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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에서 나눈 순수한 기쁨

국제적 문화 브랜드가 된 한국 비보이 공연이 라오스에서 ‘비상(飛翔)’이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하늘을 나는 듯한 비보이 공연과 묘기에 가까운 브레이크 댄스는 라오스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새로운 한류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 현장을 담았다.

지난 6월 4일과 5일 양일간 한국의 댄스 및 힙합 공연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나라인 라오스는 <뉴욕타임스>가 뽑은 ‘2008년에 꼭 가봐야 할 곳 53곳’ 중 1위로 꼽힌 곳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도시 루앙 프라방(Luang Prabang)과 ‘황금사원’으로 유명한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부의 내륙 국가다. 위치상 동쪽으로는 베트남, 서쪽으로는 태국, 남쪽으로는 캄보디아, 북서쪽으로는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한국의 비보이 날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주라오스 대한민국대사관 및 라오스 문화공보부의 공동주관으로 비엔티안 소재 라오 내셔널 컬처 홀(LaoNational Culture Hall)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플라잉 하이어-코리아 비보이(Flying Higher-Korea’s B-boys)’라는 표제 아래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세계 최고의 브레이크댄스(B-boying) 실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갬블러 크루(Gambler Crew)를 중심으로 하여 팝핀(Poppin)팀 애니메이션 크루(Animation Crew), 걸스 힙합(Girls Hip Hop)과 보컬이 맛깔스러운 조화를 이루어 한국의 댄스와 힙합문화를 선보임으로써 현지인들의 문화와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목마름을 충족시켜주는 한 줄기 시원한 단비가 되었다.
라오스에는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개의 국영 TV 방송국이 있으나 문화 프로그램이 많지않아 국민들은 대부분 이웃 나라인 태국 방송을 시청하며, 공연 문화 역시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주재국 대사관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주라오스 대한민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대사관에서 주관한 뮤지컬 <점프(JUMP)>, <브레이크 아웃(Break Out)>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음으로써 최근 한국 공연에 대한 현지인들의 기대치가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 개막일에도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와 무관하게 공연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비상(飛翔)’이라는 주제에 맞게 비보이들은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를듯한 파워풀한 춤으로 막을 올렸다. 묘기에 가까운 브레이크 댄스 동작 하나하나가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마치 한 편의 마임을 보는듯한 코믹한 연기가 가미된 팝핀 무대는 웃음을 선사했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에서 등장한 여성 보컬과 걸스 힙합 출연진들은 공연장을 울리는 뛰어난 가창력과 부드럽지만 힘 있는 안무로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함으로써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외교 사절단을 포함한 VIP 관객이 많았던 첫날에는 라오스 문화공보부장관이 직접 참석, 공연을 관람한 후 공연단에게 꽃다발을 증정하기도 하여 한국에 대한 그들의 특별한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의 힘
두 번의 공연이 모두 끝나고 6일 오전에는 비엔티안 소재 짠사왕 중등학교를 방문하여 공연단이 준비한 소정의 장학금 및 학용품을 기증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열렬한 환영으로 일행을 맞아준 학생들은 멀리 한국에서 온 공연단을 위하여 한-라오스 간의 우호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손수 만든 자수 작품을 선물하였는데, 여기에 라오어, 한국어 및 영어로 수놓은 메시지는 따뜻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짧은 공연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가진 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일행은 라오스의 사진과 에피소드로 아쉬움을 달래며 4박 5일의 일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평온하다 못해 너무 조용해 보였던 비엔티안 시의 모습과 수줍어 보이기만 하던 시민들이 마음껏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문화는 국경을 넘나드는 강력한 바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또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원조 등으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높은 라오스는 베트남에서 시작된 한류를 이어나가는 데 적절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성이 높은 콘텐츠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예술성이 짙은 한국의 문화예술을 단계적으로 소개하여 라오스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함과 동시에 두 국가 간의 교류를 증진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문화외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