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과 K-콘텐츠의 맛있는 컬래버레이션
지유리(농민신문사 기자)
지난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요리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비빔밥’이다. 우리나라 음식이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뿐일까. 미국의 유명 대형마트에서는 냉동 김밥이 ‘오픈런’을 일으킬 만큼 인기를 끈다. 김치시즈닝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툭하면 매진일 정도로 높은 판매고를 올린다. 한식의 위상이 대단하다.
한식이 주목받은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80년대 김치가 해외 수출길에 올랐고 일본, 중국 등 현지에 한식당 여럿이 문을 열어 현지인을 위한 먹자골목을 조성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한식 열풍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선 김치, 비빔밥, 불고기 등 몇몇에 국한됐던 메뉴가 다양해졌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해외 18개 도시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식 1위로 치킨이 꼽혔다. 라면이 그 뒤를 이었다. ‘한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음식이 ‘K’자를 달고 사랑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진출한 우리나라 만두는 원조국인 중국과 모양과 맛이 다르다면서 ‘덤플링(Dumpling)’이 아니라, 우리말 그대로 ‘K-만두’라는 이름이 붙었다. 뚱카롱(필링을 두텁게 채운 마카롱)이나 크로플(와플기계로 납작하게 구운 크루아상)처럼 우리나라에 들어와 색다르게 변주된 음식마저 ‘K-○○’이라 불리며 한식 대접을 받는다.
변화의 배경에는 K-콘텐츠가 있다. 해외에서 K-드라마·영화가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드라마에 나온 음식이 자연스레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이 음식을 먹고 마시는 모습은 단순히 한식 메뉴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식문화’를 전파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치맥이 대표적이다. 2013년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서다. 당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여주인공 천송이가 치킨을 좋아했는데, 종종 한 손에 치킨, 다른 한 손에 맥주를 든 장면이 나온 것이다. 드라마는 동남아시아에서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화제가 됐고, 곧이어 치맥은 ‘힙하고 세련된’ 최신 K-식문화로 자리잡았다.
요즘은 ‘삼쏘’란 말이 유행이다. 가수 박재범이 소주를 출시하면서 한국 술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더불어 인기 K-팝 가수와 배우들이 예능에 출연해 ‘삼겹살엔 소주’ 조합을 추천하자 관심의 불이 활활 타올랐다. K-콘텐츠 팬이라면 ‘한국 회식=삼쏘’라는 공식을 꿰고 있을 정도다.
동남아시아에서는 MBC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약과와 함께 ‘K-레트로’, ‘할매니얼(할머니 입맛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이라는 말이 현지 10~20대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튜브, SNS와 같은 플랫폼은 한식을 먹는 것에서 ‘체험하는 것’으로 진화시켰다. 유튜버가 직접 한식을 요리해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으면, 이를 본 구독자가 한식을 따라 만들고 인증샷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린다. 해당 게시물에 ‘좋아요’를 클릭한 팔로워들은 또 다른 K-푸드 콘텐츠를 찾거나 한식당에 가볼지 모를 일이다.
한 라면 회사의 볶음면은 명백한 유튜브 먹방의 수혜자다. 극한의 매운맛을 내세워 ‘챌린지 먹방’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해외 유튜버들은 일부러 견딜 수 없을 만큼 매운맛을 먹고 괴로워하거나 혹은 이겨내는 모습을 전 세계 구독자와 공유한다. K-매운맛이 낯선 것을 경험하고 한계에 도전하기를 즐기는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너도나도 챌린지 먹방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 결과 이 볶음면은 2023년 9월 기준 53억봉지를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유튜브의 무한 알고리즘이 한식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액은 91억 6,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2조 2,798억 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2’, ‘스위트홈3’가 공개된다. 두 시리즈의 전작 모두 글로벌 흥행순위가 꽤 높았다. K-팝 가수의 활약이야 따로 짚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K-콘텐츠라는 튼튼한 날개를 단 한식은 올해 더 높이 비상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전문가 필진이 작성한 글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