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나라 비보이들의 퍼포먼스가 세계에서 통한다는 이야기가 매스컴을 통해 들려왔다. 그들의 선전(宣傳)은 비보이들의 댄스를 ‘젊은이의 치기’ 정도로만 생각했던 기성 세대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그들의 동작을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 반항하듯, 위험천만한 동작들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의 이야기와 춤이 세상에서 최고의 상품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중 단연 선두주자가 된 팀이 바로 갬블러 크루다. 2002년 리버스, 난장판, 오보왕, 드림스, 리얼라이즈, 뉴웨스트 등으로 구성된 ‘갬블러 크루’는 세계대회를 위해 결성되어 활동을 시작했고, 이 겁 없는 청년들은 2004년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당당히 세계 챔피언에 오르면서 비보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임을 입증했다. 그 후에도 그들의 질주는 계속되었고, 2009년 20주년을 맞이한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또 한번 우승을 거머쥐면서 통산 2회 우승이라는 전 세계 비보이계의 전설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뛰어노는 한바탕의 놀이가 세계화라는 옷을 입고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고난위도의 비보잉이 이어진 최고의 무대
이번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갤러리 오픈 스테이지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한국 비보이의 위력을 보여준 갬블러 크루의 공연으로 이뤄졌다. 공연과는 차원이 다른 역동적인 무대인 만큼 공연장에는 의자 뒤에 스탠딩석을 마련해, 오늘의 무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관객들도 오늘은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듯, 가벼운 캐주얼 차림이 많았다.
드디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갬블러 크루의 단장이 등장해 갬블러 크루의 소개와 더불어 갬블러 크루와 재단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비보이 무대를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 가깝게 호흡하고 함께 움직임을 느껴야 한다”는 단장의 말에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열띤 무대가 시작되었고, 바로 눈앞에서 갬블러 크루 단원들 개개인의 고난위도 비보잉 기술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한 팔로 온몸을 버티고(프리징), 머리를 땅에 대고 돌고(헤드스핀), 힘을 줘 자세를 정지하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리듬감 있게 튀어 오르며 춤을 추는 비보이들의 퍼포먼스에 흥겨워진 관객들은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어깨를 들썩였다. 한바탕의 퍼포먼스가 끝나자 AG 김성은의 파워풀한 보컬과 함께 그 동안 세계 무대에서 활동했던 이들의 모습이 스크린 속에 펼쳐졌다. 열기가 달아오르자 더 가까이서 그를 만나려는 관객들이 무대 앞까지 진출하고, 뒤에서는 의자 위에 올라서기도 하면서 점점 하나가 되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갬플러 크루는 이런 열기를 이어가려는 듯 비보이 동작을 배워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워낙 고난이도의 춤이라 선뜻 나서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았지만 간단한 동작을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진행자의 말에 금세 5~6명의 관객들이 뛰어나왔다. 결코 젊다고는 할 수 없는 중년의 아저씨부터 중국, 러시아에서 온 아가씨들과 교복을 입고 구경 온 학생까지 한마음이 되어 한 동작 한 동작 따라 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또 무대 위에 나가 참여할 용기까지는 없었던 관객들도 비보이들의 자세한 설명에 어설프게나마 팔을 꺾고, 리듬을 타며 즐거워했다. 공연을 시작하면서 ‘함께 나누는 공연이 되도록 하겠다’는 갬블러 크루의 다짐이 빈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온몸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자유와 젊음
이후 무대는 갬블러 크루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팝핀 댄스 그룹 애니메인션 크루가 이어받았다. 마치 태엽을 막 감은 로봇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듯한 팝핀 댄스의 세계는 브레이크 댄스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애니메이션 크루도 이에 화답하듯 팝핀을 배워보겠다는 관객들을 불러 간단한 팝핀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역동적인 춤사위를 즐기는 가운데 어느덧 공연 막바지에 이르고, 이날의 피날레 공연으로 갬플러 크루와 애니메이션크루의 프리스타일 댄스가 펼쳐졌다. 비보잉 댄스의 진수라 할 수 있는 프리스타일이 펼쳐지면서 갬블러 크루의 퍼포먼스는 점점 더 화려해졌고, 단원 개개인은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선보이며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렇게 비보이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어느새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거리고, 발을 구르며 마음속의 열정을 발견했던 ‘갬블러 크루 공연’. 이날의 공연은 갬블러 크루가 최고의 비보이 그룹임을 증명해 보인 최고의 무대이기도 했지만 이들이 온몸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젊음, 패기, 자유가 관객들에게 그대로 다가왔기 때문에 더욱 감동적이고 열정적인 무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들의 이름은 한국의 비보이, 갬블러 크루.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