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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 브라질에 한국 패션 문화의 독창성을 알리다

한국 패션의 우수한 조형적 문화 예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난 14년간 국내외에서 매년 의상을 매개체로 대중과 소통하는 패션아트 전시회를 개최해온 한국패션문화협회가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 건축박물관의 초청으로 7월 7일부터 27일까지 한•브라질 수교 50주년 기념 패션아트전시회 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의 전통성과 예술적 창의성이 결합된 패션아트 전시를 통해 해당국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국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어 한국 문화 예술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고 상호 국가 간의 이해를 돕는 데 의의를 두었다. 특히 브라질 전체 의류산업의 중심지인 상파울루는 한국 이민자들에게 산업의 주요 섹터여서, 이들에게 패션과 관련된 자국의 문화적 뿌리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시각으로 패션산업에 진입하기 시작한 교포 2세들에게 IT 강국이면서 문화 강국으로서의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이 전시의 부수적인 목적이었다.



한국 패션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한 철저한 준비 작업
전시장은 상파울루 주가 자랑하는 유서 깊은 스페인풍의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그 자부심이 대단하여, 전시 초청을 받기 위해서는 그간의 해외 전시 도록들과 참여 작가들의 프로필, 대표 작품 등이 박물관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했다. 대부분 대학교수들과 저명 디자이너로 이루어진 협회 회원 중 이번 전시회 작품 출품자는 47명이었고 작품은 50점이었는데, 박물관 측은 자료 검토 후 기꺼이 전시회를 초청하겠다고 알려왔다. 해외전 중에서도 지구의 반대편에서 이뤄지는 행사는 처음이고, 전시 작품도 평면이 아닌 입체인 까닭에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우선 최현숙, 서봉하, 정재우 세 교수가 선발대로 모든 작품을 가지고 먼저 도착해 사진으로만 본 전시 공간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개막일에 맞춰 도착할 14명의 작가를 대신해 작품들을 사전 설치하기로 했다. 만 하루를 넘는 비행 끝에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만 푼 채로 전시장에 도착하니 우리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다. 박물관 측과 계약한 현지 프로덕션 회사는 전시장 벽, 전기, 개막 행사 무대, 배너, 포스터 등인프라를 준비하기 위해 모여 있었고, 상파울루 한국 총영사관 직원들은 통역 및박물관 관련 업무를 도와 주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브라질 한인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상파울루 한인미술협회장 및 교포 2세 젊은이들 역시 우리를 돕기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3개의 전시실로 이뤄진 각각의 공간에 적합한 콘셉트를 정하고, 작품을 어떻게 배치해 이들을 적절하게 표현할지에 대해 선발대 교수들과 열띤 토의를 벌였다. 그리고 그 후 3일에 걸쳐 우리의 고된 육체 노동이 시작되었다. 작품 포장 풀기, 보디 조립하기, 작품 다림질하기, 작품을 벽에 부착하거나 보디에 입히거나 천장에 매달기,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재배치하고 간격 조정하기 등등. 사다리에 무수히 오르내리는 일은 당연지사, 손에는 핀 자국, 테이프 자국 등이 그득하고 밤이면 요통으로 고생이 심했다.
세 전시실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각 방은 전시 형태에 차별화를 시도했다. 테라스에 면한 중앙 전시실은 한국 패션 문화의 뿌리로서 과거와 역동하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회원 김혜순 한복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온통 손자수로 재현한 전통 혼례복과 궁중 복식, 남녀 아동 돌복이 정면에 자리 잡았고, 양측 벽 쪽으로는 전통 복식의 화려함을 보완하도록 검정과 회색을 기조로 간결한 조형성이 돋보이는 현대 작품들을, 그리고 정면을 마주보는 벽에는 서울대 고현석교수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물 의상 쇼를 재현한 ‘디지털 클로딩 패션쇼(Digital Clothing Fashion Show)’를 현지의 LG와 삼성이 협찬한 대형 TV 모니터에 계속 상영하여 패션의 미래를 나타냈다.
제2전시실은 특히 비비드 컬러를 중심으로 장식성과 디테일이 두드러진 작품을 보디에 입힌 형태로만 전시했고, 제3전시실은 공간에 매다는 작품 위주로 구성하면서 작품이 지닌 유동성(fluidity)과 소재의 대비에 주안점을 두었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도록은 수교 기념 행사임을 고려해 브라질 국기 색인 노랑과 초록을 주조로 했는데, 박물관 측에서는 도록 자체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흥분과 기쁨 속에 진행된 한국 패션아트전시회
7월 7일 저녁 7시의 개막 행사는 박물관과 총영사관이 초청한 VIP만 200명 이상이 참석하여 주최 측도 유례가 없을 정도라고 흡족해할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상파울루 주립교향악단 내에서 유일한 동양인 첼리스트인 도진주씨가 주축이 된 트리오 연주는 높은 예술적 안목을 지닌 서구 외교단의 찬탄을 자아냈다. 교포남녀 성악가들의 특별 공연으로 한국 가곡이 박물관 뜰에 울려 퍼지자 지구 반대편 상파울루에서 패션과 음악,건축 그리고 브라질과 한국이 하나가되는 감동적인 순간이 펼쳐졌다. 그것을 목격하는 기쁨은 그간의 노고를 충분히 잊게 해주었다.
이어서 전시 개막이 있었는데, 너무나 많은 관객의 질문과 감탄 속에서 한국 패션 문화의 전령으로 우리가 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인지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열린 리셉션 행사에서는, 현지에 있는 각국 총영사들과 문화계 인사들이 끊임없이 한국 패션 문화에 대해 감탄하고 질문하는 바람에 멋지게 차린 음식도 입에 댈 시간이 없었다. 선발대를 제외한 나머지 작가들은 낮에 도착해서 겨우 몸단장을 하고 개막식에 나온 터라 매우 피곤했지만, 외교단을 비롯한 VIP들이 밤 11시가 넘도록 현장에서 이 행사를 주제로 담소하고 있어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다음날은 한인 교포 사회와의 교류 행사로 ‘차세대 의상 디자이너를 위한 패션 포럼’이 예정되어 있어 개막일의 흥분과 기쁨은 그날 밤으로 마감해야만 했다.
참여 작가들에게 이번 전시는 세계 속에 한국 문화의 위상과 패션아트를 통한 국제 문화 교류의 의의를 재확인하게 해준 뜻 깊은 계기가 되었다. 또한 브라질에 거주하는 한국 이민자들에게 이번 전시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었으며 한인 2세들에게 얼마나 큰 자극과 격려가 되는지를 현지 언론 보도와 전언들을 통해 들으면서, 패션아트의 세계를 향한 진취적 모색이 더욱 강화될 필요성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