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사람과 사람을 잇는 행복한 ‘매개자’

1966~1981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던 평화봉사단(Peace Corps)이 지난 10월 10일 6박 7일의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다시 방문했다. 그 일원으로서 이번 행사에 참가한 테이마 나카무라 교수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미국 출생이지만 일본인과 결혼해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력이 독특한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학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한 뒤 평화봉사단에 가입, 1973년부터 74년까지 2년 동안 항공대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일본인인 남편은 제가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당시 제 고향 펜실베니아의 어느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동양인이 드문 그 지역에서 검은 머리와 작은 체구가 눈길을 사로잡더군요. 그래서 몇 년에 걸쳐 교제를 했고, 제가 한국에서 평화봉사단 활동을 마친 뒤 결혼했습니다. 이후 저희 부부는 싱가포르, 켄자스, 도쿄 등에서 지냈고, 현재는 후쿠오카에 거주하면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도 항공대학교는 매우 전문적인 대학으로 분류됩니다. 굳이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 물리 선생님이 민항기 조종사 면허증 소지자여서 그분에게 영향을 받아 저도 파일럿 면허증을 땄습니다. 평화봉사단원으로 일하면서 파일럿이라는 저만의 특기를 살리고 싶었고, 마침 한국에 항공대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지원했지요. 저라면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항공 용어나 특수한 어휘들을 쉽게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 항공대학교에 봉사활동을 지원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는데, 저로선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30여 년 만에 다시 항공대학교를 방문하셨습니다. 소감이 어떤지요?
이곳이 과연 내가 봉사활동을 했던 곳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너무 커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새로운 건물이 많이 지어졌고, 활주로 역시 더 크고 개수도 늘어나서 예전에 활주로로 썼던 곳을 이제는 택시가 지나다니더군요. 항공대학교가 이만큼 커진 것을 보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우주박물관입니다. 항공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매우 쉽게 설명되어 있었고 각종 비디오와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 중 상당수가 항공 관련 산업에 진출하려 준비 중인데, 그 친구들에게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서구인으로 아시아의 다양한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문화 교류를 실천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평소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저는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제 자신이 그러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큰 축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거나 감정을 주고받고 이해의 폭을 넓혀갈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일종의 ‘매개자’의 역할인 것이죠. 그래서 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른 여러가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워크숍이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마련한 평화봉사단 초청행사 역시 ‘문화교류’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늘 열렸던 운동회 같은 프로그램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함께 뛰고 뒹굴면서 신체 접촉을 하는 동안 서로의 감정과 느낌을 말보다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교류와 관련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오늘 항공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항공에 관한 지식이나 역사 등을 가르치는 여름방학 단기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많은 제 학생들이 항공 산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년 여름 그 친구들을 항공대학교에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여기에는 비행기 지식과 승무원의 기본 자질은 물론이고 한국어와 한국 역사에 대해 가르치는 시간도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일본 내 외국 학생들을 위한 교육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더욱 다양한 워크숍 등을 열 계획입니다.
이번 한국 방문을 계기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과 문화적 접촉에 대해 다시 한 번 심도있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