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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의 글로벌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

지난 6월 25일 서울에서 제25차 KF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도쿄대학교의 하마다 준이치 총장이 ‘세계화 시대 고등교육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쳐 국제화 시대에 한일 양국 대학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해주었다.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도쿄대학교는 최근 현대한국연구센터를 개설했다. 하마다 총장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도쿄대학교에 한국학을 연구하는 센터를 설립한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고, 앞으로 펼쳐질 이곳의 활동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한 이 센터가 앞으로 ‘체계성’, ‘현대성’ 그리고 ‘조직성’을 가지고 한일 간의 상호 이해와 협력에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25차 KF 포럼을 위해 한국을 찾은 하마다 총장은 한일 고등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심도 깊은 강연으로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학의 글로벌화, 개념의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
하마다 총장은 강연에서 눈에 보이는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우리가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부문까지 급속한 국제화가 진전되고 있다고 말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기관의 세계화는 필연적이라고 진단했다. 하마다 총장은 “대학의 글로벌화가 단순히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고 재학생을 외국에 내보내는 데 치중해서는 곤란하다”며 대학의 글로벌화 개념이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국토 면적이나 언어의 한계 그리고 균질적 문화 등의 특징을 지닌 한국과 일본의 대학은 글로벌화가 지상 과제인데, 양국 공히 공통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 대학교가 극복해야 할 세 가지 공통 과제
하마다 총장은 한일 양국 대학교가 극복해야 할 공통 과제로 첫째 조직화의 필요성, 둘째 고등교육 국제화 이념의 정립, 셋째 교양 교육의 강화를 들었다.
먼저 ‘조직화의 필요성’에 관해 역설하며 하마다 총장은 지금까지 대학의 국제화는 특정 교수, 학생 등의 개인적 노력과 욕구 그리고 인간관계에 의존한 측면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담당 교원이 없어지면 국제 교류 자체가 단절되는 현상이 비일비재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대학 국제화는 개인 차원이 아닌 대학차원에서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해야 교수의 개인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 간 연구 성과의 공유와 학생 교류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마다 총장은 도쿄대학교가 사무국 대학을 맡고 있는 G8/G20 대학 서미트(University Summit)가 조직화된 국제 교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 대학과 복수 학위를 운영하는 것도 중요한 국제화 프로그램임에 틀림없으나 대학 차원에서 어떻게 교육의 질을 보장할 것인가를 조직적으로 검토하며 추진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하마다 총장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대학들은 통일적 학위 체제 구축에 나선 유럽의 ‘볼로냐 프로세스’ 같은 조직화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하마다 총장은 ‘고등교육의 국제화 이념의 정립’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그는 사실 대학에서 국제화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서양의 선진화에 대해 동경하며 지식과 기술을 재빨리 수입해서 근대화를 이루어냈지만, 이는 ‘따라잡기(catch-up)’를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거치다 보니 스스로 상상력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개인의 창조성과 상상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화를 ‘이념’적 측면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고, ‘국제화’와 ‘다양성’을 어떻게 연계하느냐에 따라 ‘따라잡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제화의 본질은 이질적인 생활 습관, 가치, 발상, 문화, 이념 등을 지적으로 습득하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양성’과 맞부딪힐 때 창조성이 길러진다면서 이것이 바로 도쿄대학교 국제화 이념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마다 총장은 마지막으로 ‘교양 교육의 강화’를 강조하면서, 교양 교육이야말로 대학의 국제화에 매우 중요한 축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오늘날 일본 국립대학교에서는 교양 교육에 대한 재평가가 매우 활발하다고 하면서, 도쿄대학교는 타 대학교와 달리 학생들이 2학년 때까지 교양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방식의 교양 학부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교양 교육은 문명의 역사에서 축적된 지혜와 세계 지식의 결정체를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역할에 큰 기대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하마다 총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영어 강의의 확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대학원을 중심으로 영어 강의만으로도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으로 한일 양국의 학생들이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까지 배워서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러한 국제화 추진에 있어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역할을 크게 기대한다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