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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시금석, 한-러 포럼 개최

제11차 한-러포럼이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간 ‘백야의 도시’로 유명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암바사도르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올해가 한-러 수교 20주년이라는 점과 천안함 사건이라는 어려운 국제 문제에 직면해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포럼은 어느 때보다도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 김성엽 이사장 직무대행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 20년간 각 분야에서 급속하게 발전한 양국 관계를 높게 평가하고, 특히 6자 회담의 당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천안함 사건은 물론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 안정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 파노프 원장도 동북아와 한반도의 안전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고, 보로다브킨 차관은 천안암 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시하면서도 천안함 사태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그간의 6자회담의 과정을 저해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러시아 외무성의 기본 입장을 천명했다.



한국과 러시아 각계의 주요 인사가 참여한 수준 높은 포럼
이번 포럼에 러시아 측에서는 한-러 포럼의 파트너인 파노프(A. Panov) 러시아외교아카데미 원장을 위시하여 보로다프킨(A. Borodavkin) 러시아 외무성 제1차관, 이바셴초프(G.Ivashentsov) 전(前) 주한 러시아 대사, 프로호렌코(A. Prokhorenko)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관계위원장, 자페발로프(V. Zapevalov) 러시아 외무성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표 등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러시아 정•관계 인사들과 러시아 최고의 연구기관이면서 대아시아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제관계 싱크탱크(think-tank)인 러시아 외무성 외교아카데미의 쿨마토프(K. Kulmatov) 국제현안연구소 부소장, 라이코프(Yu. Raikov) 국제관계부장이 참석했으며 그 외에도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톨로라야(G. Toloraya) ‘러시아의 이름하의 통합’ 재단 부이사장, 자페소츠키(A.Zapesotsky) 상트페테르부르크 노조대학 총장, 콜로토프(V. Kolotov)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교수 등 저명한 학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초 바실리(Tscho Vasiliy) 러시아 고려인 협회 회장을 비롯한 많은 한인 동포들이 참석하여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한국 측에서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이윤호 주러 한국 대사, 이석배 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 등 정•관계 인사들과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 이세웅 서울사이버대학교 이사장, 박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강천석 조선일보 주필, 김석환 주성대학교 부총장, 정여천 KIEP 부원장, 고재남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홍완석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소장, 홍덕화 연합뉴스 부장, 권원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류지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나희승 한국철도연구원 기획부장, 최경석 LG전자 러시아 법인장 등 19명의 학계, 언론계, 기업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대북 문제와 경제 협력 문제 집중 논의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5월 31일 오전에 열린 개회식에서 김성엽 이사장 직무 대행과 파노프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러 수교 20주년에 즈음하여 그간의 한-러 포럼이 양국 발전에 기여한 바를 회고함과 아울러 향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에 이번 포럼이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했다. 보로다브킨 차관은 축사를 통해 6자 회담은 아직 냉전 구도가 잔존하고 있는 동북아의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효율적 메커니즘임을 강조하고, 천안함 위기 극복을 통해 동북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기대했다. 강만수 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유라시아의 심장부임을 강조하고 한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무한한 자원 공동 개발 가능성을 실현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가장 개방된 경제와 잘 발달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 러시아의 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31일에는 두 개의 회의가 열렸는데 제1회의의 주제는 ‘21세기 한-러 전략적 파트너십’이었으며 러시아 측에서는 쿨마토프 교수와 톨로라야 박사가, 한국 측에서는 김석환 부총장과 고재남 교수가 발제했다. 이 세션에서 한-러 관계 20년의 평가를 기초로 동북아의 다자 안보와 북핵 문제 등 지역 안보 이슈를 광범하게 토론했지만 특히 천안함 사건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 가장 주요한 관심사였다. 톨로라야 박사는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 긴장이 무력 충돌로 비화할 위험을 강조하면서 북한을 고립시키거나 UN을 통한 대북 제재를 추진할 경우 북한은 중국에 더욱 의존하려 할 것이며 핵 개발에 더욱 비중을 둘 것임을 강조했다. 이바셴초프 대사도 대북제재만으로는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남북 대화를 통한 관계 정상화 노력이 북핵 해결 노력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만수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 측 참석자들은 천안함 폭침 이후 합동조사단 결과에 입각한 우리 정부의 조치를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대북 제재 조치를 추진 중임을 설명했다.
제2회의는 ‘한-러 경제 협력의 성과와 전망 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러시아 측에서는 이바셴초프 대사와 자페발로프 러시아 외무성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표가, 한국 측에서는 정여천 부원장과 최경석 LG전자 러시아 법인장이 발표했다. 현지 부품 기업 지원을 통한 안정적 부품 조달과 헌혈 운동 등으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해 기업 성과를 개선한 LG전자의 사례는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한 러시아 에너지 정책에서 동아시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바셴초프 대사의 발표에 대해 한국 측 참가자들의 많은 질문이 이어졌고, 한-러 에너지 협력의 성공을 위한 많은 제언들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과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논의된 것은 이번 포럼의 또 하나의 성과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한국의 투자는 주로 모스크바에만 집중되었는데 현대 자동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투자를 계기로 이곳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크게 제고되었고, 참가자들은 협력 확대를 위한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러시아 극동과의 협력, 문화・교육・언론 분야에 관한 활발한 토론
6월 1일에는 제3회의와 제4회의가 계속되었다. 제3회의의 주제는 ‘러시아 극동과 남북한 경제협력’이었다. 한국 측에서는 류지철 박사와 나희승 박사가 각각 에너지 협력과 철도 협력에 관해 발표했고, 러시아 측에서는 자페소츠키 총장과 프로호렌코 위원장이 발표를 했다. 이번 포럼에서 에너지와 철도 분야의 논의가 활발하지 못했던 점은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한국의 전통 가치와 경제 발전의 관계에 관한 자페소츠키 총장의 발표는 한국 측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제4회의의 주제는 ‘문화, 교육, 언론 분야의 한-러 협력’이었고 한국 측에서는 이세웅 이사장, 김학준 고문이 발표를 했고, 러시아 측에서는 라이코프 대사, 콜로토프 교수 그리고 고려인 신문인 ‘러시아 고려인’의 전발레리(V. Chen) 편집인의 발표가 있었다. 이 세션에서 가장 뜨겁게 토론한 주제는 러시아 스킨헤드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성향이었다. 러시아 측 일부 참가자는 한국 언론이 러시아에 대해 부정적 보도 성향이 있음을 지적했고, 김학준 고문을 비롯한 한국 측 참가자들은 일부 오해가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양국의 상호 신뢰가 좀 더 제고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이세웅 이사장은 양국 문화 교류에 관한 상세한 현황 설명과 아울러 경험에서 우러나온 교류증진 방안을 제시하여 양국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라이코프 대사는 자세한 현황 정보를 활용해 양국 간 교육 협력에 관한 문제점들을 제시하여 양국 참석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이끌었다.
이번 제11차 한-러 포럼을 통해 수교 20주년을 맞이한 러시아와의 관계 발전에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분명히 있음을 확인했지만 그보다는 한-러 관계에는 아직도 많은 기회와 희망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포럼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되었고, 이곳과 한국과의 협력이 처음으로 활발히 논의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 가 있음을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포럼 이 러시아에서 모스크바와 함께 양대 세력을 이루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의 긴밀한 협력 논 의에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