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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해외박물관 큐레이터워크숍

"해외박물관 큐레이터워크숍”은 세계 각국의 큐레이터들에게 한국미술을 심도있게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강의와 토론, 관련 현장 및 박물관 답사, 세미나 등으로 진행된다. 세계 12개국 32개 박물관에서 34명의 큐레이터들이 참가한 금년 워크숍에 우리 왕립역사미술박물관에서도 처음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우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미술품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을 고려해 볼 때, 두 명의 큐레이터가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은 한국미술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에서도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하려는 재단의 배려라고 생각하며, 이에 대해 재단에 감사한다. 우리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미술품의 주종이 도자인 점을 감안할 때, 한국도자에 중점을 둔 이번 워크숍 참가가 우리로서는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워크숍은 주로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첫날 우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성낙준 국립김해박물관장의 ‘한국의 토기와 도기’에 대한 강의를 들었으며, 첫날부터 강의의 높은 학문적 수준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오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들을 감상하였으며, 이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김재규 이사가 주최하는 만찬은 여러 한국의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교제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이튿날은 호암미술관에서 보냈다. 충북대학교 강경숙 교수의 ‘조선분청사기’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참가자들은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였다. 우리로서는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었으며 특히, 함께 초대된 한국의 여러 박물관 관계인사들과 서로 유익한 대화를 나누는 흥미로운 자리가 되어 더욱 좋았다.

오후에는 김재열 호암미술관 부관장의 ‘조선 백자’에 관한 강의가 있었다. 강의후 호암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분청사기전 명품전 II’를 감상했는데 이우환, 박서보, 김환기 등 한국화가들의 현대회화작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멋진 전시회였다. 전시회를 기획한 전승창 큐레이터가 우리를 안내했는데, 이 전시회는 전시물 자체는 물론 그 진열방법, 그림과의 완벽한 조화, 전시물의 수량, 방문객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와 안내책자 등 모든 것이 필자가 워크숍 기간 중 관람한 가장 아름다운 전시회였다.
3일째 되는 날에는 이화여자대학교로 이동하여 중앙대학교 고경신 교수의 ‘도자기의 기술사적 고찰’, 정양모 경기대 석좌교수의 ‘생활 문화 속의 도자기’ 등의 강의를 들었으며, 오후에는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의 전시품을 관람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고려대학교에서 해강도자미술관 최건 연구원의 ‘한국의 현대 도자’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고려대학교 박물관을 관람했다. 오후에는 호림박물관을 방문했다.

워크숍 마지막 날 세미나에는 참가자 일부가 소속 박물관의 한국 컬렉션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오후에는 ‘비교문화적 시각에서 본 동아시아 도자문화’를 주제로 하버드대학교 Arthur M. Sackler 박물관의 로버트 마우리(Robert Mowry) 박사의 사회로 참가자 들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번 워크숍은 놀랄 정도로 매우 훌륭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짧은 기간 내 서울의 주요 박물관 소장품을 관람하고 각 분야의 이름있는 전문가들로부터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일정에 쫓기는 듯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그 뒤에는 능숙하게 행사를 진행시킨 재단의 워크숍 담당자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다.

토요일, 양평에 있는 도예가 노경조씨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초가을의 태양아래 앉아 한국식 바베큐를 즐겼는데, 마치 휴가를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녁에는 이두원씨의 훌륭한 개인소장 컬렉션을 감상하는 특별한 기회도 가졌다. 자유시간을 하루 가진 뒤 참가자들은 지방여행을 떠났다. 남쪽으로 향한 우리는 먼저 광주로 가서 국립광주박물관을 방문한 뒤 오후에는 무등산 가마터, 분청사기 전시실 등을 방문했다. 저녁에는 우리가 숙박한 호텔 근처 도갑사에서 전통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다음날에는 영암도기문화센터를 방문하여 김홍남 교수로부터 유적관리사업소가 추진하고 있는 이 유서 깊은 영암 마을의 보존작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오후에 방문한 곳은 강진 가마터와 청자자료박물관이었다.
경기도 광주시 분원리 조선왕실백자 발굴현장에서.

