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은 우리나라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외교사절 및 기업인 등 주한 외국인들이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상호 우의와 친선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2001년부터 주한 외국인 대상 한국문화소개프로그램(Korean Culture Program for Foreigners in Korea)을 시행해왔다. 2002년도 사업 대상은 주로 주한 외교사절과 기업인 및 주한미군이었으며, 2003년도에는 우리나라와 외국 여러 나라들과의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주한 외국 공관 및 문화원의 문화담당관들을 주요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주한 외교사절들은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한국문화에 대한 접촉의 빈도가 높지만 국ㆍ공립 단체의 대형 공연이나 전시에 초청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졌으나 우수한 국내 대학박물관의 특별 전시회, 또는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한국의 대표적 예술인이나 역량 있는 단체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그러한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었다.
황병기 국악연주회2002년 11월 26일에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의 국악연주회를 금호미술관 리사이틀홀에서 개최하였다. 이날 공연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의 대사·문화담당관·외국기업인 및 유관기관 인사 등 57개국 160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이 공연에서는 비교적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황병기 선생이 그의 작품 5곡을 제자들과 함께 연주하였다. 그 중 황병기 선생과 지자혜 씨가 함께 연주한 ‘미궁’에 대해 초연 27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관객들은 매우 현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황병기 선생의 팬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주한 미국 공보관 Joanne M. Martin 씨는 황병기 선생이 취입한 모든 음반들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지난 9월 호암아트홀에서의 연주와 당일의 연주를 비교 분석까지 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한편 연주 후 마련된 다과회에서는 연주자와 관객들과의 자연스러운 담소가 이어졌는데, 현대화된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외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준비된 황병기 선생의 CD가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했다.
‘지하철 1호선’ 관람 행사올 1월 17일에는 금년 사업의 첫 행사로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관람 행사를 가졌다. 이번 공연에는 주한 외국 문화원장·외국대사관의 문화담당관들을 주로 초청함으로써 우리나라와 해외 각국과의 문화교류 활성화 및 정보 공유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하철 1호선’은 독일 그립스 극단의 뮤지컬 ‘Line 1’을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한국적 상황에 맞게 번안·편곡·연출한 록 뮤지컬로서, 독일·중국 및 일본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금년에는 홍콩아트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문정관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지하철 1호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회 소외계층과의 만남’을 소재로 한 공연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듯했다. 그래서인가, 베네수엘라 문정관 Eleonora Pulido 씨를 비롯하여 공연에 참석한 여러 나라 문정관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관람할 것을 적극 추천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독일 1등 서기관 Klaus Streicher 씨는 “이 뮤지컬을 수차례 봤지만 볼 때마다 흥미가 더해간다”고 하며 연기자들에게 직접 지하철을 타고 다니느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국문학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Patrick Maurus 프랑스 문정관은 ‘지하철 1호선’에 대해 “웃음 속에서 슬픔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식 코미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며, 한국이 사회의 어두운 면면을 드러내 놓고 웃을 수 있을만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공연 관람 후 이어진 와인 리셉션에서는 출연진과의 격의 없는 대화가 밤늦도록 이어져 이 행사의 의의를 더해주기도 했다.
앞으로도 재단은 정기적으로 주한 외국인들이 한국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인데, 오는 3월 28일에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현악앙상블인 세종솔로이스츠를 초청하여 호암아트홀에서 주한 외교사절 및 기업인을 대상으로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