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학을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두 가지 질문이 마음 속에 떠올랐다. 첫 번째는 ‘내가 다른 나라에서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 상태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 세상만물은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가’라는 것이다. 그것은 곧 첫 번째 질문을 뒤집어 ‘나는 다른 나라에 무엇을 주고자 하는가’라는 물음표로 돌아왔다. 마침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외교관 대상 한국언어문화연수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모든 문에는 그에 맞는 열쇠가 있다
우선, 각 국가마다 그 문화가 상이하며 생활방식뿐만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자연, 경제, 정치, 사랑, 그리고 음식이나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해당된다. 둘째, 필자가 정부 관료로서 그간 정부 및 국제관계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국가 간에 우호 관계를 수립하고 이를 유지해 나감에 있어 협약이나 조약을 맺거나 정치적 연설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호관계에 이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양국 국민간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적극 개선하는 것이라 확신했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지식을 다른 나라가 최대한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양국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자 하였고, 한국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기로 했다. 얼마 후 서울에 오게 된 필자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한국 문화에 갈증이 충족되는 한편, 또 다른 열망들이 자라나게 되었다.
세상만물은 모두 나름의 목적을 지니고 있어, 때로 그 목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해도 종국에는 이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필자는 조금 피곤한 상태였다. 앞으로 내 인생 중 1년을 보내게 될 한국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비행 내내 깨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오는 리무진 버스 안에서 처음 본 서울대 정문은 필자에게 짜릿한 전율을 주었다. 지식의 문을 여는 열쇠를 상징한다는 교 문은 공교롭게도 필자의 상황과 딱 맞아 떨어졌다. 한국에 도착해 필자가 맨 땅을 처음 밟은 곳이 바로 이 곳이었다. 따라서 서울대 정문이 열쇠 모양으로 생긴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한국을 보다 자세히 경험하고 싶고 알고 싶어하는 이방인에게 ‘특별한 열쇠’로 다가온다. 외국인(멕시코인)인 필자에게 있어 서울이라는 도시와 한국 문화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였던 것이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오감을 자극하는 한국의 멋
한국에 머물면서 정보통신에서 건축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전통과 현대 기술이 공존하는 것을 보고 매우 감동받았다. 예를 들면 잘 보존된 화려한 옛 궁궐 바로 옆에 현대식 건물이 조명을 받으며 서 있는 풍경 같은 것이다. 이렇듯 전통과 현대가 공존이 가능한 데에는 한국인들이 자신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며 열정적으로 현재의 삶을 개척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보고 태권도와 붓글씨를 배우고 전통 악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다양한 패션으로 가득한 거리를 구경하고 나자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충격의 파도가 오감을 자극하며 전혀 다른 차원에 다시 태어난 듯하였다. 여행을 하다 보면 대도시에서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오히려 그런 경험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밤이든 낮이든 아무런 걱정 없이 몇 시간이고 거리를 걸을 수 있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긴다거나 옛 정취가 풍기는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충분히 즐겁기 때문이다.
한국과 사랑에 빠지다
필자가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한국인들의 조국에 대한 애착과 전통과 문화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다. 서울의 거리를 활보하는 모든 행인의 얼굴에서 깊은 민족적 소속감이 드러나는데 이는 마치 마술이라도 부린 듯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로 인해 많은 외국인이 그 마법에 매료되어 한국에 푹 빠지게 되는 듯하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서 우러난 친절을 베푸니 한국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누군가 예전에 필자에게 말하기를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언어와 무관하게 세계 공통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이제 두 달째 접어들고 있는 한국생활에서 필자가 자연스레 느끼고 깨달은 바는, 한국의 역동성과 성장 가능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 한국에 대한 나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다.
한국 문화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열쇠를 건네 받은 필자 앞에는 많은 일들이 펼쳐져 있다. 한국의 매력에 모든 감각이 사로잡혀 최면에 걸린 것인지 혹은 사랑에 빠져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 행복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이토록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는, 다음과 같은 노래를 결론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한국, 그대에게 이토록 헌신적인 국민들이 있음을 감사할 따름이라네.
그들이 있기에 그대 품에서의 체류는 단순한 즐거움 이상이라네.”
Guillermo Raúl Medellín Cázares
멕시코 경제부 국제협력 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