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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일 양국 과제의 공동 대응과 협력에 대한 논의

한국과 일본의 지적(知的) 네트워크로서 민간 교류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제17차 한일포럼이 2009년 12월 6,7,8일 사흘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되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일본국제교류센터가 주관하는 한일포럼에는 한일 양국의 국회의원을 비롯해 경제계, 학계, 언론계, 사회문화계 인사가 참가하여 양국간 주요 현안 및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제17차 한일포럼에 한국 측에서는 공로명 회장, 조석래(전경련 회장), 임성준(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정구종(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 등 운영위원단 및 전여옥•이낙연•원희룡•김부겸•박상은 의원 등 28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모기 유자부로 회장, 야마모토 다다시(일본국제교류센터 이사장) 대표간사와 후쿠야마 테츠로 외무부대신(참의원 의원), 하야시 요시마사(전 방위성 장관), 시오자키 야스히사(전 관방 장관), 마쓰모토 다케아키 의원 등 25명이 참석하여 5개의 세션별 주제 발표와 토론 등을 통해서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의 일정을 진행했다.



현실적 실현을 이끌어낸 한일포럼
한일포럼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 일본 수상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민간 지적 네트워크 설치의 필요성에 합의하여 발족한 이래 1993년 12월 서울 신라호텔에서의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해마다 양국에서 교차로 개최되었다. 각 세션별 회의에서는 한일 양국의 국내 정치・사회 변화와 양국 관계를 비롯하여 외교・안보・경제・역사 인식문제 등 두 나라 간의 현안과 관심 테마에 대한 양측의 주제 발표와 토론을 전개하는 가운데 양국 현안 및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공동 대응과 협력 방안이 논의되어 왔다. 필요에 따라서는 양국 간 공동 관심사에 대한 정책 제언을 공동 선언 또는 성명 형식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서 실현된 것들이 적지 않다. 2002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 김포-하네다 항공편 셔틀 운행, 한일 간 비자 면제 등은 한일 포럼이 공동 성명 등을 통해 제언하여 빛을 본 현안들이다.

당면한 이슈에 대한 공동 대응과 협력 방안 모색
이번 포럼의 제1세션 ‘한일 양국의 정치・사회 변화와 양국 관계’ 부문에서는 ‘이명박 정권 2년의 관제와 한일 관계’(한국 측) 및 ‘일본의 정치 변동과 한일 관계’(일본 측)에 관한 발표와 질의응답이 관심을 끌었다. 한국 측 발제자인 장훈 교수(중앙대)는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 차에 들어서 놀라운 정치적 컴백을 이뤄냈고, 이를 바탕으로 세종시 수정에서부터 아프간 파병까지 다양한 정책 이니셔티브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정치적 컴백을 일궈낸 배경과 새로운 정책 이니셔티브가 이끌어갈 이명박 정부의 중반기 운영의 과제들을 분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와카미야 요시부미(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가 일본의 정권 교체 배경을 설명하고, 하토야마 정권의 내정・외교 및 한일 관계 전망 등을 종합, 보고했다.
토론에서 한국 측 참석자들은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정권이 주일 미군기지 이전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미 관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질문했고, 특히 한국에 미칠 방향 등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이번 제17차 한일포럼 전체 회의에서는 ‘북한 미사일・핵문제에 대한 한・일・미의 대응과 협력’(제2세션), ‘글로벌 경제 위기와 한일 협력’ (제3세션), ‘기후변화・환경오염 등 글로벌 과제에 대한 공동 대응과 한일 협력’(제4세션)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일 양국이 당면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공동 대응과 협력 방안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됨으로써, 이 지역에 있어서의 한일 양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상호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일본 정부에 진지한 과거사 반성 촉구
‘새로운 한일 관계의 과제-미래를 향한 한일 협력’을 테마로 한 마지막 제5세션은 한일 양측 회장의 공동 주재로 종합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세션의 한국 측 발제자 박철희 교수는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여 전략적 한일 관계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전제하고, ‘21세기적 한일 관계를 구상함에 있어 공동 미래, 공동 설계, 공동 준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종합 토론에서는 ‘한일 병합 100년’째가 되는 내년 2010년을 한일 양국이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과 제언들이 잇따랐다.
이 자리에서 한일 과거사 100년을 정리하는 ‘한일 정상 공동 선언’ 또는 ‘한일 신시대 공동
비전’의 발표 등이 제언되었다. 일본 측에서는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로 과거사 반성과
사죄는 일단락되었다”고 주장한 반면, 한국 측참석자들은 “무라야마 담화만으로 한일 과거
역사가 청산될 수는 없다”고 맞대응했다. 한국측 참석자들은 “일본 정부가 100년이라는 더
없이 소중한 해를 계기로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사죄를 통하여 역사를 청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지한 토론과 공방 끝에 회의는 아쉽게 막을 내렸다. 폐회식 인사말에서 일본 측 모기 회장은 “이번 17차 포럼은 과거 어느 때보다 허심탄회한 대화와 토론이 전개되었다”고 평가했다. 공로명 한국 측 회장은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만행을 반성하기 위해 빌리브란트수상이 유대인 묘지에 가서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참회하는 모습이 전 세계 TV에 방영되었음을 상기시키고 일본의 진지한 과거사 반성에 대한 자발적 성의를 촉구했다.
이번 포럼은 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공관에서의 환영 만찬으로 시작되었으며, 7일 오찬에서는 한일포럼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특별 강연을 통해 북핵 문제해결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을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