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여행 시장의 이해와 협력 방안 과제
서병용 트래블북스 대표
(「중앙아시아 3국」 저자)
한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수교한 지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경제 및 문화 교류에 비해 유독 관광 분야에서만큼은 큰 성과가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지역이 복잡다단한 역사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때 소비에트 연방에 속한 나라들로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으며 또한 종교적으로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독립 이후 혼란한 국내 정세와 자본주의로 가는 과도기적 시기였기에 우리에게는 무관심 속에 심리적으로 다소 멀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여행지로서 중앙아시아의 매력
한해 해외 출국자 수 3,000만 명 시대에 현재 한국인에게 중앙아시아 중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새로운 여행 목적지로서 블루오션임이 틀림없다. 그 이유로는 첫 번째, 6~7시간의 길지 않은 비행시간과 다양한 직항노선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인의 짧은 휴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언제라도 여권만 있으면 떠날 수 있는 곳이다.
세 번째, 저렴한 물가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여행자들에게는 어쩌면 가장 매력적인 요소일지도 모른다. 최근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인들과 러시아 자본이 유입되면서 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는 저렴하게 느껴지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우리 입맛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풍부한 음식 문화이다. 빵과 육류가 주식이지만 중앙아시아의 대표적 음식인 플롭(볶음밥의 일종)과 라그만(면 요리)은 친숙한 음식들이다. 일반적으로 종교적 색채는 미약하며 유목민 특유의 전통 음식 체험은 중앙아시아 여행의 또 다른 묘미라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여행의 최대 관심사인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익히 알려진 고대 실크로드 유적지와 이국적인 이슬람 건축물들 그리고 국토의 90% 이상이 산악지대인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 트레킹, 캠핑의 성지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유목민 전통문화 체험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광활한 영토의 카자흐스탄은 대부분 초원과 사막지대이지만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였으며 현재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제1의 도시인 알마티와 특이한 건축물들로 가득한 수도 아스타나, 그리고 사막지대인 카자흐스탄의 서쪽 카스피해 연안의 망기스타우 지역은 비현실적인 자연 경관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고려인 강제이주의 아픈 역사가 있어 우리와는 깊은 인연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여섯 번째, K-Culture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한국인에 대한 친밀감으로 다가와 여행 시 편안함을 제공한다. 또한 그 어느 나라보다 환대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다.
일곱 번째, 각종 방송 및 SNS 노출로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 증가. 한국인이 즐겨 시청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EBS 세계테마기행’ 뿐만 아니라 각종 여행 프로그램 및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한 노출은 다양한 연령층에 관심을 끌게 하기에 충분하다.
중앙아시아 여행 시장에 대한 협력방안과 과제
최근 들어 중앙아시아와의 다양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으며 관광 분야에서도 미미하지만, 일부 진전이 있었다. 수교 이후 처음으로 2024년 6월 카자흐스탄 지역 & 관광 설명회와 10월 우즈베키스탄 관광포럼이 국내에서 개최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11월에 타슈켄트에서 개최된 중앙아시아 최대 국제 박람회의 경우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는 그동안 정보 부족으로 인한 개발과 시장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전체적으로 관광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은 정부 주도의 해외시장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짧은 시간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에는 한계가 있다. 스위스 관광청처럼 국내 전문성을 가진 업체를 선정해 관광센터를 두고 지속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다행히 팬데믹 이후 국내에서도 중앙아시아 일반 여행 상품뿐만 아니라 특색있는 테마여행 상품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하게 소개되기 시작하였고 그동안은 전무했던 여행 가이드북이 첫선을 보여 예상 밖의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이나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편인 것이 사실이다.
향후 구체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특히 정부 주도의 마케팅이 좀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형식적인 행사나 팸투어가 아닌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상품 개발과 홍보를 해줄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여 좀 더 깊이 있는 행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방송과 SNS 등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유튜버,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주한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한국어로 된 여행 가이드북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이와 함께 현재 중앙아시아 여행 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국어를 하는 현지 가이드 수급이다. 제대로 된 가이드가 아니면 고객의 만족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는 지속적으로 여행시장이 활성화되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전문적인 한국어 가이드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