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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50년, 포르투갈 전자음악 앙상블 초청공연

KF 갤러리 오픈 스테이지 VI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악 속으로  우정 50년, 포르투갈 전자음악 송다르뜨 일렉트릭 앙상블 초청공연

플룻, 첼로, 피아노 등으로 구성된 앙상블의 등장은 여느 음악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연주가 시작되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음악이 귀에 와 닿는다. 낯설고, 기이하고…,그래서 호기심이 가는 음악들. 과연 이런 소리가 우리에게 익숙한 플룻과 첼로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날카롭거나 미세한 소리들의 조합이 관객들에게 남다른 호응을 이끌어 냈다.

낯설었지만 실험적인 음악에 호응도 높아

포르투갈 전자음악 앙상블인 ‘송다르뜨 일렉트릭 앙상블의 공연은 이렇게 낯설게 시작되었다. 작곡가 미겔 아즈기므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 그는 관객들에게 “처음에는 기이하게도 들리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미래지향적인 새롭고 독창적인 연주에 귀 기울여 달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처음으로 연주된 곡은 ‘오리엔트’. 한국 작곡가인 최지연 씨의 이 곡은 작곡가가 경주를 방문했을 때 석굴암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라고 한다. 그녀가 이 곡에서 나타내고 싶었던 것은 ‘수많은 미세한 움직임이 압축되고 흡수되는, 동양의 에너지에 대한 상상’. 곡의 설명대로 연주에서는 고요한 산사에서나 들을 수 있는 작은 울림과 미물들의 움직임, 불상에 맺혀 흐르는 물방울들, 한 마리의 새가 푸드득 날아가는 듯한 놀라움 등으로 재해석되어 표현되었다.
두 번째 곡은 사회를 맡았던 미겔 아즈기므의 곡. 그런 만큼 작곡가 스스로가 하는 곡의 해설을 자세히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누 오쿨투 프로푸수’(No Oculto Profuso)는 한국어로 ‘풍요 속에 감춰진’ 이라는 뜻인데 클라리넷과 라이브 일렉트로닉스가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작곡가의 설명에 따르면 “D의 화성적 스펙트럼과 동일한 스펙트럼을 주파수 변조와 주파수의 대역폭이 변화하는 ‘주파수 편이’를 통해 다양하게 변형시킨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24명의 현대 작곡가들이 참여한 곡 선보여
이날 연주회의 클라이맥스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곡이었던 ‘카다브르 엑스키(우아한 시체)’ - 카다브로 엑스키란 작곡방법은 작곡가들이 서로의 작업을 모른 채 개별적으로 작품을 진행한 후 모자이크 형식으로 곡을 완성시키는 작곡 방법을 일컫는다. – 였다. 이 곡이 절정을 이룬 이유는 현재 포르투갈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24명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만든 곡이라는 점과 그만큼 실험적이고, 포스트 모더니즘적이라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자의 설명이 없었다면 이 곡이 무려 24명의 작곡가들에 의해서 작곡된 곡이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작곡가들이 서로의 작업을 모른 채, 개별적으로 1~3분 내의 짧은 곡들을 만들어 이어서 붙였다는데도 어느 부분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스토리가 마치 짜맞춘 듯 어우러졌다. 30여 분에 이르는 앙상블의 긴 연주가 끝나자 박수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실험적인 곡의 특성상 연주가들에게는 훨씬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을 텐데도 훌륭하게 연주를 소화한 데 대한 찬사가 터져나온 것이다. 미겔 아즈기므도 연주자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음악과 음악 사이에는 어떤 경계도 없이 평등하게 어우러진다는 것을 다름아닌, 음악으로 표현해낸 무대였다.
더 타임즈 紙에서 “송다르뜨 일렉트릭 앙상블의 공연은 맹렬한 위엄 자체였다!”(2010년 7월)라는 평을 했던 것처럼 어떤 이해와 해설도 송다르뜨 일렉트릭 앙상블의 혁신적이고도 실험적인 곡을 제대로 풀어내지는 못할 듯싶었다. 깊어지는 가을 밤, 낯선 도시에서 가진 잊지 못할 날카로운 한 순간의 ‘만남’처럼 앙상블과 전자음악의 만남은 그렇게,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송다르뜨 일렉트릭 앙상블
포르투갈 전자음악 송다르뜨 일렉트릭 앙상블 공연 모습송다르뜨 일렉트릭 앙상블은 다섯 가지 어쿠스틱 악기와 전자음악이 그 핵심 구조를 이루는 유럽 현대음악계의 혁신적인 앙상블이다. 이 앙상블은 새로운 작품의 개발, 연주와 함게 20세기에 작곡된 중요한 앙상블 작품들을 레퍼토리에 포함하고 있으며, 기악편성 레퍼토리를 넓히기 위해 포르투갈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작품 창작을 의뢰하고 있다. 2007년 9월 초연 이래 이들의 테크닉은 놀라운 수준에 올라 이미 포르투갈과 해외 현대음악계에서 표준이 되고 있으며, 파리, 바르샤바 가을 축제,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 런던 시 축제 등에서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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