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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한국을 경험해보세요

베를린과 포츠담에 자리한 100여 개 이상의 대학과 연구기관 등이 연구실과 강의실, 도서실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학술의 밤(Lange Nacht der Wissenschaften)’ 행사가 열렸다. ‘1년 중 가장 지적인 밤’이라는 모토 아래 개최된 이번 학술의 밤은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여 연구 활동에 대해 더 많이 알게 하고, 과학 실험에 더 많이 참여하게 하며, 지역학의 경우에는 외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국의 소리, 맛, 멋
이번 ‘학술의 밤’ 행사의 일환으로 베를린 자유대학의 한국학연구소도 일반 대중들을 위해 연구소를 개방하고 ‘오감으로 한국을 경험해보세요’라는 모토 아래 공개 행사를 실시했다. 오후 5시 ‘사물놀이’ 워크숍을 시작으로 관심을 갖고 찾아온 사람들은 물론 지나던 이들도 호기심에 걸음을 멈춰 행사에 참여하면서 연구소는 점차 붐비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처음으로 한국의 타악기 소리를 듣고 직접 연주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연구소 임시소장 브로흘로스 박사와 행사 진행을 돕던 모든 이들은 행사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모든 연령층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에 깜짝 놀랐다. 학생,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물놀이 연주단이 공연하고 있는 마당으로 몰려들었고, 공연을 감상한 뒤에는 호기심을 갖고 직접 악기를 연주해보려고 했다. 원래는 공연 한 마당만 계획했지만 사람들의 희망에 따라 한 차례 추가공연이 이어졌다.
다음에 개최한 서예 행사에서 서예가 병오 스님은 일반인들 앞에서 한글은 물론 한자로 서예 시범을 보여주었다. 또 원하는 방문객들에게는 그들의 이름이나 글귀를 직접 한글로 써주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가 머무를 수 있던 시간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아서 모든 이들의 희망사항을 다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글로 쓴 자신의 이름을 받았다. 특별한 요청을 한 이들도 있었는데, 한 친구의 경우는 병오 스님에게 사랑하는 여자 친구에게 줄 낭만적인 짧은 글귀를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오후 6시경에는 김치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채소로 만든 전통 발효 음식인 김치는 한국에서 밥과 함께 나오는 가장 흔한 반찬이다. 관심 있는 방문객들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직접 김치를 만들고, 물론 시식도 했다. 또한 방문객들에게 한국 전통 음식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한국 요리가 제공되었다. 사실 김치는 독일인들이 먹기에 너무 매운 데다가 독일인들은 마늘 맛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김치를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인지 김치 담그는 법을 지도하던 도미니카 와그너-김 여사는 한국에 체류했던 경험이 있는 내게 직접 만든 김치를 맛보고 평을 해달라고 했고, 내가 고추와 마늘을 더 넣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지금도 이미 독일 사람들 입맛에는 너무 맵다며 더 넣지 않았다.



뜨거운 열기로 진행된 강연
한국학연구소는 워크숍 외에도 간단한 강연과 발표 행사를 개최했다.
오후 7시에 시작한 강연 행사에서 한국의 선불교 전문가인 전남희 한국어 강사는, 일본에서는 흔히 종교 예술로 여겨지는 선불교에 대해 강의를 하고 명상하는 법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 강연이 첫 번째 강연이었는데 작은 도서실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바람에 좌석과 공간이 부족하여 어떤 이들은 바닥에 앉아야만 했고, 나도 창문밖에 서서 강연을 들어야만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강연에 대한 관심과 강연의 높은 수준이 그런 상황을 충분히 보상해주었기 때문에 단 한 사람도 불평하지 않았다.
한국학연구소 강사인 이윤경 박사와 객원교수인 소냐 호이슬러 박사는 한국문학에 나타난 세대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발표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아직 독일어로 잘 번역된 한국문학 서적을 구하기는 힘들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
얀 야노브스키와 나는 베를린의 한국학 전공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교환 프로그램으로 2007년 두 학기 동안 한국에 유학했다. 얀 야노브스키는 고려대학교에서 두 학기를 보냈고, 나는 연세대학교에서 두학기짜리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우리들의 발표는 이 두 대학 간의 경쟁관계를 내세운 측면이 약간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한국에서의 경험, 공부, 대학 생활과 문화 충격 그리고 일반적인 한국 생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40분 정도의 발표 뒤에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교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갈 예정인 학생들은 생활 여건, 문화적 차이, 생활비, 대학 등에 대해 호기심을 표했고, 다른 이들은 우리가 한국에 갔던 이유나 앞으로의 목표 등과 같이 근본적인 것들을 질문했다. 발표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그 다음날에는 많은 질문과 좋은 반응을 보여준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허준영 씨가 남북간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선별한 한국 영화를 보여주었다. 상영된 영화는 주로 남북한 긴장에 관한 것이었으며, 방문객들에게 한반도의 고난의 역사와 분리된 남북한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상품을 내건 영화 퀴즈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이 마지막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게끔 해주었다.
강연과 발표 내내 한국학연구소는 배경과 나이를 불문하고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드는 바람에 모든 이들이 모든 행사에 다 참여하지는 못했다. 방문객들은 대학에 관한 소개 책자, 잡지, 한국의 다른 기관에 대한 정보 자료등에 관심을 갖고 이들 자료를 즐거운 마음으로 가져갔다.
마지막 방문객들이 연구소를 떠난 시각은 새벽 1시였다. 무려 400여명이 방문한 베를린 자유대학 한국학 연구소 개방 행사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한국에 대한 관심은 작년에 비해 30% 이상 높아진 놀라운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한국문화원의 지원으로 방문객들은 한국의 정신을 보고, 듣고, 느끼는 그야말로 오감으로 경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