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스웨덴 밤하늘에 울려 퍼진 한국 클래식 실내악의 선율

세종목관챔버앙상블이 지난 5월12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주관으로 스웨덴에서 연주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한-스웨덴 간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첫 공연이자 우리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스웨덴에 우리 클래식 음악가의 첫 번째 연주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수준 높은 클래식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이곳 스웨덴 사회에서 성공적인 행사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에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북유럽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세종목관챔버앙상블의 연주회 공연장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노벨상 시상식 개최 장소로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콘서트홀(Konserthuset)이 선택되었다. 실내악에 적합한 460석 규모의 소공연장 그루네발트살렌(Grunewaldsalen)은 아름다운 벽화와 정교한 내부 장식으로 관객이나 연주자들로부터 노벨상 행사가 개최되는 본 공연장보다 더 사랑받는 장소다. 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동일한 음질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도록 고안된 완벽한 음향 시설은 리허설을 마친 후 세종목관챔버앙상블 단장인 김동진 교수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다.

낯선 한국인 연주자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
장소 확보와 더불어 행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다름 아닌 홍보다. 올해 초 스웨덴의 어느 컨설팅 기업이 진행한 우리나라에 대한 인지도 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대학 이상의 교육을 마친 30대 스톡홀름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듣고 30초 내에 연상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한 결과, ‘남북 분단‘, ‘IT 강국’, ‘입양’, ‘서울 올림픽’의 네 가지 주제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이,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있으나 매우 단편적인 모습에 제한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저마다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그차이가 매우 클 것이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었다.
스웨덴의 언론이 보여주지 않은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홍보 작업은 세 달 전부터 시작되었다. 대외적인 홍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요 인사 접촉 계기를 최대한 활용했으며, 두 차례에 걸쳐 초청 작업을 진행해 사표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스웨덴 사람들이보인 관심은 놀라우리만큼 뜨거웠다. 전 좌석이 매진되었으며, 혹시 있을지 모르는 참석 취소자가 생길 경우 연락을 달라고 거듭 당부하며 전화번호를 남긴 칠순 노인도 있을 정도였다.



모두의 마음을 적신 아리랑의 감동
드디어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첫 곡 하이든의 ‘목관 5중주를 위한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 for Woodwind Quintet)’에서 관객과 연주단은 곧 서로의 코드를 맞추기 시작했다. 바순과 호른이 주고받는 연주는 흥미로웠으며, 오보에와 플루트는 절묘하게 호흡을 맞춰나갔다. 그리고 클라리넷이 모든 악기들을 유유히 안정감 있게 앞서가며 길을 인도했다. 피아니스트 안소연씨가 함께한 풀랑의 ‘목관5중주와 피아노를 위한 6중주(Sextet for Woodwind Quintet and Piano)’는 스웨덴의 클래식공연 레퍼토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곡이기에 관객들의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점점 무르익어가던 분위기는 스웨덴 측 협연자와 함께한 생상스의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Capriceon Danish and Russian Airs’ 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콘서트를 가진 바 있는 신예 피아니스트 슈테판 산트스트룀(Staffan Sandström)의 연주는 햇볕에 반짝이는 자작나무 잎처럼 가볍고 경쾌하게 목관 악기들을 이끌어나갔다.
공연을 마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께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음악이라는 매체를 통해 관객과 무대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순간이었다.
앙코르 곡 아리랑은 비단 우리 동포뿐만 아니라, 한국전 당시 야전병원에 의사, 간호사로 파견되었던 분들에게도 향수 어린 곡이었다. 김동진교수가 장난기 어린 웃음 가득한 얼굴로 소개한 ‘한-스웨덴 수교 50주년 기념 생일 축하곡’은 전 관객에게 따뜻한 웃음을 제공해주었다. 마지막 커튼콜을 내리고 난 후, 연주단도 관객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이 감동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리셉션장에 도착한 연주단은 그저 손을 붙들고 눈빛으로 그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관객들의 인사를 받기에 정신이 없었다. 연주단 또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무척 감동한 눈치였다. “연주회 한두 번 하나요. 리셉션 음식은 안 먹습니다” 하던 김동진 교수와 단원들은 어느새 잡채며 불고기를 입에 가득 담은 채 인사를 받고 있었다. 어느 일류 리셉션 음식도 따라 할 수 없는 우리 교민과 공관 직원 부인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덕분이리라. 이날 거의 모든 관객들이 리셉션까지 함께했는데, 이들이 이처럼 연주회의 감동을 나누고 우리 문화에 대해 이해를 넓히는 분위기를 조성한 데에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원한 우리 문화 소개 홍보 자료 및 불고기, 잡채, 전류, 경단 3종으로 준비한 우리 음식이 큰 일조를 했다.

오래도록 이어진 감동의 여운
감동을 주는 음악은 듣는 이뿐만 아니라 연주하는 이의 마음도 서로 열게 한다. 피로 누적과 긴장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를 이기고 다시 한 번 팀워크를 다진 연주단은 조희용 대사님 이하 공관 직원들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스웨덴에서 받은 감동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그 후 약 한 달간, 스웨덴 국회 부의장에서부터 우리 교민에 이르기까지 각계에서 이러한 좋은 연주회를 마련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가 지속되었다.
이번 세종목관챔버앙상블의 연주회를 계기로 스웨덴인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소프트 파워, 문화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