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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와 한미의 전략적 협력에 관한 모색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지난 5월 3일과 4일 이틀에 거쳐 제4차 서울-워싱턴 포럼을 워싱턴 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개최하였다. 첫날은 공개 토론회로 진행되었고, 둘째 날은 비공개 회의로 세 패널이 조직되어 진행되었다. 이번 회의는 특히 천안함 사태와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및 북중 정상회담 기간과 겹쳐 많은 전문가들이 급변하는 한반도 사태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기존의 서울-워싱턴 포럼이 한미동맹, 혹은 북핵 문제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다면, 이번 포럼은G20 정상회담과 글로벌 거버넌스, 그리고 동아시아 정세의 변화 및 한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새롭게 다루었다. 또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여 북핵 문제를 다루었다.
한국 측에서는 국제 정치 및 동아시아와 북한 전문가, 경제학자, 국회의원, 재계 인사들이 고르게참여했다. 미국 측에서도 동아시아 및 한국 전문가, 정부 인사 등 다양한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다.

G20 정상회담과 글로벌 거버넌스
회의에서 첫 번째 주제로 다룬 것은 G20 정상회담과 새로운 모습을 띠어가는 글로벌 거버넌스였다. 한국은 G20의 회원이자 의장국이며 금년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담의 개최가 예정되어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경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관리하려는 움직임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있는 가운데 G20의 위상과 향후의 임무 등이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 측 발표자와 미국 측 전문가들이 G20의 위상과 전망, 특히 한국의 역할에 관해 많은 의견을개진했다.
한국은 한편으로는 경제위기를 해결하고 새로운경제위기 재발을 막는 금융 질서를 새롭게 확립하는 데 일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도상국의 지위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모범적 성장 국가로서 G7의 선진국과 많은 개발도상국을매개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기존 G20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서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세계경제 질서, 특히 금융 질서의 발전 과정에 관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2008년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 출구 전략을 모색하면서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경제위기 이후 변화하는 지구 질서도 새로운 주제로 대두했다. 특히 경제위기를 겪은 미국의 전반적 힘이 약화되고 있지 않은가, 그에 따라 지구 질서도 변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도 저변에서중요한 문제의식을 형성했다. 미국 측 전문가들역시 미국의 위상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으며,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역할에 관해다각적인 전망을 표명했다.

동아시아 정세 변화 및 한국의 동아시아 전략
두 번째 주제는 경제위기 이후의 동아시아 그리고 중국의 부상 등 새로운 요소들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동아시아에 관한 것이었다. 경제위기는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불러왔고, 이는 지구적으로뿐 아니라 동아시아 차원에서도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었다. 특히 중국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른바 G2라는 담론도 형성되었다. 이번 회의는 경제위기와 중국의 부상이라는새로운 요소들에 의해 빠른 속도로 변화해가는동아시아 국제 정치의 새로운 모습을 조명하고자 했다.
중국은 경제위기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질서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를 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기존의 금융 질서 등을 비판했다. 회의에서는 중국의 경제적 역할에관해 새롭게 조명하고, 경제위기가 중국의 역할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대미•대중 전략과 동아시아 전략에 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전개되었다. 동아시아는 근대 이행과 근대 국제 정치 그리고 새로운 초국가적 이슈로 정의되는 탈근대적 현상을 동시에 겪고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 각국가들은 많은 문제들을 동시에 슬기롭게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최근 모든 국가들이 다양한 동아시아 다자주의구상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한편으로는 다자적협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각 국가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다자주의 발전을위해 개선점이 많다는 논의들이 펼쳐졌다.
한국과 미국은 모두 동아시아 다자주의에 관해많은 노력과 기대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한미 간에 공통된 동아시아 다자주의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제기되었다. 특히 한미동맹이 다루는 이슈 영역과 지리적 영역이 광범위해짐에 따라 보다 복합적인 동맹으로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했고, 이러한 동맹 전략과 동아시아 다자주의 전략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점이 강조되었다.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
세 번째 주제는 북핵 문제의 전개와 향후의 북한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의 천안함 사태와 관련하여 한반도 군사 상황에 대한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으며, 한반도의 군사적 안정을 위해 한미간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함이 논의되었다. 천안함 사태가 향후의 북핵 문제 해결 과정, 6자회담의 재개 과정에 미칠 영향에 관해 한미 간에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한미 양국이 과거와 같이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을 추구해야 할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한미 양국의 전문가들은북한의 현재 경제 상황, 김정일 정권의 안정성, 후계 구도의 진행 과정 등에 관해 총괄적으로 분석하면서 향후 북한의 핵 전략, 한반도 전략, 대미 협상 전략의 전개 과정을 논의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의도 및 향후 북중 관계의 전개 과정 등에 관한 논의와,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관해 취할 전략 노선에 관한 토의도이어졌다. 북한은 중국과 관계를 통해 안정된 후계 구도를 정착시키고자 하고, 경제위기 극복을위해서는 중국의 경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논의되었다. 중국의 책임 있는 강대국의 역할이 향후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며, 한미 양국은 중국과 협력 체제를 다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점에 관한 토론이 이뤄졌다.

이번 회의는 한반도 문제를 넘어 동아시아와 지구 문제에 관해 한미 양국이 포괄적으로 논의를전개했다는 점에서 새롭고 의미 있는 회의였다.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 역시 한국에 국한된 논의를 넘어 동아시아 전반과 세계경제 질서에 관한나름대로의 견해를 표명했고, 이 과정에서 한미 양국의 전략적 협력의 내용과 무대가 점차 확대되는 과정에 관해 활발한 토론이 펼쳐졌다. 한국의 전략적 역할에 관한 새로운 모색이 이뤄졌다는 점도 평가할 만한 부분이며, 향후 G20, 6자회담, 동아시아 다자주의 등 중요한 사안에서 한국이 추구해야 할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점에서도 매우 뜻 깊은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