰 영화제까지 조직할 수 있을 정도로 자발적 참여도와 조직성 그리고 강한 연대의식을 보였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겠다.

한불 교류 현황

알베르티니 루앙시장과 김영훈 제주시장은 2004년 10월 14일 양도시간의 교류 협정안에 서명을 함으로써 공식 자매결연을 맺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05년 1월 17일 부만근 제주대학교 총장 사절단이 루앙대학을 공식 방문, 양 대학간 MOU가 체결되었다. 2005년 5월 루앙대학 나엘 총장이 제주대학교 53주년 개교기념식에 참석, 양 대학간의 교류협정이 공식 체결되였다. 양 대학간의 교류증진 방책으로 제주대학교는 2005년 여름에 루앙대학 학생들을 위해 2주간의 어학 강의와 제주 탐방 프로그램을 특별 개설하였고, 16명의 루앙 동아리 그룹이 하계 연수에 참여하였다. 2006년 6월에는 루앙대학에서 제주대 학생들을 위해 특별 하계 프랑스 언어연수과정과 문화탐방 프로그램을 창설하여, 총 19명의 연수단이 루앙을 방문하였다. 하계언어 및 문화탐방 집중 연수 교류가 성공리에 이루어져 향후 격년제로 그룹 연수 교류를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비평과 격려의 미덕
비평 의식이 어떤 체제를 연마하는데 필요한 요소라면, 호평이나 격려의 미덕은 그 체제의 진보를 위한 촉진제가 된다. 기획과 실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대적 소명의식과 자부심을 북돋는 것이다. 루앙에서의 한국 열풍은 한국어와 한국문화 강좌를 듣고 있는 학생들이 현 프랑스 사회에서 결핍되어 있는 연대적 소명의식을 한국 동아리 의식으로 동화하여 근시안적 지역사회 이슈를 넘어 거시안적 세계 문화 사회의 진보와 공유를 위해 자신들도 뭔가 공헌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라이트 모티브로 삼아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데 의의가 있겠다.
루앙대학의 한국학 강좌는 한국어 강좌와 한국문화 강좌 두 과목이 사회/심리/교육대와 체육대 학부과정생들에게만 학점이 인정된다. 여타 학과 학부과정과 석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학점부여의 혜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수 신청하여 강의를 듣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한국학 수강 인원이 급증하였다 하여도 대학 내에 한국어 강좌와 한국문화강좌 두 과목만으로 한국어과를 독립적으로 신설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루앙대학의 한국어와 한국문화 강의는 아시아학으로는 유일하게 제공되는 강좌이다. 향후 루앙대학은 한국학 강좌 이외에 중국학과 일본학 강좌를 후속 신설하여 이를 북동아시아 학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북동아시아 학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프랑스 교육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 중국과 일본측 관련 기관의 협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21세기는 열린 세계문화시장을 어떻게 점유할 수 있는가에 따라 한 국가의 경쟁력이 평가될 것이다. 현재 한국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해외 한국학 증진 사업은 세계 곳곳에 한국문화의 터전을 닦아 한국의 유형 및 무형 상품의 인지적 가치를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외국인 한국학도의 양성을 통해 결국 민간 외교 엘리트 계층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선견지명에 입각한 진취적 정책이라 하겠다. 하지만 아무리 바람직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현지 실정에 맞는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이 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서로 뜻을 전한다는 것이다. 1백 여명이 넘는 프랑스 학생들이 분주하게 한국영화제를 준비하는가 하면, 한국학 관련 세미나를 조직하기도 하였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문화를 알리며 한국인으로서 국위선양을 한다는 대의명분보다도 한국이 해외에서 자부심 강한 문화선진국으로 설 수 있게 평생을 바쳐오신 분들이 일궈놓은 터전에, 우리 루앙동아리 학생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열매를 맺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①루앙대를 방문한 재단 권인혁 이사장과 한국학 강좌 학생들 ②한국서예강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