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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동남아시아 한국학회의

한국학의 세계화, 미래를 보다/The 5th KoSASA Conference/한국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남아의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와 라오스 그리고 호주와 대한민국 및 대회를 주관한 베트남 등 9개국의 관계 기관 종사자와 한국학 연구자 100여 명이 제5회 KoSASA(Korean Studies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 동남아시아 한국학회의 약칭) Conference의 이름으로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모였다. 날도 더운 8월 하순이었다.


한국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발현된 자발적 모임

고마웠다. 모여 달라고 부탁을 하여 이루어진 모임이 아니었다. 동남아의 한국학 발전을 위하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의 요구에 의하여 모인 모임이었다는 점에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KoSASA Conference의 한국어교육 분과회의 후, 회의장 밖에서.고마운 마음이 드는 데에는 그만한 까닭을 가지고 있다. 30년쯤 전에 한국어 교육을 처음 시작하였을 때에 한국어를 공부하겠다고 한국에 오는 학생의 수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것도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보조해 주면서 유치한 학생들이었다. 20여 년 전 올림픽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단순한 호기심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었다. 10여 년 전 KoSASA를 준비하기 위하여 동남아 여러 나라를 방문하였을 때만 하여도 호의적으로 검토하여 보겠다는 반응만으로도 우리는 흥분하곤 하였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그들의 필요와 요구로 한국학을 교육하고 연구하며 보다 더 잘하기 위하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모임에 기쁜 마음으로 모인 것이다. 더욱 고마운 것은 모인 이들의 면면이 각각의 나라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는 대학과 기관들이라는 데에 있다. 이들 각각이 그 나라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남아에서의 한국학의 앞날은 기대하여도 좋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더구나 한국학과 한국어교육에 반걸음쯤 앞선 이들 나라들이 한국학에 새로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캄보디아와 라오스 그리고 필리핀의 유수 대학 및 기관들과 자리를 함께한 것은 한국학의 지평을 넓혀가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진행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대회를 통한 적극적 구체적 노력

한재영 교수(왼쪽에서 네 번째), 캄보디아 왕립프놈펜대학교에서 한국어교육 관계자들(한국어 교육봉사 KOICA 단원들 포함)과 함께 감격스러웠다. 한국학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이 고마운 것이었다면 이번 KoSASA Conference에서 다루어진 다양한 주제 목록과 논의의 깊이는 오히려 감격스럽기까지 하였다. 대회 첫날 이루어진 동남아 각국에서의 ‘한국학 연구 방향과 현안’은 앞선 대회에서도 볼 수 있었던 총론적인 것으로 현황을 인지하고, 서로의 각오를 다짐하는 성격의 것이었지만, 지난 대회와 달랐던 점은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그것도 다른 나라보다는 조금은 먼저 나아가겠다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말레이시아의 말라야대학에서는 동남아 다른 나라에 앞서 대학 내에 한국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는 보고를 하였다. 단순히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동남아 한국학을 정립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모습은 충분히 감격스러운 것이었다.
다음날 진행된 분과별 발표 내용은 보다 구체적인 각론이 진행되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주요 대학교 한국학과 소속 학장단의 한국학 교육 및 연구 정책 토의와 협의로 진행된 제1분과와 한국어 교육 및 연구를 주제로 한 제2분과, 한국-동남아 정치 경제와 정부 정책 비교 연구를 주제로 한 제3분과 그리고 한국-동남아 사회 문화 비교 연구를 주제로 한 제4분과의 발표 내용 수준은 보다 현실적인 것이었으며 구체적인 것이었다. 동남아 한국학의 수준이 지난 대회보다 더욱 향상되고 있음을 현장에서 느낀다는 것은 감동 그 자체였다. 더욱 감격스러운 것은 발표장을 찾아준 베트남 현지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한국어 교육을 다룬 제2분과를 찾은 베트남 학생들은 한국어로 진행된 논문 발표의 내용에 한국어로 질문과 토론을 할 뿐만 아니라 질문과 토론의 수준도 한국 학생들의 그것에 못지 않은, 오히려 그들만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아버지와 부친과 선친 등의 의미와 용법상의 차이와 그를 사전에 구현할 때의 적절한 예문 그리고 전자사전으로의 이행 방안 등 앞으로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에 대하여 그들이 느끼고 있는 갈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여러 대학에서 다음 대회인 6th KoSASA Conference를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그 결과 다음 대회가 말레이시아의 말라야대학으로 결정되는 과정 역시 감격스러운 것이었다.



한국의 한국학이 아닌 세계 속의 한국학을 위한 노력과 전망

걸어가야 할 길을 보았다. 이번의 제5회 KoSASA Conference가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해외 한국학이 나아갈 길을 드디어 분명히 할 수 있었다는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간의 해외 한국학은 한국에서의 지원에 기대어 진행이 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어교육으로부터 출발하는 초기에는 한국으로부터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학이 한국의 한국학이 아니라 베트남의 한국학, 태국의 한국학과 같이 그들의 한국학이 되기 위해서는 각국의 연구 역량을 키우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형성이 되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이루는 것이 한국학이 세계 속의 한국학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과정이라면, 이번 대회는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대회라고 할 것이다. 2년 전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처음 만날 수 있었던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이번 대회를 통하여 시행착오를 덜 겪으면서 한국학과 한국어교육에 앞선 경험을 자신들의 것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노이 학회에 참석하기 전에 한국어교육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들렀었다. 10여 년 전에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보았던 한국어교육의 현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보면서 그 동안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교수법와 교재, 강사 훈련과 확보, 사전 편찬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여 온 경험을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나누어 줄 수 있다면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의 지난 10년을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는 5년이나 3년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의 한국학은 보다 수준 높은 연구 능력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한국학이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넘어 미얀마나 인도 그리고 중동의 여러 나라나 보다 크게는 아프리카 등으로 그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넓혀가려 하고자 할 때 취할 수 있는 전략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걸어가야 할, 보다 분명한 길을 확인한 셈이라 하겠다.

KoSASA Conference 첫날 학회 모습.

한재영 한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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