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진전의 주제는 무엇인가?
함께 출품하는 박명화 작가는 브라질 여성을 테마로 잡았지만 나는 특별한 주제가 없다. 단지 일반적인 외국인의 눈이 아니라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보려고 했다.
작품 촬영은 어떻게 했는가. 또 인상 깊었던 곳이 있는지?
지난해 한국에서 45일간 머물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여기에 지난 5월 13일 도착해서 지방으로 박 작가와 함께 촬영을 다녔다. 한라산, 울릉도, 경주 등 여러 곳을 다녔는데 저마다 색깔이 있어 좋았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기에 경주의 옛 사적도 흥미로웠지만 울릉도가 특히 기억에 남을 듯하다. 울릉도는 브라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페르난도 지 노로냐(Fernando de Noronha)’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아, 물론 나는 주로 브라질에서 볼 수 없는 한국의 풍광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런 풍광이 있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개인적인 꿈을 이뤘다. 10살 때부터 다이빙을
좋아했는데 책에서만 봤던 제주도 해녀들을 직접 만나 좋았다. 함께 잠수도 하는 등
가까이서 그들의 실상을 렌즈에 담은 것은 귀한 경험이었다. 또 해남과 제주에선 주민들이 직접 논밭으로 안내해 주고 숙소도 무료로 제공해 주는 등 내가 만난 한국인들 모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친절히 대해 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에 전시할 작품은 어떻게 선정한 것인가?
작년과 올해 한국에서 촬영한 사진이 3만 점이다. 그 중에서 50점을 골라 소개하려니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박 작가와 함께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 그는 아이디어가 완벽한 작가로 이번 전시회에선 두 작가의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전시회 출품사진을 책으로 엮어낼 계획이라 들었다.
한국과 브라질 소재 사진 50점씩을 골라 소개글과 함께 수록한 사진집이 한국에서 9월 경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에서 작품이 소개되는 네 번째 기회다. 브라질 사진작가로선 특이한 경우라 하겠는데 한국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가?
브라질에는 실력을 갖춘 사진작가들이 많다. 내가 가장 뛰어난 사진작가라서 자주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웃음). 브라질을 홍보하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2007년 에지문도 후지타 주한 브라질 대사가 인도네시아에 근무할 때 그의 주선으로 작품전을 열었더니 반응이 좋았다. 그때 인연으로 한국에서도 자주 소개되는 듯하다.
어떻게 사진작가가 되었는가?
대학에서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 세계 각국의 언어와 문학, 지리 등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여행을 즐겼다. 돈 들이지 않고 여행을 하는 방법으로 사진을 택했다(웃음). 하지만 브라질에선 사진 전공학과가 뒤늦게 생겨 사진은 프로작가들에게 개인적으로 배웠다.
그는 22살 때 처음 사진으로 돈을 벌었다고 했다. 아프리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여행기와 함께 사진을 브라질에서 손꼽히는 잡지에 보냈는데 그것이 게재됐다는 것. 이후 15년 간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면서 행운이 많이 작용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여러 잡지에 사진과 에세이를 싣는 포토저널리스트로 활약하는 한편 “그것만으론 생계가 어려워” 브라질의 자연을 외국에 소개하는 일도 병행했다고 한다. 또 99년부터는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사진작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강습도 하고 대학 출강도 했단다.
당신에게 사진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사진은 중요한 한 주제에 대해 질문을 하고, 이미지를 통해 그 답을 찾는 것이라 본다. 그러니 사진의 의미는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급속하게 변하는 21세기에 인간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기록’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일 년에 한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작업을 희망하면서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500일 동안 아시아를 여행하며 그 풍광을 앵글에 담았던 것을 소중한 추억으로 꼽았다.
그렇게 해외로 장기 촬영을 떠나는 데 대한 가족 반응을 묻자 아내는 여행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부분임을 알고 이해해줘 문제가 없단다. 단지 27개월 된 아들이 보고 싶고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사진을 위해 여행을 하고 나면 다음엔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니 언젠가 서울에서 바르보자 일가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아웅 빠울로 바르보자는
브라질리아대학(UnB)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2010년 캐나다에서 열린 ‘Banff Mountain Photography Competition’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 Smithsonian Photo Contest’의 최종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최근에는 브라질리아국립공원 50주년 프로젝트를 총괄, 브라질리아국립박물관에서 전시를 가졌으며 관련 사진집을 출간하였다. 그의 작품은 여러 잡지와 사진집으로 출판되었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50여회 이상의 전시회에 소개되었다. 한국에서는 2011년 첫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박명화(Ming K.park)는
상명대학교에서 사진학을 전공했다. 경향신문사 출판국에 입사 후 여러 해 동안 잡지와 광고 분야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2005년, 10개월 동안의 라틴아메리카 배낭여행 이후 이어진 세 차례의 라틴아메리카 여행은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전향하는 계기가 된다. 2008년에는 라틴의 사진과 글을 담은 ‘그라시아스 라틴’을 출간하였으며, 현재 라틴아메리카 여성을 주제로 한 ‘지구를 바라보는 미시적 관점’시리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성희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