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6일, 클리블랜드미술관에 한국실이 최초로 개관했다. 1913년 미술관 건립이 시작된 이래 백 년만의 성과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Korea Foundation Gallery라는 이름으로 한국미술이 독자적 전시실을 갖게 된 것이다. 나는 2010년 한국일본미술큐레이터로 미술관에 부임해 한국실 개관 계획을 수립했고, 2011년에는 컨설팅큐레이터로 한국실 개관 사업을 진행했다.
한국실 설치는 1999년 미술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계기로 시작됐다. 아시아관이 재편되면서 그전까지 일본실 한편에 전시되던 한국미술이 독립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국실은 건축가 라파엘 비놀리가 신축한 북관에 일본실과 이웃해 위치하는데, 일본실을 통해야만 한국실에 입장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었다. 이 점에 착안한 나는 한국과 일본이 하나의 입구를 공유해야 한다면, 한일 공통문화인 불교미술로 중간지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하여 두 전시실 사이에 한일불교미술실이 생겼고, 양 옆으로 한국실과 일본실이 펼쳐지게 되었다.
클리드블랜드미술관 한국실은 외부 기관에서 전시품을 대여하지 않고 자체 소장품으로만 꾸몄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前 미술관 관장이자 아시아미술학자인 셔먼 리 박사, 나의 선임자이자 한국미술 수집에 열정을 쏟은 마이클 커닝햄 박사 두 분이 한국실 설치의 토대를 일구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미술관의 한국미술 소장품은 300여 점 내외로 중국, 일본, 인도 소장품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엄격한 기준에 의해 한국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들로 컬렉션이 채워져 있다. 전시실은 소장품의 성격에 따라 고대문명의 시작, 불교미술, 한국의 도자, 조선시대 회화로 구분돼 있다.
한국과 클리블랜드 사이 감동적인 일화도 있다. 1916년 미술관 개관 후 클리블랜드 출신 사업가가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클리블랜드 내 한국미술 전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기증 작품은 단연 세브란스 집안이 기증한 고려청자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 설립을 후원한 루이스 세브란스의 아들 존 세브란스가 기증한 200여 점의 한국미술품 덕분에 클리블랜드미술관은 수준 높은 컬렉션을 갖출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백여 년 역사를 지닌 한국과 클리블랜드 간 문화교류가 이번 한국관 개관에 힘입어 더욱 박차를 가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프랭클린 관장님을 비롯해 한국관 개관을 위해 힘써준 모든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