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뉴스레터-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보다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보다

2009 현대미술국제교류전 <조우: 더블린, 리스본, 홍콩 그리고 서울>(이하 <조우>) 전시가 지난 1월 7일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렸다.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이슈를 살펴보고 21세기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었던 전시회를 되돌아본다.

한국 현대미술과 외국 현대미술의 만남
한국 현대미술의 현황을 소개하기 위해 세계 여러 도시에서 전시를 해온 한국국제교류재단은 2008년에는 <소유냐 존재냐: To Have or To Be>전으로 아일랜드의 더블린, 포르투갈의 리스본, 홍콩 등지를 순회했다.
<조우>전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전시한 작품과 더불어 전시를 개최한 더블린, 리스본, 홍콩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한국 현대미술과 외국의 현대미술이 함께 만나는 상호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전시회 개막 당일 기자 간담회를 개최, 전시회의 기획 의도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석철주, 정연두, 홍수연, 이수경, 신기운, 황혜선, 김택상, 박지훈, 안토니오 훌리오두아르테(Antonio Julio Duarte), 루이 춘퀑(Lui Chunkwong), 윌슨시에(Wilson Shieh) 등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이 참석, 본인의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직접 답변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임성준 이사장을 비롯해 대내외 귀빈이 모인 가운데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21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1월 17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관람객의 호응에 힘입어 1월 31일까지 전시 기간이 연장되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및 홍콩 작가 14명의 작품 45점을 선보인 전시회는, 부대 행사로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갤러리 토크를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해 관객이 미술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 바로 알기’를 주제로 현대미술 특강을 개최해, 전시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 현대미술의 현 위치를 짚어볼 수 있었다.

작가들, 소유와 존재를 다루다
200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은 다양한 주제 속에서 자아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작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그런 경향 중에서 자본주의의 다양한 이슈들, 대중문화적 쾌락, 욕망, 집착, 탐미와 같은 주제를 다루는 작품에서 에리히 프롬의 ‘소유’ 개념을 추출하는 것은 어렵지않다. 정연두, 박지훈, 신기운, 이수경, 임태규 등의 작가가 이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세상의 다양한 현상과는 무관하게 자신에 집중하여 관조, 숭고, 명상 등을 주제로 삼아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존재’의 개념을 발견할 수 있다. 홍수연, 황계선, 김택상, 김유선, 석철주 작가의 작품에서는 서구적인 가치와 동양적인 미덕이 충돌하고 상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상충적인 개념의 공존은 오히려 더욱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창조의 에너지가 되는 듯하다. 이러한 개념의 갈등은 끊임없는 모순의 생성, 발견, 지양의 과정을 거치지만 궁극적으로 넒은 시각에서보면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는 열린 공간과 시각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큰 틀을 이루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 유럽사회에 속하면서도 한국과 비슷한 정치적·사회적 변혁을 겪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작가들, 또 홍콩의 작가들도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탐구한다는 사실은 외부세계에 대한 수용과 거부, 관찰과 개입같은 작가들의 입장이 실은 전 지구적이고 동시대적인 이슈임을 드러낸다. 이번 <조우>전에 참여한 작가들 역시 ‘소유’와 ‘존재’의 주제를 진지하게 탐구함으로써 이 전시를 둘러싼 담론의 장을 더욱 확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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