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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자 600년”

브라질서 첫 선 보이는 조선시대 도자기/“한국도자 600년”

브라질 상파울루미술관에서는 8월 16일부터 조선 도자기와 한국의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특별전 “한국도자 600년(The Diverse Spectrum: 600 Years of Korean Ceramics)”이 개최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한국국제교류재단, 상파울루미술관 공동주최로 열리는 이 전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브라질에서 개최하는 코리아페스티벌의 서막을 올리는 행사이며, 한인 브라질 이민 50주년 기념 전시다.

남미서 한국문화재가 최초로 소개되는 기념비적인 전시

이민 50주년, 교민과 주재원 등 상주 한국인의 수 5만 명. 그러나 브라질에서 한국 문화는 아직 낯선 대상이었다. 한국의 기업들이 진출하여 활약하고 있지만, 브라질에서의 한국 문화, 한국 미술의 본격적인 소개는 거의 전무했다. 전시 공동 주최측인 상파울루미술관(MASP, Museu de Arte de São Paulo, 이하 마스피) 에서도 중국이나 일본의 현대미술을 소개한 적은 있지만 한국 미술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브라질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한국 문화인만큼, 한국의 전통 미술의 대표적인 문화재 중 하나인 조선시대 도자기 전시로 기획되었으며, 관람객들이 좀 더 쉽고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통 도자기의 재료와 소재를 이용한 현대 작품을 함께 선보였다.

한국도자 600년 전시


한국의 전통미를 보여주는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도자기를 소개하는 1부와 현대 도자와 도자기를 모티브로 한 조각 및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2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조선시대 분청사기 11점, 백자 56점 등 총 70점이 소개되었는데, 조선 초에 발달했던 분청사기의 활달한 미감을 담은 <분청사기 물고기무늬 장군> 등이 전시되었다. 문양을 그린 활달한 필선과 물고기의 표정에서 보이는 해학미가 눈길을 끄는 이 장군은 백자 달항아리와 함께 관람객을 맨 처음으로 맞이했다.

백자는 “새로운 시대의 그릇 - 백자”, “백자의 문양”, “조선 선비와 백자”로 나누어 소개되었다. 첫 번째 주제에서는 순백자로 된 태항아리, 명기, 제기 등이 전시된다. 순백자는 불교국가 고려의 화려하고 장식적인 청자에 비해, 현세의 이치와 도덕을 탐구했던 성리학적 미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백자의 문양”에서는 부귀, 장수, 다복 등 오늘날과 다르지 않은 조선 사람들의 바람을 담은 <십장생무늬 항아리>, <수복글자무늬 대접>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선 선비와 백자”에서 조선 백자의 주사용층이었던 선비들이 애호했던 백자를 선보였다. 술병으로 쓰였을 법한 백자 병과 완상물로 즐겼을 백자 항아리, 일상에서 사용했던 연적, 필통 등의 문방구를 함께 전시하여 관람객들이 조선백자를 친근하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전통 도자기의 멋진 변주 - 현대 도자와 설치, 회화

2부에서는 윤광조, 노경조의 분청, 김익영, 황갑순의 백자 등 현대 도자를 시작으로 도자기의 재료나 형태를 이용한 현대 작가 11인의 작품을 선보였다. 신상호는 75매의 도자기판으로 조선시대의 조각보 문양을 형상화하고, 박성태는 원형의 도자기에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 구웠다. 이수경은 도자기 제작 과정 중에 나온 도자기편으로 전혀 다른 형태를 만들어냈다. 정광호는 가는 구리선으로 엮어 만든 도자기 형태 조형물을, 신미경은 중국과 한국의 전통 도자기 형태를 색색의 비누로 만든 작품을 출품했다. 고영훈과 구본창은 조선시대 도자기를 각각 회화와 사진으로 화면에 담았다. 현대 작품들은 조선의 전통 도자기와 어우러지면서도 새롭고 기발한 미감을 선사했다.

후기

상파울루 시내를 가로지르는 파울리스타대로에 위치한 마스피는 상파울루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이 사랑하는 장소다. 강렬한 빨간색의 강철빔에 건물이 매달려 있는 마스피의 건축은 현대 건축사에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알브레히트 뒤러, 마네, 드가, 반 고흐, 피카소 등 르네상스 ~ 현대의 중요 미술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어, 남반구 최고의 미술관, 또는 세계 5대 미술관으로 불리는 브라질의 대표 미술관이라는 점은 전시 개최 장소로 손색이 없는 조건이었다. 1968년 건축된 곳이라 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신축 박물관들에 비하면 다소 노후한 느낌도 있었지만, 오랜 동안 동안 축적된 전시 공간의 색채와 조명 설계는 수준급이었다.

마스피 전경

마스피에서 한국 미술품 전시는 처음이었지만, 상설전시실에서는 한국 기업이 후원하는 르네상스 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미술관에서 구동되고 있는 LED 모니터나 직원들이 사용하는 핸드폰 등 이미 마스피 안에도 한국이 스며들어 있었다. 이에 비해 이곳에 한국 문화 소개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에 보인 관심과 한국 문화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의는 매우 컸다.

개막식 장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우리문화재 국외전시 사업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코리아페스티벌 프로젝트가 만나 성사된 이 전시는 1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가 한 - 브라질 간 문화 교류 활성화와 양국의 우호 관계가 증진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 마스피 인터넷 홈페이지 http://masp.art.br

이혜경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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