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하 메트) 아시아 미술부에서 KF 글로벌 뮤지엄 인턴 3기로 근무하고 있는 이정은입니다. 메트는 세계 4대 미술관 중 하나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 각지의 폭넓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전시 기획, 교육, 디자인, 홍보 등 내부 조직이 체계적으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아시아 미술부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및 동남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유물을 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부서입니다. 저는 작년 11월부터 이곳에서 한국미술을 담당하는 이소영 큐레이터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황금의 나라: 신라(Silla: Korea's Golden Kingdom)" 특별전(2013.11.4-2014.2.23)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업무에 참여했습니다. 이 전시는 메트 기획전시실에서 30년만에 열린 ‘한국미술 특별전’으로 5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친 수준 높은 전시로 현지에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국내외 저명인사들을 비롯해 총 20여만 명이 이 전시를 관람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내 한국학관련 학자들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 다양한 연령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습니다.
전시 기간 동안 이소영 큐레이터, 드니스 라이디 큐레이터의 ‘큐레이터와의 대화’에도 참여하였고 제가 직접 전시 투어를 진행하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관람객들이 어떤 유물에 관심을 보이는지, 어떤 점을 궁금해하는지를 보면서 한국 미술과 유물에 대해 더 넓은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신라 특별전은 메트, 국립중앙박물관, 국립 경주박물관이 공동 기획하여 모든 유물들이 한국에서 직접 공수되었고, 전시가 끝난 후 전시실 철거 작업과 유물 포장, 운반 등의 제반 업무가 많았습니다. 하나의 전시와 그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부서가 어떻게 협력하는지, 외부 기관과 어떻게 협업하는지 보면서 실질적인 과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진행되는 한국실 상설 전시실의 교체 전시에 참여한 것도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관람객, 미술관의 위치와 소장품의 특성 등 여러 면에서 해외 한국실의 전시 방식은 국내와 다릅니다. 한국 미술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어떤 유물을 어떻게 전시할지 고민하는 이소영 큐레이터의 노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큐레이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국실의 중요성과 그 위치에 대해서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 미술관에서 한국실을 운영하고 한국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 유물을 소개하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전반을 알리는 계기로서 그 파급효과와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한국국제교류재단을 비롯한 국내의 다양한 지원과 활발한 학술적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다양한 작품이 해외 각지에 소개되고 국내외 전시기관 사이의 교류로 한국 미술을 알리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특별전과 같은 대규모 한국 미술 기획전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