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HCMA원장, 타 응옥 탄은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2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타 응옥 탄은 이번 방문에서 한국의 많은 공공기관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양국 공무원들의 구체적인 교류를 통해 양국의 발전을 꾀하고자 하였다. “너무나 닮은 한국을 배우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를 만나보았다.
경제대국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러 오다
“가장 가난한 농업국이었던 한국이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지금과 같은 세계 유수의 경제대국이 되기까지의 노하우를 배우러 왔습니다.”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최근 내한한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이자 호치민국립정치행정아카데미(HCMA)원장(장관급)인 타 응옥 탄(58)은 “베트남이 제2의 도약을 위해 준비 중”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HCMA는 베트남의 지방공무원부터 장관을 포함한 고급 공무원까지 교육을 담당하는 공산당 중앙당교로, 탄 원장은 중앙정부는 물론 최고실력자인 국가주석한테도 직접 자문을 할 수 있는 실세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올해로 수교 20년을 맞았다.탄 원장은 “당연한 얘기지만 베트남도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의 경험이건 모두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과거 개발단계와 과정이 우리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은 같은 반도국가로서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인 것은 물론 끈질긴 민족성도 닮았다”며 “한국도 전쟁을 겪었고, 그 바탕에서 경제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에 우리도 전쟁으로 피폐해진 상황에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작부터 한국을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탄 원장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이 1986년 도이모이(개혁·개방)정책을 도입할 때부터 한국이 모델이었다고 털어놨다.
도이모이정책 성공적이지만, 개선되어야할 부분도 많아
“우리는 오랜 전쟁으로 많은 국토가 피폐해진 탓에 기후여건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식량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전 국민의 76~78%가 빈곤에 시달렸습니다. 도이모이정책으로 가장 괄목할 성과는 이 같은 극빈층을 10% 미만으로 감소시켰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전쟁 직후 극빈층이 가장 많았던 나라에서 지금은 중간 정도까지 끌어올렸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도이모이 적용이전에는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연간 200만t의 쌀을 수입해야만 했는데 지금은 매년 700만t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쌀 말고도 차, 커피, 카카오, 캐시너트,후추, 새우 등 다른 농수산물 수출도 많이 늘었습니다. 항만과 공항, 도로 등 인프라 개발도 중시해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통신분야는 아주 급속히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서 통용되는 휴대폰은 1억5000만 대로 8500만인 전체 국민 수보다 많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탄 원장은 현재 베트남이 1980년대 한국이 겪었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 중에 1980년대 발생되었던 금융문제나 부동산 투기 붐 같은 것은 현재 베트남에서도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현재 베트남의 은행 이자율이 24~25%인데 80년대 한국에서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이런 이자율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 투자에도 큰 영향이 있습니다. 이 같은 금융문제를 잡지 못하면 앞으로 투자나 다른 분야의 발전에도 분명히 저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어떤 방법을 통해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했는지 배우고 싶습니다. 또 베트남에서는 산업단지가 급속히 증가하는 등 현재 공업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오염발생과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배우고 싶습니다.”
탄 원장은 10년 전 HCMA 언론학부 학장일 때도 한국의 발전상을 확인하기 위해 베트남 기자단을 이끌고 방한해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본 적이 있다. 그는 당시 가보았던 곳 중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지금껏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양국의 교류로 베트남 공무원들의 특별연수 추진해
탄 원장은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중앙공무원교육원, 녹색성장위원회, 국토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산업연구원, 환경연구원, 한국농촌개발연구원 등 많은 기관을 방문했다. 특히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는 강연도 했다. 그는 “방문한 기관마다 많은 정보를 주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기관마다 연구실적도 엄청났지만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전에 적용해 큰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부럽고도 꼭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탄 원장은 개발과 관련해 특히 관심을 쏟아야 할 곳이 농촌문제라고 했다.
“현재 우리 베트남 인구의 70%가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생업도 대부분 농업입니다. 때문에 인프라 건설 등 공공사업을 위해서는 토지수용이 불가피한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방문에서도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연구를 통해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도 한국토지공사에서는 조그만 해결방법을 얻었습니다. 이주민을 위해 주택을 마련해준다든지 상가분양권을 준다든지 하는 방법 등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탄 원장의 이번 방한 목적 중 하나는 양국 공무원들의 교류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부터 3년간 베트남 정부의 국, 실장과 부성장급 고위관리 120명을 한국에 보내 특별연수를 시키기로 한국 측과 합의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관련분야 공무원들을 우리나라에 보내 강연이나 세미나를 통해 노하우를 전해주기로 했습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푸토가 고향인 탄 원장은 17세이던 1971년 국립 하노이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자원해 ‘해방전쟁’에 참전했을 정도로 ‘애국자’인데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공보’의 기자로 활동하다 HCMA 언론학부를 거쳐 옛 소련 사회과학원에 유학해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이다.그는 한 때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한국인에 대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상대를 귀하게 여길 줄 알고 존중하며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것 같아 절로 친근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만훈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