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지난 2005년부터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중남미 대학 및 유관기관에 한국학 단기 순회 강연회를 통해 한국의 정치, 경제 발전 사례등을 전파하는 데 노력해 왔다. 그 일환으로 지난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콜롬비아의 세르히오아르볼레다대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대 등 현지 유수 대학의 교수진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Korea Foundation 렉쳐 시리즈”가 진행되었다. 이번 렉쳐시리즈의 강연자로 나선 송기도 전북대학교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중남미에서 맺은 한국학의 결실을 알아본다.
한국학연구를 활성화 시키는 기회가 돼
2012년 중남미 KF 렉쳐 시리즈 및 현지 한국학 학술대회 특강을 위해 9월22일 비행기를 탔다. 추석을 해외에서 보내게 되는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에서 한국의 정치, 경제에 관한 발표를 하는 동시에 이곳에서 한국학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었는지를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20여시간의 비행 끝에 첫 번째 일정인 보고타에 도착해 하루를 쉬고 다음 날 보고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세르히오아르볼레다 대학교(Sergio Arboleda University)에서 “한국 정치발전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강연회에 100여명의 교수와 학생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으며,특강 후에 이어진 총장과 학교 관계자들과의 대담에서도 한국에 대한 이들의 깊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날 제 1회 콜롬비아 한국학회 학술회의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세르히오아르볼레다 대학 강당에서 개최되었다. 주한 콜롬비아 대사를 역임했으며 지금도 군의 신뢰를 받고 있는 퇴역군인 출신인 모라 랑헬(Mora Rangel) 학회장을 비롯해 약 30여명의 콜롬비아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많은 콜롬비아 학자들이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는데 이들 모두 한국학만을 전공으로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를 연구하면서 이제 한국에 대해서도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또 남미 북부의 중심인 콜롬비아에 한국학연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아주 좋은 기회였다.
달라진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체험해
콜롬비아에서의 특강이 끝나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호텔에서 잠깐의 휴식 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University of Buenos Aires)의 한국학 연구자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정된 특강을 진행했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이들의 질문도 정치, 경제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했다. 특히 최근 K-pop으로 인해 한국을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었다. 특강이 끝나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동쪽으로 400Km 떨어져 있는 마르 델 쁠라따(Mar del Plata)로 향했다. ‘은의 바다’라는 뜻을 가진 마르 델 쁠라따는 “제 8회 아르헨티나 한국학회 학술회의”가 개최되는 곳으로 이번 일정의 종착지였다.
다음 날 오전 10시에 한국정치를 주제로 특강을 하였는데 발표가 끝나자 “한국의 12월 대선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부정적인 면은 무엇이었는가?” 등의 상당한 수준의 다양한 질문이 있었다.
이어진 이틀간의제8회 아르헨티나 한국학회 학술회의에서 교수, 대학원생 등 많은 아르헨티나 연구자들이 한국의 정치발전, 경제성장, 남북관계, 한국문화, K-pop, 한국교육의 문제점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발표 및 토론을 진행하였다. “시장경제와 북한경제구조”, “동아시아 발전: 박정희와 남한의 성장”, “1880-1910 한국의 교육”, “한국 태권도의 기원과 철학”,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국과 일본 교민에 대한 문화적 해석”, “한국에서 왕따현상”, “1919-1990년 한국에서의 학생운동”, “뚜꾸만대학 한국어 교육에서 K-Pop의 영향”, “용과 코끼리 사이의 호랑이” 등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고 발표해 마치 ‘한국 연구의 바다’에 온듯했다.
7년 전 아르헨티나를 처음 방문해 한국에 대해 특강을 했을 때 한국 교민들의 자녀들이 자리를 대부분 차지했었는데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오히려 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제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고 서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지난 세월 동안 한국의 경제, 문화 등이 얼마나 세계의 관심을 이끌어냈는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송기도 전북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