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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문명의 발상지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의 선율

다양한 인접 예술과 만남을 통해 일렉트로닉 국악을 선보이며 젊은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키네틱 국악그룹 옌이 지난 5월 4일부터 16일까지 잉카문명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남미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첫 해외 콘서 트를 성황리에 마치고 돌아왔다.



옌은 ‘아리랑을 아시나요(Do You Know Arirang)?’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한국의 문화 트렌드를 소개하는 영상과 함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국악을 선보이며 총 5회의 콘서트를 마쳤다. 2005년 국악축전 창작국악경연대회 대상,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집중 육성사업 최연소 선정 등 활발한 국내 활동에 비해 해외 공연이 전무했던 옌에게 남미에서 개최한 공연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머나 먼 신세계의 땅은 단순히 첫 해외 공연이라는 기록을 넘어 옌이 한국을 대표하는 청춘임을 새롭게 일깨우고, 잠시 잃어버렸던 순수한 영감을 되찾게 했다.

청춘 페루, 청춘 국악
키네틱국악그룹 옌은 ‘도시’와 ‘동시대의 감성’에 주목하는 퓨전 국악 팀이다. 옌은 『소설가 2008년 구보씨의 일일』을 각색한 <아트 옌 더 시티(Art Yen the City)>로 서울을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의 삶을 음악극 형식으로 그리기도 했고, 서울의 주요한 클럽 등에서 국악을 매개체로 파티 콘서트를 벌이기도 했다. 옌은 페루에서도 현지의 젊은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콘셉트로 삼아 리마와 아레키파 등에서 여는 세 차례 공연을 모두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교에서 진행하고자 기획했다.
‘한국 그리고 옌’, ‘한국의 전통음악 배우기’, ‘영 트래디션(Young Tradition)’이라는 3개의 테마 속에 옌의 대표곡인 ‘트리뷰트 투 서울(Tribute to Seoul)’, ‘얼음 무지개’를 비롯한 전통음악 산조 합주, 사물놀이, 페루 민요인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 등 총 11곡을 준비해 연주했다.
페루에서의 첫 공연은 아레키파의 성 오거스틴 대학 공과대 도서관 앞 야외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성 오거스틴 대학은 옌의 공연을 위해 음향 장비를 구입, 야외 무대 제작 등 적극적인 지원을 했으며,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700명의 대학생들이 한 시간 30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함께 추임새 및 아리랑을 부르는 등 대학 축제를 연상시켰다.
두 번째 공연은 성모 마리아 가톨릭 대학의 윌림모리스 극장에서 이루어졌으며, 공연이 끝났을 때 전원 기립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세 번째 공연은 페루 리마에서 주페루 대사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이루어졌다. 특히 한-페 FTA 2차 협상 다음날, 협상이 이루어진 장소 리마대학의 오디토리오 센트럴에서 진행되어 리마대학 학생 및 페루 관계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공연 이후 페루 리마대학 교환 학생인 한 한국인 학생은 ‘싸이월드’ 옌 클럽에 접속하여 “페루 사람들이 아리랑을 함께 따라 부를때 너무 감동적이었다”라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한국의 젊은 감성은 머나먼 땅에서도 통했다. 옌이 묻는다. “Do You Know Arirang?”



볼리비아 하늘에 태극기 휘날리며
키네틱 국악그룹 옌은 볼리비아 땅에 한국 음악을 전한 첫 공연 팀이 되었다. ‘처음’이라는 이름 아래 볼리비아는 옌에게, 옌은 볼리비아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때마침 공연을 하는 주간에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의 독립 200주년 기념 행사가 진행되어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펼쳐졌다.
첫 공연은 라파스의 시문화국 건물 안에 위치한 모데스타 상하네스극장에서 이루어졌다. 260여 석의 극장에는 한국의 음악을 처음으로 듣기위해 온 볼리비아 관객들과 현지에 있는 한인들로 가득했으며, <한국 문화사진전>도 함께 열렸다. 주볼리비아 김홍락 대사는 “2008년 9월에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대사관이 재개설되었으며, 그 후 최초로 열린 문화 행사여서 의미가 깊다. 형식적 공연이 아닌 젊은 친구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레퍼토리가 인상 깊다”라고 공연 후기를 전했다.
두 번째 공연은 독립기념 행사가 한창인 라파스의 프라도 야외 광장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하이서울페스티벌을 연상시키는 축제의 야외 광장에서는 볼리비아 전통 공연, 메탈 공연, 포크송 공연 등이 개최되고 있었으며 옌도 이 행사에 참여했다. 볼리비아 시민들은 생각지도 못한 한국 공연팀의 축하 공연에 매우 흥미있어 했으며, 낯선 이방인인 옌에게 전해준 현지인들의 뜨거운 환호는 옌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음악, 영화, 여행이 함께하는 옌의 라틴아메리카 음악 노트
남미에서의 공연은 현지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에서도 계속되었다. 옌은 남미 공연 사전 과정부터 귀국 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일정 중 마추픽추 등을 여행하며 잉카의 정서를 음악으로 스케치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는 해외 공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인상과 영감을 한국의 관객에게도 소개하려는 옌의 작은 노력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와 옌의 새로운 신곡은 7월 18일부터 19일까지 문화일보홀에서 <옌’s 라틴아메리카 음악 노트>라는 이름으로 만나볼 수 있다. 남미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여행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젊은 여성들의 색다른 콘서트는 우리 음악을 통해 페루와 볼리비아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