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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존중의 정신, 미국에 소개하고 싶어요”

101명의 미국 청소년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 학생들과 뜻 깊은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 가정에서의 홈스테이, DMZ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한국과 미국의 상호 이해의 폭을 더 넓히는 계기가 될 이번 방문에서 그들이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난해 3월, 한미 양국 정상 간의 회담에서 이루어진 청소년 교류 확대 합의와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마련된 ‘한미 청소년 교류 네트워크 2009’가 8월 9일부터 22일까지 13박 14일간 열렸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고 연세대학이 프로그램 기획을 맡은 이번 방문 행사에 모두 101명의 미국 청소년이 참석했다. 이들은 미국 전역에서 지원한 250여 명의 지원자들 중 한국관련 에세이와 문답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아시아에 중국이나 일본 외에 얼마나 많은 민족과 문화가있는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는 열다섯 살의 고등학생 루카스 존슨(Lucas Johnson)의 말처럼, 이들은 저마다 다른 배경과 이유로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호기심이 넘쳐 흐르는 십대들이었다.



학생들의 눈으로 본 진짜 한국
열흘이 넘는 방문 기간 동안 이들은 한국어 강좌, 문화행사 , 태권도 수업, 사랑의 운동화 만들기 등 학업과 휴식, 봉사활동을 아우르는 폭넓은 일정을 소화하며 교과서나 뉴스 속의 ‘사우스코리아’가 아닌, 진짜 한국의 모습을 체험했다. 특히 또래의 한국 고등학생과 짝을 지어 그들의 집에서 보낸 이틀간의 홈스테이와 분단의 현장 DMZ 투어는 미국 학생들이 꼽은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였다. “책에서 보기는 했지만 책에서 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인 비무장지대의 긴장감을 체험했다”는 여학생 이피오마 오조마(Ifeoma Ozoma)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직 군복무를 하지 않은 한국인 친구가 몇 년 후 이런 곳에서 총을 들고 서 있을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광경인, 똑같은 모습을 한 청년들이 서로 다른 군복을 입고 한 치의 미동도 없이 마주보고 서 있는 모습은 전쟁과 분단을 체험하지 못한 미국의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듯했다.
학생들은 또 보통의 가정에서 한국인 친구와 가족의 일원으로서 보낸 홈스테이 체험이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보다 넓고 깊게 이해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바닥에 상을 펴고 둘러앉아 밥과 찌개를 먹고, 온 가족이 함께 주말 나들이를 하는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인 일상을 공유하는 것은 ‘행복한 문화 충격’이라 할만 했다. 한국계 미국인 대학생인 벤자민 스탄고 밴슨(Benjamin Stango Vanson)은 “밥 먹을 때 반찬과 찌개를 공유하는 것등의 사소한 차이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며, “각자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 먹는 미국인은 자기 앞에 놓인 접시에만 신경 쓰는 데 반해, 다 같이 음식을 공유하는 한국식 밥상에서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한국인 특유의 인정과 배려는 이런 것에서부터 몸에 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이의 인정을 넘어 상호 이해로
이번 초청 행사의 목적이 양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들의 상호 이해 증진에 있는 만큼, 행사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자라온 학생들 간의 교류에 많은 신경을 썼다. ‘한미 동맹관계’나 ‘미국인이 바라본 한국 사회’ 등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라든지 한국 고등학생들과의 토론 및 ‘김치 담그기’ 등의 교류활동 등이 그 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여러 강의에 대해 학생들은 “십대 학생들과의 소통과 그들의 주목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강사들 덕분에 매우 유익하고 재미있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같은 또래의 한국 학생들과 함께한 토론 시간에는 호기심 많고 쾌활한 십대들의 활기가 두 나라의 문화 차이에서 올 법한 서먹함을 가볍게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한미 FTA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각자 자기 나라에서의 고등학교 생활 이야기를 할 때 정말 신나게 떠들었어요.”
일정 마지막 날, 귀국을 앞둔 학생들의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2주일의 시간은 너무 짧아서 꼭 다시 와봐야 할 것 같다”는 루카스는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계속 진행되는지 물어보며 미국의 친구들에게 “다른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경험하기를 꼭 권할 것”이라 강조했다. 미국에 꼭 갖고 돌아가고 싶은 한국적인 것이 최고 성능의 휴대전화기나 MP3 플레이어가 아닌, ‘존중(respect)의 정신’이라 말하는 그들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이미 친구 이상으로 자리매김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