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변화 속의 한국과 중국, 소통과 이해의 현장

제15차 한중미래포럼이 지난 10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한중미래포럼은 한중 수교 직후인 1994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양국을 오가며 양측의 정계, 기업, 학계, 언론계 인사들 사이의 긴밀한 소통의 장이 되어왔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 19명, 중국 측에서 17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중국 측 파트너인 중국인민외교학회 양원창(楊文昌) 회장은 25일 저녁 환영 만찬을 베풀었다. 베이징의 자금성에 면한 유서 깊은 지역에 자리 잡은 외교학회 캠퍼스 안에 마련된 만찬장은 양국이 공유하는 문화의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만찬에는 한중 수교의 주역이자 1994년 제1회 한중미래포럼의 주최자이기도 했던 류수칭(劉術卿) 전 중국 외교부부부장도 참석했다.

첨예한 의견 차이, 그러나 발전적인 한중 외교의 축소판
26일 아침부터 베이징 국제구락부(St. Regis) 호텔에서 열린 회의는 ‘동북아 지역 협력 속의 한중 관계’, ‘최근의 한반도 정세와 한중 관계’, ‘녹색경제 분야에서의 한중협력’ 등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과 의견 교류가 이루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 KDI 국제정책대학원 이계우 교수는 G20 정상회의가 담아야 할 개발 의제의 방향과 한중의 역할에 관해 발표했고, 외교학원 지앙뤼핑(江瑞平) 교수는 동아시아 협력의 내용과 방식에 대해 발표했다. G20과 동아시아 통합을 둘러싼 활발한 토론이 전개된 후에 쟝팅엔(張庭延) 전 주한 대사는 역내 경제 협력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협력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며 오전의 토론을 종합했다.
정치・외교적 이슈를 주로 토의한 두 번째 세션은 시종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최근 동북아 지역 정치・정세의 격변 속에서 한중 양국이 지닌 역사 인식과 정세 인식의 차이가 가감 없이 드러나면서 격렬한 토의가 펼쳐졌다. 푸단 대학 스위앤화(石源華) 교수와 세종연구소 이태환 박사의 발제 이후 이루어진 토론에서 양측은 천안함 사건, 북핵 문제, 6자회담, 중일 분쟁, 중미 관계, 한미 동맹, 북한의 개혁 개방과 권력 승계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생각을 나누었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양국의 시각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고, 양국이 총부리를 맞댔던 1950년 한국전쟁에 대한 양측의 해석에 관한 아슬아슬한 격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의 정종욱 전 주중 대사와 중국의 쟝팅엔 전 주한 대사는 이러한 솔직하고 격렬한 토론 자체가 한중 관계의 발전을 웅변한다고 평가했다. 양국 간에 그동안 드러내놓고 논의하기 어려웠던 많은 민감한 의제들을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토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말미에 나온 중국 측 위원의 발언은 인상적이었다. “북한하고는 이런 얘기를 결코 나눌 수 없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의견 교환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중 수교 이후 18년간 경제 협력을 필두로 한중 관계에 많은 발전이 이뤄졌으나 양국 간에 아직도 많은 이견의 영역이 남아 있으며,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 때문에 언제라도 서로 의견의 분기(分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서로 입장이 다르더라도 솔직하고 충분한 교류를 통해 상대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미래지향적인 의제 설정을 통해 협력의 공간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한 자리이기도 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양국이 모두 미래 산업 발전의 주요 방향으로 삼고 있는 녹색성장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의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전 위원장과 따이옌더(戴彦德) 에너지연구소 부소장이 각각 녹색성장을 위한 양국의 협력 방향과 녹색성장을 위한 중국의 정책적 노력에 대해 발표했다. 이 분야는 앞으로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발굴하여 성과를 가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양국의 입장이 일치했다.
시종 자리를 지켰던 류수칭 전 외교부 부부장은 하루 동안의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협력을 모색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과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을 재삼 강조했다.
27일 일부 한국 측 대표단은 인민외교학회의 안내를 받아 상하이 엑스포를 참관하고 한국관, 일본관, 중국관, 북한관 등을 방문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임성남 정무공사는 25일 한국 측 대표단을 오찬에 초대했고 개막식에서 한중 관계의 발전을 기원하는 축사를 유창한 중국어로 낭독했다. 상하이에서는 김정기 주상하이 총영사가 한국 측 대표단을 만찬에 초청하고 한중 협력의 미래에 관해 환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