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1월 28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갤러리에서 KF Gallery Open Stage의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미술과 음악을 접목시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전문 도슨트 윤운중과 소프라노 임경애, 테너 강동명, 피아니스트 윤혜영이 한 자리에 모여 관객들의 눈과 귀에 즐거움을 제공하며 잊지 못할 겨울밤을 선사했다.
Arts와 Concert의 조화
‘귀로 듣는 미술, 눈으로 보는 음악' 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미술 작품을 딱딱한 연대기식의 교과서적 설명이 아닌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소설과 같이 풀어낸 점에서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아르츠 콘서트는 미술을 뜻하는 Arts와 공연을 의미하는 Concert의 조합어로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예술인 음악과 미술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공연은 <꽃의 도시 피렌체,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다>, <아베마리아>, <달빛사랑>, <시대를 넘어서>라는 4가지 테마로 진행되었다. 보티첼리, 라파엘로, 신윤복, 마네 등의 작품과 함께 푸치니, 리스트, 구노, 드뷔시, 베르디의 명곡은 물론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의 OST로 널리 알려진 요시마타 료의 'The whole nnine yards' 도 연주되었다.
지적 욕구와 예술적 감성을 동시에 충족시킨 스토리텔링
‘유럽 5대 미술관을 아우르는 걸어다니는 예술사전’ 으로 통하는 윤운중 도슨트는 재미있는 해설로 강하게 관객을 사로잡았다.
<베아트리체블 만난 단테<에 얽힌 이야기 중 9살의 어린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부분에선 객석에 미소가 번졌고, 신윤복의 <원화정인<에서 남자의 반대편을 향하는 여자의 오른발은 '튕김’ 을 뜻한다는 대목에선 웃음보가 터졌다. 아펠레스가 자신을 시기하는 프로텔레케스의 음모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링을 그려 알렉산더 대왕의 마음을 돌린 이야기에는 관객 모두가 감탄했다.
그다지 유영하지 않은 그림이 큰 액자에 걸려있을 때는 액자를 선보이는 것이 목적이고, 목판화는 물감 사이의 시간차로 인해 생기는 균열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 해설을 하는 중간 중간에 곁들여 들려준 파리에서의 생활과 작품 감상의 안목을 높일 수 있는 팁 또한 흥미로운 정보였다.
이번 공연은 관객들에게 음악만 듣거나 그림만 감상할 때보다 이해의 깊이를 더해주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
2월 '전통을만나다’ 를 시작으로 ‘아르츠 콘서트’ 로막을내린 <2012 KF Gallery Open Stage<는 2012년1년간 6회의공연에 1.000여명의 관객과 함께 하였다. 이처럼 한국과 세계의 문화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소개하는 의 내년 기획이 더욱 기다려진다.
아래는 윤운중 도슨트 인터뷰 내용 중 일부.
왜 아르츠콘서트(Aits Concert)인가?
"요즘 대세가 통섭이 아닙니까? 음악이든 미술이든 예술적 공감을 퍼 올리는 작업인데 그 원천은 비슷합니다. 이를 모티브로 해서 음악과 미술이 직접적으로 결합하는 사례를 찾아서 프로그램에 따라 무대에 올리는 게 아르츠콘서트이거든요. 제가 처음으로 시도한 건데 미술을 무대에 올리는 거죠. 기존의 클래식 연주장을 무대로 해서 공연음악과 관련 있는 미술작품을 골라 미술작품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해설을 하고 연주를 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청중과 관람객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에요. 흔히 미술하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렵다고 생각해 뜨악해 하는데 스토리를 곁들여 음악과 함께 일기 쉽게 설명을 해주니 좋아들 하는 것 같아요. 클래식 애호가들 입장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외에 미술도 함께 감상하니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리는 셈이죠."
해설의 주요 포인트는?
