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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조경에 대해 다룬 영문 책자 발간


우리나라 전통조경이 일본 조경의 원류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외국 문헌에서 밝혀져 있어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전세가 역전돼 오늘날 일본 조경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데 반해 한국 전통조경은 그 특징은 커녕 한국 고유의 전통조경이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실정이다. 아마도 관련 영문서적의 있고 없음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 조경에 관한 영문서적은 많이 출판되어 있는데, 심지어는 개인주택의 정원을 일본식 정원으로 조성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알기 쉽게 쓴 서적까지 나와 있다. 이에 반해 일본 정원의 원류라는 한국 전통정원에 관한 영문서적은 거의 없어서 한국 전통정원에 관해 공부하고자 하는 외국인에게도 이를 소개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1992년 한국에서 세계조경가협회(IFLAㆍInternational Federation of Landscape Architects)가 세계대회를 개최하면서 외국 조경가들에게 한국 전통조경을 소개하기 위해 관련 영문서적을 최초로 발간한 적이 있었다. 그 후에는 한국 전통조경에 관한 영문서적이 한 권도 발간되지 않았는데 2007년 한국전통조경학회가 『Korean Traditional Landscape Architecture』라는 영문서적을 발간했으니 감개무량할 뿐이다. 이 책은 14명의 한국 전통조경과 전통건축 전공교수가 공동 집필하였으며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재정지원을 받아 한림출판사에서 출판을 담당하였다.

한국 전통조경을 공간별로 서술해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한국 전통조경의 특징을 형성하는 데 배경이 되었던 자연환경과 사상 및 종교적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으며, 제2장에서는 고조선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궁궐 조경에 관해 고찰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전통주택 조경을 다루고 있는데 전통마을과 전통주택의 공간구조와 조경기법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옛 읍성에 대해 공간적 특징과 경관 특성을 주로 서술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낙안읍성ㆍ정의읍성ㆍ해미읍성ㆍ고창읍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제5장에서는 별서정원을 주제로 하여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별서정원을 다루고 조선시대의 별서정원 특징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였다. 제6장에서는 왕릉을 주제로 하여 조선시대 왕릉을 입지와 공간적 요소, 식재 특징 등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였다. 제7장에서는 누와 정, 대 등 정자를 주제로 하여 한국과 중국, 일본 정자의 차이점과 누정의 양식, 팔경(八景)과 누정의 입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8장에서는 불교사찰의 조경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사찰의 입지, 공간적 구조, 경관 요소별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제9장에서는 서원에 관해 다루고 있는 바, 서원의 입지와 서원건물과 시설, 수목 등의 특징을 서술하고 있다. 제10장에서는 마을 숲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토속신앙과 풍수지리설, 유교 등과 마을 숲과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다.

독자를 배려한 구성 돋보여
이 책이 14명이라는 많은 수의 저자에 의해 저술된 것은 국내 전통 조경 및 건축 관련 전문학자를 총망라하여 좋은 책으로 만들기 위함이며 각 장의 필진을 정하여 저술한 것은 장별 주제에 가장 적합한 필진에게 저술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판단된다. 이 책은 전통 관련 서적이 주는 지루함을 탈피할 뿐 아니라 독자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컬러사진과 옛 그림, 자료도면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적인 개념과 용어, 그리고 고유명사를 설명한 용어풀이를 책 뒤에 붙여주어 독자를 배려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한국 전통조경에 관해 대상 공간별로 분류, 모든 전통조경의 유형을 망라하여 공간별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별서정원에 관심을 갖는 독자는 별서정원을 서술한 장을 읽고, 궁궐조경에 관해 알고 싶은 독자는 궁궐조경에 관한 장을 읽으면 되도록 책이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장마다 전통조경의 공간별 특징이 총론적으로 서술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장별로 서론, 본론과 결론의 체제를 갖추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독자는 각 장을 별도로 읽어도 그 장에서 다루고 있는 유형의 전통공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지금까지 이뤄진 한국전통조경에 관련된 연구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압축했다는 점이다. 지난 35여 년간 한국 전통조경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와 한글로 쓰인 많은 논문과 서적이 발간되었는데 그동안의 연구내용을 필자들이 압축시켜 내용을 재정리하고 이를 영문으로 발간한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전통조경에 관해 총론적으로 개관하고 싶은 외국 독자나 한국 전통의 조경공간을 좀 더 자세히 연구하기 위해 사전 지식을 갖고 이해하고 싶은 외국 독자에게는 매우 적합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전통조경에 관한 영문서적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이 책이 발간된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업적을 이루었다고 생각되며, 특히 한국 전통조경을 해외에 알리고 홍보하는 데 큰 기여를 하리라 판단된다. 이 책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은 먼저 필진이 많아서 나타난 현상으로 내용서술의 심도와 내용체계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으며, 다른 하나는 이 책의 서술내용이 외국인이 읽기에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국 전통조경을 알고자 하는 외국인 독자를 위해서뿐 아니라 우리나라 독자에게도 한국의 전통조경을 일목요연하게 알고자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라 확신해 일독을 권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