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미국 땅에서 펼칠 한국어 교육의 미래를 이야기하다

2009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ACTFL 연례회의는 내게 특별한 감흥을 준 학회였다. 내게는 네 번째 학회로 몸은 가장 힘들었지만 마음은 가장 기뻤다.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많은 교사들이 참여했고, ‘재미 정규 학교 한국어교사협의회’의 이름으로 부스도 설치했다. 이를 계기로 교사협의회가 더욱 단결된 것은 물론 그 존재감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어 교사가 되었던 첫 해부터 지금까지를 뿌듯한 마음으로 회고해본다.



뜻하지 않게 시작한 인생의 제2막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나는 문득 키워야 할 아이들이 없는 나의 미래를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노후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뒤늦게 교사가 되어보자는 결심을 했다. 물론 가르칠 과목은 전공인 미술이었다. 돌이켜보면 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하는 도중에 왜 한국어 능력 시험을 준비했는지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느 국어 선생님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우리 말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역설해주신 그분으로 인해 언젠가 그만둔 글쓰기를 다시 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술 교사 자격증에 덤처럼 따라온 한국어 교사 자격증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공부를 끝낸 얼마 후 집에서 가까운 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를 찾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채용이 되면 차후에 내 전공인 미술로 바꿀 수 있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한국어 교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강의를 시작하자 문제들이 하나 둘 씩 드러났다. 학교가 시작된 지 약 3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지급되었고, 그에 딸린 연습지 외에는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 방법, 교안, 자료 등이 전혀 없어 상당히 당황했다. 교과서가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조금만 참으면 아이들을 쉽게,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어렵게 한국어 수업이 생겼으니 잘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과 잘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은 마냥 커져갔다. 신문에서 한국어란 단어만 나오면 그 기사를 꼼꼼히 읽었다. 그러던 중 한국어 교사들의 만남이 있다는 기사를 읽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곳을 찾아갔다.



한국어 교사들과의 뜻 깊은 만남
그날 이후 한국어 교사들과 가끔씩 만나며 많은 위로를 받았고 감명을 받았다. 이 만남이 나를 미술 선생이 아닌 한국어 선생으로 남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주었고, 한국어를 가르치며 생기는 어려움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또 많은 한국어 선생님들의 노고를 직접 체험하며 배웠다. 그 모임의 인연과 한국어진흥재단의 지원으로 2006년에는 멤피스에서 열린 전미 외국어 교사 연례회의에 참가할 수 있었다. 회의 참석 교사들과 3~4일이라는 시간을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는 동료이자 친구로 관계를 넓혀가게 됐다. 참석 당시 받았던 좋은 인상 때문에 매년 11월이 기다려졌다.
2007년에는 5명, 2008년에는 11명의 교사가 참가했지만, 비용 문제로 더 많은 교사들이 참가하지 못하는 점은 무척 아쉬웠다. 그런데 2009년에는 무려 22명의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도움으로 이렇게 많은 교사들이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참가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여러 교사들에게 전했고, 이런 지원 소식이 몇몇 학교로부터 또 다른 지원을 받아내는 성과를 내어, 좀 더 많은 교사들이 이번 연례회의에 참가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지원해준 부스는 참가 교사들이 오가며 들를 수 있는, 마치 친정 같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는 재미 정규 학교 한국어교사협의회와 같이 참가한 점심 만찬에서 우리 선생님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한 것을 보며 뿌듯했다. 벌써 여러분의 선생님들이 다음 해에도 참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서로 배우고 소통하며 발전하는 한국어 교사들의 모임
연례회의는 우리 한국어 교사들에게 그저 부족한 지식을 배우는 곳만은 아니었다. 다른 교사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 또 위로를 받는 회복의 장소였으며, 앞으로 더 발전하고자 다짐하는 목표를 세우는 곳이었다. 많은 한국어 교사들이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가고 싶은 모든 학회에 참가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렇게 멀리 계신 선생님들이 만나 서로 소통하고 서로 돕고 위해줄 수 있는 자리가 참으로 좋다는 생각을 했다. 더 많이 배워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자 하는 열망을 비용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 한국어 교사들이 배우고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이 앞으로 새로이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는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반이 되리라 생각한다. 도움을 주신 한국국제교류재단에 선생님들의 모든 감사를 모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