"세상 어느 것 하나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듯이 미술과 음악도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지 따로 노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따라서 음악이 탄생한 당대의 시대적 배경을 알려주고, 그 배경 속에서 음악과 미술이 교류하는 정황을 얘기해주면 굉장히 놀라워합니다. 왜냐하면 사랑들은 일반적으로 음악과 미술을 따로 알고 있기 때문이죠."
루브르 박물관에만 1,000번 갔다던데.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파리에 살면서 직업이 미술해설이었으니 1,000번도 더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손님들을 모시고 가기도 하고 혼자 공부를 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저보다 선배로 20년 넘게 한 분은 2,000번도 훨씬 더 갔습니다. 거기가 직장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아르츠콘서트는 언제부터?
"2010년 6월 이화여대에서 쇼 케이스를 했으니까 2년 반쯤 된 것 같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는 등 반응이 좋아 여기저기서 요청을 받아 계속하게 됐습니다. 내년에는 매주 한 차례씩 할 것 같습니다."
아르츠콘서트를 하게 된 계기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클래식 공연전문 기획사 사장이 파리에 놀러왔다가 우연히 제 해설을 듣고는 아이디어를 낸 겁니다. 이 분이 클래식 음반도 내고 공연도 기획하고 그러는 분인데 미술이 주는 즉각적이 감동을 그 때 처음 느끼고는 기획전문가답게 음악과 미술을 한데 어우러지게 해 감동을 배가시킬 생각을 한 것이죠. 자신이 겪은 문화적 쇼크를 공연으로 기획한 셈입니다. 참 대단한 발상이죠. 그 분이 그 뒤 여러 번 저를 찾아오서서 그런 제안을 하길래 듣기는 했지만 워낙 생뚱맞은 얘기라 그저 웃고 알았을 정도니까요. 저도 맨 처음엔 미술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예술 사업에 관해 감각이 달라서인지 함께 해보자며 자꾸 채근을 하더라고요. 자꾸 듣다보니 나중에는 그럴싸한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 고민 끝에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아이디어는 그 분이 내고 프로그램은 제가 짜고 그련 식이죠. 지금도 그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연에 주로 등장시키는 작품은?
"주제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그동안 많이 등장시킨 작품이 있습니다. 주제와 맞아떨어지면 그동안 반응이 좋았던 작품들 위주로 짜다보면 그렇게 됩니다. 공연 주제가 같더라도 공연대상이 다르면 굳이 작품을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곳에서 여러 번 할 때는 지루하거나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다른 작품을 선보이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초중반의 낭만파를 다룰 때는 당시 유행했던 살롱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리스트가의 저녁’ 이라는 작품을 가지고 설명합니다.이번 공연에서도 혜원 신윤복의 '월하정인’ 과 샤갈의 ‘달빛’ 을 선보였는데 제목도, 주제도 같으면서 동서양 미술을 비교 감상할 수 있어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월하정인’ 에 맞는 음악은 베토벤의 '월광’ 도 있지만 더 잘 어울리는 건 역시 드뷔시의 ‘달빛’ 입니다. 드뷔시의 '달빛’ 에는 사실 샤갈 그림도 필요 없습니다. '월하정인’ 하나면 족합니다. 실제 그동안 여러 번 이 주제로 해봤는데 너무 좋아들 하시더라고요. 서양 클래식인데도 우리 그림이 더 어울리는 겁니다.
잡다한 해설이 필요 없을 정도죠. '월하정인' 을 커다랗게 걸어놓고 드뷔시의 ‘달빛’ 을 피아노로 연주하면 얼마나 좋아 하는지 모릅니다. 아마 혜원의 솜씨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방중일겁니다."
본인이 스스로 아주 특별하다고 여긴다고.
"저는 그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아홉 살부터 제 힘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어렵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지 누구나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신만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랑은 아무리 못나도 그만의 존귀함이 있는 겁니다. 저는 앞으로도 스스로 멘토가 돼 살아갈 겁니다."
양인실 자유기고가
인터뷰 이만훈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