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패션으로 거듭난 한국의 전통의상, 한복
명절이나 집안 행사 등 특별한 날에만 챙겨 입었던 한국의 전통의상, 한복이 최근 일상 패션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도심 속 한복 입기가 유행이 된 한국에서 서울 북촌 일대를 거닐다 보면 형형색색 고운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칩니다. 약 100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 일상복이었으나 현대화와 함께 기성복에 자리를 내준 한복이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100여 년의 한국 패션을 돌아보며 일상에서 한복이 사라지고 기성복이 등장한 과정과, 다시금 한복이 유행하게 된 계기를 살펴볼까 합니다.
오직 한복뿐이던 국민의 의생활에 기성복이 도입된 것은 개화기 시절입니다. 1900년대 초 양장이 등장한 이후, 1920년대 일제에 의해 군복, 경찰복, 교복 등이 양장으로 바뀌면서 기성복 대중화의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1950~60년대에는 외국으로부터 원조물자를 받으며 서양식 스타일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미니스커트의 선풍적인 유행은 여성 해방의 한 단면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는 한국 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개성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선택하는 자유로운 패션을 주도했습니다. 청바지, 넓은 판탈롱, 통굽 신발 등 여러 패션이 혼합되며 유행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습니다. 이후 88올림픽이 개최되고 컬러 TV가 등장하면서 유행의 속도는 더 빨라졌고 패션의 색채도 다양해졌습니다. 1990년대에는 서태지가 등장하고 IT 기술이 보급됨에 따라 아방가르드룩이나 사이버룩이 유행하는 등 더욱 과감한 변화와 도전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2017년 현재, 한국은 셀 수 없이 다양한 브랜드와 스타일, 개성이 공존하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유행이 생겨나고 변화하는 패션공화국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복고 트렌드와 더불어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시리즈의 흥행으로 복고풍 패션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런 흐름 속에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전통 한복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00여 년 만에 일상복으로 돌아온 한복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박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