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과 발효음식 문화
한국의 한식 세계화 사업은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에게 그 정의를 설명하는 순간부터 난관에 부딪치곤 합니다. 우선 한식재단 홈페이지를 보면 한식은 ‘국산 농수산물을 주재료로 하여 예로부터 전승되는 원리에 따라 제조·가공·조리되어 우리 고유의 맛, 향, 색을 내는 식품’이라고 포괄적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 정의는 상식적인 설명이자, 한식이란 고유의 재료를 독자적인 기술로 요리한 음식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가령, 한국식 바비큐는 일본식 야키니쿠와 어떻게 다를까요? 김치는 독일식 양배추 절임 자우어크라우트와 어떻게 다른가요? 단순히 보고, 느끼고, 맛본다고 해서 그 해답을 찾기는 힘들지만 최근 몇 년간 이런 의문점들은 발효식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식의 세계화 전도사들은 한식을 차별화하는 고유 재료와 기술로 발효식품 문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식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국내외 스타 셰프들을 영입하고 있습니다. ‘모던 코리안’ 혹은 ‘뉴 코리안’이라 불리는 새로운 한식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강민구 미슐랭 원스타 셰프는 SNS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처럼 각양각색의 재료, 특히 다양한 채소를 발효시켜 반찬을 만드는 나라가 없다는 의견을 거듭 강조하며 발효식품 문화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뉴욕에 자리 잡은 르 베르나댕의 에릭 리퍼트 미슐랭 3스타 셰프도 이 생각에 동조했습니다. 아울러 한식재단은 세계적인 셰프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정상 요리 엑스포 마드리드 퓨전 2015에서 한국의 발효식품과 전통 발효기술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시연 행사를 담당한 감은사 주지 우관 스님은 전통 보리고추장을 제조하는 방법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이 세계에 내놓은 다종다양한 발효식품군 가운데 외국인에게도 친숙한 음식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독특한 냄새의 배추 음식으로 한국인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김치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김치는 자우어크라우트와 어떻게 다른가요’에 대해 우선 김치는 단순히 발효시킨 배추가 아니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음식 박물관 뮤지엄김치간에 의하면 김치는 배추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채소와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지며 지금까지 기록된 김치만 무려 187 종이 넘습니다. 또한 자우어크라우트와 다른 발효 음식들, 특히 김치가 건강에 좋은 이유는 발효과정을 통해 음식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고, 몸에 좋은 효소와 비타민, 소화에 좋은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만드는 젖산을 풍부하게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김치 이외에도, 한국 발효식품 문화의 일부이자 ‘장문화’의 대표 음식 된장도 있습니다. 된장은 콩과 소금물을 발효시켜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된장을 비롯해 흔히 소이소스라고 알려진 간장도 함께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장류식품은 요리할 때 조미료로 쓰이거나 쌈장처럼 다른 채소들과 섞어 쌀밥 혹은 고기나 생선 요리의 맛을 더하는 데 사용됩니다. 또 다른 중요한 조미료로는 젓갈이 있습니다. 젓갈은 기본적으로 새우, 갑각류, 생선 알, 생선 내장 등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음식으로 그 종류가 무궁무진합니다. 젓갈 시장을 방문해보면 갖가지 젓갈이 즐비하게 진열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젓갈은 고기와 생선 요리에 맛을 더하고 또는 간장처럼 탕이나 국의 간을 맞춰주는 전통 조미료이자, 특히 김치가 발효되는 동안 맛의 풍미를 더하기 위한 식재료로 많이 애용됩니다.
글 신시아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