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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연구할 내게 이번 여행은 참 좋은 기회였다. 가본 곳곳마다 많은 볼거리와 좋은 추억을 남겨 주었으며, 풍부하고 효과적인 문화 체험으로 이번 여행이 마음 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백 번 듣는 것보다는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속담이 어쩌면 그렇게 잘 맞는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재단 펠로로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지난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 동안 호남지역으로 지방 답사를 다녀 왔다. 처음 가는 지방 답사 여행에 광주가 포함되어 있어서 정말 마음이 설레었다. 광주.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배우면서 여러 번 들어 본 지명으로 평소에 가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여행은 18일 아침 8시에 시작되었다. 고속도로를 거의 시속 100Km로 달리는 관광 버스를 타고 휴게소에 들러 잠깐씩 쉬어 가면서 오후 1시쯤 되서야 송광사에 도착했다. 송광사를 둘러보면서 나는 너무도 기뻤다. 왜냐하면 맨 처음으로 불교 사원을 구경하게 된 것으로 이번 여행이 내내 좋을 것이라는 징조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나의 종교가 불교라서 그런 생각이 들었으리라. 한국의 사찰은 몽골의 사원과 비슷하긴 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승복이었다. 몽골의 스님들이 입는 옷과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사찰의 위치와 그 규모였다. 아름답고 조용한 산 가운데 사원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대단히 규모가 컸다.

우리는 바로 낙안읍성 민속마을로 이동했다. 마을에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잔잔해지고 행복감이 밀려 왔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서울 생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으며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삼한 시대 마한땅, 백제 시대 때의 파지성, 고려 시대 때의 낙안군 고을터며, 조선 시대 성과 동헌, 객사, 임경업 장군비, 장터 초가가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많은 세월이 흘러 강산이 변했지만 옛날 한국 생활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도록 가꾸고 보존해 온 한국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 시절 사람들의 모습과 생활을 상상해 보았다. "그래. 한국 사람들은 옛날에 이런 초가집에서 당시의 풍류와 멋을 즐기며 살아왔을 거야" 라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때 어느 초가집 마당에서 부모님 일을 거들고 있는 예쁜 여자아이가 보였다. 초등 학교 2학년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치고는 부지런해 보였고, 순간 고향에 있는 동생이 떠올랐다. 그래서 겸손하고 부지런한 한국 아이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오후 6시 10분쯤, 예로부터 '의로운 고장, 예향의 도시'라고 불리던 광주에 이르러서 1박을 하게 되었다. 내가 듣기로는 한국 으뜸의 음식 맛을 자랑하고 소리와 춤과 묵향이 그윽한 예술의 도시가 바로 광주이다. 광주가 광주다울 수 있는 것은 무등산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임진왜란 7년 동안 의병 항쟁의 중심에 서서 승리를 이끌어 내며 권율, 김덕령, 고경명 장군 등의 역사적 인물을 낳았던 곳이자, 이후 갑오농민전쟁으로부터 3·1 운동, 광주학생운동 가깝게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광주는 항상 구국의 중심에 서 있었던 곳, 그리고 예로부터 풍류와 문화를 즐기며 살아온 예향의 도시답게 한국 가사문학의 눈부신 업적을 지금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광주라고 한국 역사 수업 시간에 배웠다.

그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남도의 보물, 보성으로 이동했다. 그날 처음으로 동백꽃을 봤는데 너무 예뻤다. 우리를 위해 들려주던 소리꾼들의 멋진 소리를 뒤로 하고 녹차밭으로 이동했다. 직접 녹차 잎도 따 보았다. 녹차밭은 마치 녹색의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처럼 펼쳐져 있어서 매우 아름다웠다. 녹차를 가공하는 것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고 바로 녹차 맛을 음미해 볼 수도 있었다. 그 날 점심 메뉴는 보성 특선 녹차 떡국이었다. 식사 시간 내내 순박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니신 동네 아주머니의 노래와 춤을 보며 즐거웠을 뿐만 아니라 녹차 떡국이 너무 맛있어서 모두들 한 그릇씩 더 먹었을 정도였다. 아름다운 녹차밭처럼 그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넓고 명랑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침내 옹기 마을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많이 보았던 옹기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너무 신기했다. 옛 조상들의 지혜와 숨결로 만들어진 옹기는 오랜 전통과 역사 속에서 발전해 왔으며 그것을 지금까지 이어받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옹기를 만드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이 들고 많은 경험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전라남도 도립국악단의 특별 공연이 있었다. 그 중에서 아는 노래라고는 '진도아리랑' 뿐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기도 했다. 공연은 매우 훌륭해서 우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또한 악기 중에 우리 몽골의 악기와 비슷한 것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마지막 날에 간 곳은 국립 공원인 지리산이었는데 경치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정상에 올라갈 때 비록 춥기는 했지만 차가운 바람에 온몸이 깨끗해진 것 같았고 몸이 거짓말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지리산에서 내려와 남원으로 갔다. "사랑의 남원"이라고 불리는 그 곳의 시장님께서 직접 우리를 마중 나와 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이런 친절한 모습을 보고 우리 나라 사람들의 친절한 모습이랑 비슷하게 느껴졌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듣고 판소리의 본고장인 남원의 특별 공연 및 사물놀이를 관람했다. 연이어 이틀동안 아름다운 판소리를 듣고 나니 이제 판소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지방답사에서 얻게 된 소득 중의 하나이다.
앞으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연구할 내게 이번 여행은 참 좋은 기회였다. 가본 곳곳마다 많은 볼거리와 좋은 추억을 남겨 주었으며, 풍부하고 효과적인 문화 체험으로 이번 여행이 마음 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한국 역사를 배울 때 선생님이 "초가집"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셔서 조금은 상상이 갔었지만 직접 보고 나니 "백 번 듣는 것보다는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속담이 어쩌면 그렇게 잘 맞는지. 여행 내내 우리를 위해 많은 신경을 써 주신 재단의 이지은 씨와 지창선 씨, 그리고 가이드 이준탁 씨와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하게 해 주신 운전 기사님과 기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