마지막 날에는 이화여자대학교의 분원리 발굴현장과 번천리 백자가마터를 방문했다. 답사여행은 너무나 훌륭했으며, 한국도자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동시에 마침내 한국의 시골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워크숍은 이천에서 막을 내렸다. 그곳에서 참가자들은 그 다음날 개최된 “국제도자학술회의”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환송만찬에 이어 참가자들간 이번 프로그램을 평가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모두 워크숍에 대해서 매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재단이 강의와 미술관, 박물관, 개인 컬렉션, 도예가 작업실 방문에 이어 가마터와 발굴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답사여행으로 마무리되는 매우 전문적이면서 동시에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조직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비록 이번 워크숍은 도자에 초점을 두었지만 필자는 한국문화 전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경이스런 인상을 안고 한국을 떠났다. 이번 워크숍 참가를 통해 우리 박물관의 한국컬렉션에 대해 더 철저히 연구하고, 나아가 중국 및 일본 컬렉션 속에서 한국유물을 구별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마련해 주었으며, 이를 통해 한국미술을 담당하는 박물관 전문인력 사이에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벨기에 왕립역사미술박물관과 아시아 컬렉션]



벨기에 왕립역사미술박물관이 공식적으로 개관 것은 벨기에 독립 직후인 1835년이지만, 박물관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컬렉션은 이미 훨씬 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다. 박물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유물들은 이미 1406년부터 왕립무기고에 소장되어 있는 것들로서 특히, 브루군디공과 합스부르크가에 진상된 외교사절들의 선물 등은 호기심과 회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박물관의 컬렉션은 후원자들의 기부를 통해, 때로는 매우 가치 있는 개인 소장품 기부를 통해 해를 거듭하며 꾸준히 확장되었으며, 거기에 벨기에 국내외의 발굴작업에서 나온 유물이 더 추가되었다. 현재 왕립역사미술박물관은 벨기에의 11대 국립과학기관 중 하나로서, 5개 대륙 (아프리카 제외)에 걸쳐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인류의 역사와 여러 문명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은 유럽 고미술, 유럽 응용미술, 국립고고학 및 비유럽 문명, 악기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브뤼셀 전역에 걸친 7개 건물 내 140개 전시실에 진열되어있다.
벨기에 왕립역사미술박물관 전경.

박물관 극동아시아과에는 중국, 일본, 한국 등 3개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으며, 일부 소장품은 이미 박물관 건립 초기에 확보된 것도 있다. 중국 컬렉션은 신석기시대 토기 및 옥을 비롯하여 청동기, 도자기, 불상 등은 물론 청조 시대에 만들어진 직물, 회화, 서예 작품 등 중국의 예술과 고고미술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 중요한 소장품으로 부켄스(Fernand Buckens) 고고학 컬렉션을 들 수 있는데, 부켄스 박사는 20세기 초 중국에서 일했던 인물로서 허난성에 있는 한나라의 고분발굴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또한, 300여 개가 넘는 청동 거울도 주요한 소장품 중 하나로서 주로 부켄스 컬렉션과 람베르트(Lambert) 컬렉션의 일부이다. 20세기 초 라켄(Laken)에 지어진 중국풍 건물인 차이니스 파빌리온에는 중국 및 일본이 수출한 도자기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미술품은 현재 라켄에 있는 재패니스 타워에 소규모로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의 일본미술 컬렉션은 7,000개가 넘는 방대한 양의 일본 판화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그 중 일부는 매우 독특하고 희귀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컬렉션은 극동아시아과 중 가장 규모가 작아 약 70여점에 불과하다. 박물관의 큐레이터 중 아직 한국미술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이번 워크숍은 한국미술 분야에 대한 지식을 높일 수 있게 해준 매우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